"비정규직 노동자와 영세사업장 노동자는 인간답게 살겠다는 소박한 꿈을 버린 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생계는 보장해 줘야 하지 않습니까."
치솟는 물가와 기름값에 서민들이 아우성이다. 특히 울산은 3~4년 전 평당 300만원선이던 아파트값이 1000만원대로 폭등하는가 하면 사교육비가 대폭 올랐다는 지역언론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29일 오전 10시 울산상공회의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09년 주 40시간 기준으로 한달 최저임금 99만4840원(시급 4760원, 일급 3만8080원)을 요구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 78만7930원(시급 3770원, 일급 3만160원) 대비 26.3% 인상된 것이다.
울산민노총은 "생활고에 허덕이고 있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섰다"며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인데 앞으로 최저임금제도가 이러한 취지에 부합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바뀌는 게 아닌지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민노총은 "4월 말 지식경제부가 노동부에 전달했다고 하는 '노동규제 완화방안'에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넣겠다는 내용이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지식경제부는 기업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그간 노동계가 극구 반대하던 재계의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포함할 경우 최저임금이 인상되더라도 사업주들은 임금을 한 푼도 올리지 않고 최저임금 위반을 회피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울산민주노총은 "올해 최저임금은 누가 봐도 한달 생계를 보장하기에는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며 "2008년 1/4분기 도시노동자 3인가구 생계비(298만2133원) 대비 26.4% 수준으로 전년도보다 0.1%p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최저임금이 지나치게 올랐다고 하지만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36.5%로 최저임금 수준이 가장 높았던 1989년(38.4%)보다 아직도 1.9% 미달하고 있다"며 "지난해 8월 현재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최저임금 실제 영향률은 2.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울산민노총은 또 "최근 최저임금이 꾸준히 인상됐으나 1988년 이후 10년간 있으나 마나 한 제도로 운영된 바람에 최근 인상 효과는 미미하다"며 "사업주들은 아직도 최저임금이 강행법규라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한 민노총은 "최저임금이 인상되더라도 정작 노동자들에게는 혜택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며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이 지속적으로 인상됐으나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노동자들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노동자가 2001년 59만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89만명으로 늘었다. 1588만 전체 노동자 중 11.9%가 최저임금에 미달한다는 통계다. 울산민노총은 이 통계를 들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을 일이다"며 "정부는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는 출범 전부터 줄곧 법과 원칙의 엄격한 적용을 강조했는데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들부터 우선적으로 처벌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보인다면 민주노총은 공동조사단을 꾸리는 등 협력할 의지가 충분히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이어 ▲공익위원에게 최저임금 노동자 요청서 보내기 ▲최저임금연대 대표자 최저임금위원회 방문 ▲6월말 총력투쟁 전개 등 향후계획을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5.29 15:46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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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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