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면서 함안 우시장의 소값도 내리고 거래도 많이 성사되지 않았다.
윤성효
"장관이 축산농민 대표들과 협의한 뒤에 고시인가 뭔가 한다고 했잖아.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워낙 맘에 안 드니까 농민대표들이 장관을 안 만난 거 아니냐. 그러면 대책을 다시 세워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 바로 고시발표를 해버렸잖아. 그게 국민 섬기겠다던 정부의 자세냐."
31일 아침 경남 함안 우시장(가축시장)에서 만난 50대 농민이 담배를 깊게 빨아들였다가 뿜으면서 말했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고시발표를 한 뒤 처음으로 열린 우시장을 찾았다.
이곳은 창녕·합천우시장과 함께 꽤 많은 소가 거래되고 있다. 1일과 5일에 시장이 열리는데, 31일이 있는 달은 30일에 열리지 않고 마지막 날에 열린다.
우시장에는 한숨만 가득했다. 농민들은 장관고시 발표에 분통을 터뜨리면서도 관보게재만은 미루어 달라는 간절한 바람을 갖고 있었다. 아직 새벽 공기가 차가운 탓에 모닥불을 피워 놓았는데,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농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 지진 피해 현장 방문과 촛불문화제 등에 관심이 많았다. 김정곤(59)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실용인가 뭔가 강조하던데. 국민 섬기겠다고 하더니만 이건 아니지. 촛불집회 하는 사람들을 마구 연행하더라고. 국민 때려잡자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자 모자를 쓴 50대 농민은 "촛불집회라 하지 말고 탄핵집회를 해야 하는 기라. 경제 살린다고 해서 찍어주었더니만 이게 뭐꼬"라고 말했다. 그는 "관보 게재 하지 말고 미국과 재협상 해야 하는데..."라고 덧붙였다.
김씨가 다시 말을 받았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밤에 왔다고 하던데 중국 지진 피해 현장 방문했다고 난리더라고. 중국사람 눈물 닦아주기 전에 우리 국민 눈물부터 먼저 살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늘어놓았다.
50대가 다시 감정 섞인 말을 내뱉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 지진 피해현장에 갔다고 하니 주변에서는 '그때 지진이 다시 나버렸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만큼 국민들 감정이 안 좋은 거지"라며 "중국 갔다가 한국으로 올 게 아니고 미국으로 가라는 말도 하더라"고 전했다.
소를 팔았는지 돈뭉치를 들고 선 60대는 "이명박이 미국에 우리나라 팔아 먹고 주지사나 하지 뭐"라고 했다. 그러자 50대는 "누가 주지사는 시켜준대, 주지사 될 자격이나 있냐 말이다"는 말로 불만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