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윤성효
"사람 대접 못 받아서 그렇다. 인간에 대한 크나큰 굶주림이 있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들의 심정을 이해한다. 처음 장가가서 아이를 낳았더니 정말 신기하고 기가 막히더라. 사람은 평소에는 생명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는데, 중병을 앓거나 아기를 낳거나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특히 생각한다.
주부들의 심정은 내 새끼한테만은 조금도 의심스러운 쇠고기를 먹이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확률이 낮으니 괜찮다는 말만 한다. 이런 식으로 하면 국가가 필요 없다. 국가가 민중의 복리를 위해 존재한다는 시늉이라도 해주어야 한다."
<녹색평론> 김종철 발행인(60·전 영남대 교수)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을 보고 한 말이다. 그는 <녹색평론> 100호 발간 기념으로 1일 오후 부산교대 앞 '공간초록'에서 독자 등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강연회를 열었다.
그는 촛불집회 첫날 서울 청계광장에 나갔다. "산책 삼아 나가면서 얼마나 모이나 궁금했는데 뜻밖이었다"라고 한 그는 "어린이와 젊은 주부들이 특히 많았다. 중앙지도부가 있는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고 즉흥적으로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촛불이 춤을 추는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하나. 잘 잡히지 않는다. 지금까지 해온 사회운동과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10대들이 먼저 나왔다. 쇠고기 수입 문제는 생명이다. 생명의 문제가 사회정치적인 이슈가 되었다. 놀랍고 경악할 일이다."김 발행인은 "숫자가 몇 만 명 모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서울 시민이 다 나왔다고 보면 된다. 하루하루 다르다. 다음 주에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18세기 아프리카에 노예무역을 해서 먹고 사는 왕국이 있었다. 왕이 정치를 잘못하면 추장들이 모여서 앵무새 알을 왕에게 보내준다. 앵무새 알을 보내주면 왕은 무슨 뜻인지 안다. 그것은 왕의 자리에서 내려오라는 뜻이다. 그러면 왕은 방에 들어가서 후궁을 시켜서 자신의 목을 조르게 했다고 한다." 그는 "지금 어린이며 전 연령층을 막론하고 촛불문화제를 대대적으로 열고 있다. 앵무새 알이 한두 개가 아니다"라면서 "상식적으로 이 정도면 정치를 못하는 것이다. 아프리카 왕국 같았으면 대통령은 벌써 물러나야 한다. 어린 아이들이 각성시켜 준 것이기에 고맙기도 하다. 세월이 지나고 나면 중요한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왜 거리에 나왔을까?"라는 질문을 던진 그는 "사람으로 대접받지 못한 것이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시대 속에서 더 이상 못 참겠다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를 먹었을 경우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거의 없다고 한다. 벼락에 맞을 확률과 비교한다. 벼락은 피뢰침이라는 안전대책이 있다. 미 쇠고기는 피뢰침과 같은 안전대책이 있나. 아무런 방지책도 없이 괜찮다고만 말을 하면 되나. 이런 식으로 하면 국가가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