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띠가 엉겨붙은 논의 모가 죽어가고 있다.
이재형
공장에서 발생한 폐유가 모내기를 한 논에 흘러들어 모가 타들어가자 한적한 마을이 발칵 뒤집혔다.
지난 5월 29일 충남 예산군 고덕면 상장리 S공장에서 유출된 폐유로 인근 논(4297㎡)에 심은 모가 죽자 농민들이 강력히 항의하고 나섰다.
마을회관에서 비상회의를 하던 농민들은 “며칠전부터 용수로에 기름띠가 넘쳐나더니 지겹게 울어대던 황소개구리 소리까지 딱 멈췄다, 도대체 기름을 얼마나 버렸길래 이런 일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군 환경과에 연락을 해도 처리하겠다는 말뿐이고, 도무지 개선되는 게 없다. 더 이상 행정도 못믿겠고, 피해당한 농민들은 어쩌란 말이고, 오염된 땅은 누가 책임질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오늘 모가 죽어 발견된 논은 공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지만 이 물을 양수해 쓰는 이일대 수십 만평의 논에 얼마나 피해가 커질지 두렵다”면서 “우리가 가서 항의하니까 수로에 흐르던 기름띠를 흡착포와 유화제를 뿌려 없애다가 도저히 안되니까 아예 포크레인을 동원해 흙을 엎어버렸다”고 주장했다.
유출된 폐유는 S공장의 생산라인 등에서 나온 것인데, 우수관을 타고 논에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공장 부지를 가로지르는 용수로관(논에 물을 공급하는 시설)에 공장 우수관을 연결해 버렸다는 것. 이로 말미암아 비가 오면 1만9835㎡의 공장 부지를 씻어낸 우수가 용수로를 타고 논에 흘러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