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중단 요청
답신이 올 때까지 수입이행 조건 고시 유보"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국내 대기중인 물량도 검역 중단"

등록 2008.06.03 10:45수정 2008.06.0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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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3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긴급 회견을 갖고 "미국측에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출 중단 요청을 할 것"이라고 밝힌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3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긴급 회견을 갖고 "미국측에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출 중단 요청을 할 것"이라고 밝힌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기사대체 : 3일 낮 12시 30분]

 

정부와 한나라당이 3일 미국 정부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요청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재협상에 응할 지 여부가 유동적이고, 이같은 요청이 시간벌기용 '꼼수'라는 비판도 있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3일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에 대한 수출을 중단해주도록 미국 측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정운천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미국산 쇠고기 고시 연기와 관련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민이 가장 우려하는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출을 중단해 주도록 미국 쪽에 요청했고, 이에 대한 미국의 답신이 올 때까지 수입 위생 조건의 고시를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당초 5월 15일로 예정된 행정안전부에 대한 고시 관보 게재 의뢰를 촛불집회 등 여론 악화로 연기해오다, 5월 29일 행안부에 고시 관보 게재를 요청한 바 있다.

 

정 장관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이 중단되고 현재 국내에 검역 대기 중인 물량에 대해서도 검역이 중단된다"며 "국간 간의 선린 우호관계와 신뢰를 유지하면서 해법을 찾아내는 것이 국익과 국민 모두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그 때까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으로서 검역권한을 통해 국민을 안심시켜 드리겠다"고 전했다.

 

언제 미국에 요청?... 엇갈리는 당국자들 말

 

이날 정 장관의 기자회견은 2분 만에 끝났으면, 어떠한 질의응답도 받지 않았다. 농식품부 당국자들의 질의응답도 없었다. 이에 대해 기자들이 "발표 내용이 애매하고,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인데, 질의응답도 받지 않을 거면 왜 기자회견을 했느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후 김현수 농식품부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외교부, 농림부 등이 외교채널을 통해 30개월령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 대해 외교채널을 통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한국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해법을 찾지 못하면, 고시는 계속 연기된다"고 답했다. "통상마찰도 불사한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논의는 계속 되지 않겠느냐, 통상마찰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 대변인은 "농림부 장관이 자기 소견을 가지고 발표를 했고, 이 문제에 대해 책임지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정욱 홍보담당관은 "장관이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책임진다는 것은 사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김 홍보담당관은 "그런 말은 하지 말라"고 대답했다.

 

한편, 이날 농식품부 당국자들은 "미국에 요청을 했느냐? 했다면 언제 했느냐?"는 기자들의 기본적인 질문에 말이 엇갈리거나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등 준비가 안 된 모습을 보였다.

 

농식품부가 기자회견 직전 배포한 장관의 기자회견문에는 "미국 측에 요청하겠다"고 나와 있는 반면, 정 장관이 발표문을 읽을 때 "요청했다"고 말한 것에 대해 기자들이 지적하자 김현수 대변인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한미 쇠고기 협상 대표였던 민동석 통상정책관은 "장관이 요청 했다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언제 했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못했다.

 

고위 당정청협의회 "대외 신인도도 국민 신뢰 잃으면 무슨 소용이냐"

 

이에 앞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총리공관에서 열린 제3차 고위 당정청협의회에서 "쇠고기 협상과 관련해 국민들이 설득이 안 되는 만큼 정부가 머리를 숙이고 국민에게 져야 한다"며 "어제 의원총회에서 '대외 신인도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무슨 소용이냐'는 지적이 나왔다"고 소개했다.

 

전날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의 요구로 쇠고기 장관 고시의 관보 게재가 유보됐는데, 홍 원내대표의 발언은 당 차원의 재협상 요구로 해석됐다.

 

조윤선 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부가 국내 상황을 고려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가용한 외교채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수입되지 않도록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이르면 오후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에게 국내 사정을 설명하고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한 양해를 구하기로 했다.

 

정부·여당으로서는 쇠고기 고시의 관보 게재 연기와 재협상 요청으로 시간을 번 셈이지만, 미국이 재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진퇴양난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한미 관계는 관계대로 더 악화되고 국민들의 대정부 불신도 증폭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들로서는 이명박 정부의 능력과 진정성 모두를 의심하는 형국으로 갈 수 있다.

 

야3당은 일제히 정부의 발표를 비난했다.

 

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내일 있을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여론을 호도하려는 정부여당의 오만불손한 작태일 뿐"이라고 폄하했고,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주권 국가로서 면모를 점점 더 훼손하고 있다"며 "국민을 거지로 아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도 "어줍지 않은 꼼수로 국민의 분노를 무마하려고 한다면 더 큰 국민적 저항을 자초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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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3 10:45 ⓒ 2008 OhmyNews
#정운천 #쇠고기재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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