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넷심에 조중동은 없다...진보 매체 약진 뚜렷

다음 디렉토리 검색으로 본 주요 언론사 인터넷판 페이지뷰 변화

등록 2008.06.03 16:43수정 2008.06.0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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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간의 페이지뷰를 분석해본 결과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쇠고기 국면을 맞아 약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 다음디렉토리

한 주간의 페이지뷰를 분석해본 결과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쇠고기 국면을 맞아 약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 다음디렉토리

거리에서는 경향, 한겨레, 오마이뉴스가 수위...조중동은 꼴찌

 

제17대 대통령 선거 당시 전라도 아이들에게 "대통령 누가 될 것 같으냐?"고 물으면 하나같이 "정동영이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촛불집회가 연일 이어지는 거리에 가면 언론사의 영향력이 완전 뒤바뀐 것 같다. 하나 같이 '조중동은 언론사도 아니다'라고 대답하면서 '신문사는 경향, 한겨레, 오마이뉴스, 방송사는 MBC'라고 평가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50대 주부는 "얼마 전에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에게 18원씩 송금하고 영수증은 등기로 받자는 운동이 전개됐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알지 않느냐? 그런데 조선일보에서는 '심재철 의원에게 열화와 같은 성원이 이어지고 있다'는 식으로 쓰더라"라고 하며 어이없어 했다.

 

집회장에서 만난 대학생은 "<조선일보>에만 가면 집회 숫자가 1/10로 줄어들어 있더라"며 참여자 숫자 보도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30대의 한 직장인은 "얼마 전 <조선일보> 인터넷판 메인 화면에 '시위대 3000명이 밤을 새워 농성'이라고 제목을 달아놨더라. 제목으로 따져보면, 보는 사람에 따라서 '그날 집회에 3000명 정도가 참여했는지 끝까지 밤을 샌 사람이 3000명인지 모르게 해놨다. 보도행태가 몹시 교묘하다"고 구체적인 사례를 낱낱이 지적했다.

 

그래서 그런지 거리행진이 조중동 앞을 지나갈 때면 "조중동은 찌라시" "불꺼라" 따위의 구호를 꼭 하고 지나갔다. 6월 1일 벌어진 광화문 충무공상 앞 집회에서 경찰 버스 위로 기자들이 올라가 있었는데, 시민들이 "조중동은 내려와"라고 외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조중동에 광고를 게재한 광고주들에게 압력을 가해 사과 성명을 받는 등 조중동에 대한 혐오감이 커지고 있다.

 

경향과 한겨레, 오마이뉴스는 왜 그렇게 좋게 평가하는지 물어봤다. 40대 주부는 "무엇보다 시민들의 성난 목소리를 지면에 담으려고 한 것이 가상했다"고 말했다. 40대 중반의 직장인은 "집에서도 오마이뉴스 생중계를 보고 있다. 지상파 방송에서 이런 것을 해줘야 하는데 아쉽다"며 오마이뉴스의 현장 생중계를 칭찬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은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매체들이 해법에 대한 연구를 통해 심층보도를 해줄 것을 요구했다. 거리의 민심을 따라다니기만 하지 말고 뭔가 내놓으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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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지의 약진도 인상적이다. 시사IN과 한겨레21이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 다음디렉토리

주간지의 약진도 인상적이다. 시사IN과 한겨레21이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 다음디렉토리

다음 디렉토리 검색으로 본 언론 매체의 인기도 분석

 

이런 현상은 인터넷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다음 디렉토리 검색을 보면 가장 상승폭이 큰 매체는 뉴스메이커(3050)로 무려 1247단계 상승했다. 그 다음으로는 시사IN(2495), 671단계 상승했다. 이어서 한겨레21(1437)은 611계단 상승, 오마이뉴스(106)는 77계단 상승, 한겨레신문(145)은 57계단 상승, 경향신문(208)은 21계단 상승이다. 사실상 이 다섯 매체가 여론을 주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서 조선일보(34)는 1단계 하락, 중앙일보(43)는 1계단 상승, 동아일보(71)는 1계단 상승으로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도표를 보면 5대 일간지의 페이지뷰 증가 양상이 대조적인 것을 알 수 있다. 경향, 한겨레 등 최근 여론을 이끌고 있는 진보매체는 인기가 그야말로 '급상승'중인 데 비해, 조중동은 지리멸렬하다. 다음 디렉토리 검색은 한 주마다 순위가 출렁이며 조중동의 절대 페이지뷰와 순위가 크기 때문에 변화의 여지가 별로 없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가시적으로 드러난 그래프 자체는 부정할 수 없다. 한편 경향신문의 주간지인 뉴스메이커와 한겨레의 주간지 한겨레21, 시사주간지 시사IN의 약동도 인상적이다. 특히 시사IN은 블로거팀을 가동해 정기구독자와 옛 시사모 회원들을 다시 불러모으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시사IN은 두 달만에 한겨레21을 따라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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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쇠고기 국면이라는 폭발적인 이슈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페이지뷰가 떨어지거나 제자리 걸음인 것으로 확인됐다. ⓒ 다음디렉토리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쇠고기 국면이라는 폭발적인 이슈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페이지뷰가 떨어지거나 제자리 걸음인 것으로 확인됐다. ⓒ 다음디렉토리

언론도 미디어 영향력 변화 주시해

 

경향신문은 6월 2일자 24면 <설원태의 미디어돋보기>에서 "국내 미디어 세계에서 매체별 영향력의 서열이 곧 바뀔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설원태 선임기자는 진보언론이 네티즌과 이슈를 공유하는 데 비해 보수언론은 괴담이나 배후음모론 등의 보도를 통해 반감을 산 데서 원인을 찾았다. 보수언론은 이미 '의제 설정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시사IN도 38호 <'그해 5월' 촛불정국 한복판에 경향신문이 있었다>를 내보냈는데, 지난해 하루 평균 9부에 그쳤던 경향신문의 정기구독 신청이 5월 15일에만 228부, 16일은 319부, 17일 417부 등 5월 한달 동안만 5000부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서 경향신문 송영승 편집국장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한미FTA와 쇠고기 개방의 문제점을 비중있게 보도하여 오피니언 리더에게 신뢰를 얻었던 것이 이번에 일반 독자에게까지 넓혀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미디어평론가 백병규씨는 "경향은 과도하다고 생각할 만큼 노무현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일찍부터 선명한 정체성을 확립해 갔으며, 2006년 9월 '진보개혁의 위기' 시리즈 등 지속적인 기획물을 통해 독자들의 인정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같은 호에는 <네티즌에게 욕먹고 아마추어에게 밀리고, 조중동의 '잔인한 5월'>이라는 기사가 나갔다. 조중동이 헛발질을 하는 동안 다음 아고라와 1인 미디어가 대활약을 펼쳤고 진보매체는 이런 목소리를 성실하게 보도했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조중동이 얼마나 세상의 변화에 둔감한지 비판했다. 조중동의 파워가 예전만 같지 못하며 특히 5월은 그 정점이었다고 분석했다. 조중동에 대한 광고 불매운동과 경향,한겨례에 대한 응원광고와 자발적 구독운동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조중동의 아성은 아직도 건재하며, 진보매체와 네티즌들의 대약진은 조그마한 움직임을 보인 것에 불과하다.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변화를 누가 더 잘 읽고 영민하게 대응할 수 있느냐에 따라 미디어지형의 운명이 결정난다는 사실이다.

 

조중동은 너무 늦고 네티즌은 너무 빠르다.

2008.06.03 16:43 ⓒ 2008 OhmyNews
#조중동 #경향신문 #한겨레 #시사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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