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강적들>, '욕심은 많았지만...'

등록 2008.06.04 11:06수정 2008.06.0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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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재료를 담아내려다 이도저도 아닌 맛이 된 요리.’ 지난 3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린 KBS 월화 미니시리즈 <강적들>(강은경 극본, 한준서 연출)을 총평할수 있는 표현이다.

<강적들>은 16부작이라는 짧은 호흡 동안 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었다. 초반에는 청와대 경호관들의 이야기를 다룬 ‘전문직 드라마’의 분위기로 출발하는 듯 하다가, 중반에 접어들며 남녀주인공의 삼각관계를 다룬 전형적인 트렌디 멜로로 선회했고, 두 남자주인공간의 비밀이 밝혀진 후반부에는 화해와 용서로 귀결되는 가족주의 휴먼드라마로 마무리지었다. 경호관들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스토리 중간중간 액션과 미스터리도 양념처럼 곁들여졌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않은 청와대 경호관들의 직업적 세계를 조명했다는 점, 반항기 넘치는 사고뭉치 대통령 아들 수호(이진욱)와, 책임감 투철한 경호관 영진(채림)-관필(이종혁)간의 팽팽한 신경전을 다룬 초반부 구성 등은 꽤 흥미진진했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작위적인 설정과 단조로운 구성은 오히려 소재의 흥미를 점점 반감시켰다. 수호의 기억상실, 꽃님이를 둘러싼 출생의 비밀, 수호-영진-관필의 삼각관계 등 이미 기존의 트렌디 드라마에서 숱하게 보아왔던 설정들이 너무나 익숙한 패턴으로 재탕되며, 보지않아도 다음 줄거리가 짐작될 만큼 뻔한 전개는 극의 긴장감을 떨어뜨렸다.

매번 사건이 일어났다가 해결되는 방식도 지나치게 안이했다. 극 초반부에서 수호를 보호하려다 난투극에 휘말린 영진은 폭력배들에게 잡히고도 그냥 풀려나고, 같은 시간 수호와 관필은 영진을 위험 속에 내버려두고 정작 엉뚱한 곳에서 입씨름을 하고 있는 식이다.

혼외자녀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징계위기에 처한 관필은 영진의 증언 한 마디로, 수호와 영진의 스캔들은 갑작스런 변심한 기자의 양심고백으로 위기가 한방에 해결된다. 현실성을 잃고 억지스러운 우연의 남발과 감상적인 이야기 전개가 많아질수록 스토리는 유치해진다.

수호와 관필의 오해가 풀리게 되던 시점에서 사실상 스토리는 더 이상의 동력을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로 인하여 결국 드라마  후반부에서 가장 뜬금없는 캐릭터로 치닫는 인물이 바로 남도우(이건)다.


그저 ‘이유없는 악역’의 전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남도우는 맹목적으로 주인공들을 괴롭히는 직장 상사에서, 마지막회에는 결국 테러범으로까지 추락한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음에도 영진이 자진하여(?) 총에 맞는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기위해 억지스럽게 끼워넣은 느낌을 지울수 없다.

삼각관계로 얽힌 세 명의 주인공과 그들의 가족사에 이르기까지 결과적으로 드라마는 너무 많은 내용을 동시다발적으로 풀어내려다가 결국 어느 것 하나도 깊게 파고들어가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마무리된다. 


수호만이 아닌 대통령 가족들의 일상생할 , 청와나 경호실 사람들에게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 등 굳이 어설픈 멜로나 가족사가 아니더라도 담아낼수 있는 풍부한 이야기가 있었지만, <강적들>은 처음부터 ‘전문직 드라마’를 목표로 하지 않았다. 특히 대통령 역의 이덕화나 영진 부친 역의 오광록, 할아버지 역의 임현식 같이 개성넘치는 중견배우들을 대거 출연시키고도 이들의 캐릭터나 스토리를 거의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은 <강적들>에서 가장 아쉬운 점 중 하나다. 

그러나 주연배우들의 매력적 연기는 아쉬운 이야기에 그나마 힘을 불어넣는다.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채림은 중성적이면서도 귀여운 여성성을 풍기는 여성 경호관 차영진의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호연했다.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하여 전작을 통하여 ‘세련된 도시남’의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는 이종혁도 냉철한 책임감과 따뜻한 인간미을 오가는 유관필의 캐릭터에 생기를 입혔다.

무뚝뚝하지만 누구보다 부하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인간적인 경호실 과장 역할을 소화한 마동석은 조연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로 남았다.

드라마는 한준서 감독의 전작인 <경성스캔들>에서 주연을 맡았던 류진과 한고은이 마지막회에서 카메오로 우정 출연하며 시선을 모았다. 두 배우는 <경성스캔들>에게 맡았던 극중 캐릭터인 '이수현'과 '차송주'를 그대로 재현하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그러나 정작 <강적들>은 전작이 보여준 재기발랄한 상상력과 탄탄한 구성을 재현하지 못한 채, 소재주의에 그친 범작으로 그쳤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강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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