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의 책도장
이지아
- 먼저, 꿈에 조금 집착하는 것 같다. 예전에는 '다몽(多夢)'이란 이름을 짓더니, 요즘은 '이루리'란 이름을 지었다. 무언가를 이룬다는 뜻이라고 하는데, 현재 꿈은 무엇인가. "나의 꿈은 마흔 살까지 사는 것이다. 남들에겐 당연한 일이 내게는 꿈이다."
- 만약 마흔까지 산다고 가정한다면, 어떤 꿈이 있는가. "첫째, 유학을 가고 싶다. 일본이나 동남아에 가서 전통 음식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다.
둘째, 일본어를 배워서, 일본에 있는 좋은 책들을 소개하는 일을 하고 싶다. 또 일본 여행 가이드 북을 새로 써보고 싶다. 지금까지 나온 가이드 북들은 알려진 곳만 계속 반복해서 소개하고 있다. 나는 가이드북에 나오지 않는, 일본 사람들만 아는 좋은 곳들을 소개하고 싶다. 지금, 후지산을 가려고 하면 우리 나라 가이드북에선 그 정보를 찾기가 조금 힘들다. 일본 대표 산인데도 말이다.
셋째, 요리를 배워서 세상을 떠돌고 싶다. 어느 곳에도 정착하지 않고."
- 세상을 떠돌고 싶다고? 진짜 너무 꿈같은 이야기 같다. 진짜 마흔까지 산다면 가능하긴 한가."가능 못할 건 없다. 꿈은 크고 많이 꿀수록 좋다. 그 중에 하나는 이루어질 테니깐. 요리를 배우면 일자리를 찾기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일자리를 구할 수 있으면 계속 여행할 경비를 모을 수 있다. 그 외에는 세상을 떠돌 능력이 없다. 로또가 되지 않는 이상. 돈도 없고 잘하는 것도 없고."
마흔까지 사는 거, 그게 내 꿈이에요- 그럼 지금까지의 꿈은 무엇이었나. "세상을 방황하는 것."
- 왜? 무엇이 좋아서? "그냥 많은 다른 곳을 보고 싶어서. 그냥 궁금하니깐. 다양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니깐."
- 어렸을 때 꿈은?"초등학교 때, 기억은 안 나지만, 그냥 회사원, 그리고 글 쓰는 사람."
- 글 쓰는 사람? 왜?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했나? "그냥 겉멋이 좀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그냥 직장인. 남들처럼 변호사니, 과학자니 하는 큰 꿈이 없었다. 그냥 돈 벌면서 사는 것이 꿈이었다."
- 사회인이 되고 나선 미용기술도 배우고, 캐드도 배우고 이것저것 배운 것으로 안다. 그리고 그 최고봉은 공연예술학교를 다닌 것이었는데 어떤 것이었나?"공연예술학교는 제일 많은 돈을 들여서 다녔다. 전반적인 공연 기획, 연출, 공연산업에 대해 공부했다."
- 그런데, 왜 그쪽으로 나가지 않았나. "내가 여유만 있었으면, 한 달에 몇 푼 되지 않는 돈이라도 받으면서 공연 쪽 일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때 돈도 없었고, 배도 고파서 적은 돈을 받으면서 그 쪽 일을 계속할 수 없었다."
- 처음엔 왜 하고 싶었나? "직장 다닐 때 처음 공연을 보고, 연극, 뮤지컬 등 공연을 정말 좋아하게 되었다. 공연 기획 같은 걸 하면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물론 착각이었는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기획을 하려면 언어능력도 뛰어나야 했고, 학벌도 어느 정도는 되어야 했다. 그리고 3년 전만 해도 그렇게 일할 수 있는 기획사들이 많지 않았다. 공연기획을 할 수 있는 기획사들 말이다."
- 그럼 기획이 잘됐다거나 괜찮다고 생각하는 공연은? "오래전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몇 년 전 공연계는 사람들이 프로정신이 별로 없다고 느껴졌다. 그냥 대충해도 되겠지, 하는 생각이 3년전 만 해도 있었던 것 같다. 무대장치도 완벽하지 않았고, 배우들도 비싼 돈 주고 보는 관객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느꼈다.
늦게까지 술 마시고 나쁜 컨디션으로 무대에 서고, 좋지 않은 목소리로 노래하고 그러면서 사과도 하지 않았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다. 지금은 공연을 거의 보지 않아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한창 공연을 볼 때는 웬만한 연극, 뮤지컬은 다 봤다. 그 중에서 제일 처음 봤던 <오페라의 유령>이 제일 좋았던 것 같다. <오페라의 유령>을 보고 공연 보는 재미를 알았다."
팬질, 그게 어때서? 재미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