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메이커'의 여정6.15 남북공동선언 5주년 기념행사에 정부대표단으로 참석한 임동원 전 국정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17일 가진 오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통일부
임 전 장관은 우선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이 기회에 두 정상간 비상연락망을 마련하는 게 어떻겠습니까?"라고 제의하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그거 좋은 생각입니다. 그렇게 합시다"라고 동의했으며 "북측의 적극적인 호응에 힘입어 (회담) 4일 후에는 이 핫라인이 정식 개통할 수 있게 됐다"고 공개했다.
그는 특히 "이렇게 만들어진 양 정상간 비상연락망은 '국민의 정부' 마지막 날까지 계속 유지되면서 남북문제 해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며 "개인적으로는 이 핫라인의 개설이야말로 정상회담 최대의 성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이를테면 2002년 6월 서해에서 교전이 발생했을 때는 북측이 이 채널을 통해 "이 사건은 순전히 아랫사람들끼리 우발적으로 발생 시킨 사고였음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유감이다"라는 긴급 통지문을 보내왔다. 우리 정부도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보장하라"는 회신을 보내는 등 남북관계의 고비 때마다 핫라인이 가동됐다고 임 전 장관은 설명했다.
북한은 당시 "서해상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무력충돌 사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러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는 김령성 장관급회담 단장 명의의 전화통지문을 남측에 보내왔다. 이는 핫라인을 통한 요구에 응한 셈이다.
남한의 국가정보원과 북한의 통일전선부 사이에 개설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핫라인은 김대중 정부에서뿐 아니라 노무현 정부에서도 활용됐다. 특히 제2차 남북정상회담(2007년) 성사 과정에도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일성, 미국에 김용순 특사 보내 "미군 계속 주둔해 달라"김일성 주석이 1992년 초 미 공화당 정부 시절에 김용순 비서를 미국에 특사로 보내 "미군이 계속 남아서 남과 북이 전쟁을 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새롭게 밝혀진 내용이다.
2000년 6월 14일 오후 평양 백화원에서 4시간 동안 진행된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통일 후에도 주한 미군의 계속 주둔이 필요하다는 김 대통령의 주장에 동의를 표시했다. 그러면서 흥미로운 발언을 했다.
"대통령께 비밀 사항을 말씀 드리겠다. 1992년 초 미 공화당 정부 시기에 김용순 비서를 미국에 특사로 보내 '미군이 계속 남아서 남과 북이 전쟁을 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해 달라. 동북아시아의 역학 관계로 보아 조선반도의 평화를 유지하자면 미군이 와 있는 것이 좋다'고 요청했었다."이는 미군이 계속 주둔하되 "북한에 적대적인 군대가 아니라 평화유지군 같은 역할을 해 주기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는 의미다. 김 대통령이 "그런데 왜 언론 매체를 통해 미군 철수를 주장하느냐"고 묻자 김 위원장은 "우리 인민들의 감정을 달래기 위한 것이니 이해해 주기 바란다"고 답변했다.
김정일 "주석님은 소련제 구형 심장박동기와 소련 의료진 탓에 급사"1994년 7월 무산된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언급하다가 김일성 주석의 사망 경위로 화제가 옮겨 갔을 때 김 위원장이 밝힌 사망 원인도 처음 밝혀진 내용이다. 당시 일부에서는 김 주석이 김영삼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스트레스를 받아 급사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