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 of Bush'?...한국 뺨치는 미국 시위 구호

[USA엿보기] 미국에서 본 촛불 시위의 해학

등록 2008.06.09 17:27수정 2008.06.1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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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미국 시간으로 지난 7일(토) 딸애가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하여 약속장소까지 자동차로 태워다 주기로 했다. 약속장소로 가는 도중이다. 앞의 승용차 뒤쪽 범퍼에 부착돼 있는 스티커가 보인다.

 

처음 눈에 들어 온 것은, Vote와 Bush 이 두 글자였다. "부시에게 한 표를!" 인가. 재수 없다. 오늘. 그런데 다시 보니, 그 밑에 'Out'이란 글자가 있다.

 

Vote

Bush

Out!

 

"투표를 통해 부시를 아웃시키자"는 스티커다. 아마 지난 미 대선 때 스티커인 듯한데 아직까지 차에 붙이고 다닌다면 어떤 사람인지 알 만하다.

 

뭐 이런 종류의 스티커나 구호는 미국에서(특히 버클리 쪽에서는) 매우 많이 봤으므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사거리에서 정지 신호등을 만나 앞차와 바로 근접하여 잠깐 세우게 됐다.

 

자세히 보니 Bush라는 단어 앞에 작은 포인트의 글자가 있다. 'Son of' 라는, 이어서 읽으면 'Son of Bush'가 된다. 혼자 파안대소(破顔大笑) 했다. 웬만해도 잘 웃지 않던 아빠가 소리를 내어 웃으니 궁금한지 딸애가 "왜 그러시냐?" 묻는다.

 

지난 대선 때 공화당 대선 후보가 '부시(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의 아들인 '조지 워커 부시'였으므로, 그를 'Son of Bush'라 표현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오히려 정확한 표현인 셈. 문제는 그 어감인데,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욕 중 하나가 'Son of a Bitch'가 아닌가.

 

우리나라도 치면 '개**(*자식)'라는 말과 유사하다. 약자도 S.O.B로 쓰인다. 'Son of Bush'를 누가 고안해냈는지는 모르지만,  이를 보거나 읽으면 자연스럽게 'Son of a Bitch'가 연상되게끔 했다.

 

"이거 국가원수 모독죄에 해당하지 않나?"

 

딸애를 약속장소에 데려다 주고 오면서 줄곧, 혼자, 오랜만에 웃었다. 그리고 8일 또 다른 스티커를 본다. 이 자동차 또한 뒷 범퍼 좌측에 스티커를 붙였는데, 내용은 이렇다

 

'Endless War'

 

그런데 'Endless'라는 단어 중 '~less' 부분에 사선을 치고 대신 그 위에 'this'라고 써 놓았다. 이러면 'Endless War'가 'End this War'로 바뀌게 된다. '끝없는 전쟁(Endless War)'을 획책하고 있는 부시 정부를 향해, 당장 '이 전쟁을 멈춰라(End this War)'고 일갈하고 있는 것이다.

 

이 카피는 이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전달해 주는, 매우 기발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매우 과격한 주장임에도 이렇게 읽는 이로 하여금 넉넉한 웃음을 짓게 하는 카피들을 보면서, '해학'이란 게 바로 이런 거구나 생각한다.

 

촛불집회 한국에 있는 지인에게서 오늘 받은 사진. 직접 찍은 사진이라는데 사진 속성을 보니, 지난 5월 28일 오전 6시 54분에 찍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엄마와 함께 온 초등생인 것 같다는데, 밤을 꼬박 샌 것일까?
촛불집회한국에 있는 지인에게서 오늘 받은 사진. 직접 찍은 사진이라는데 사진 속성을 보니, 지난 5월 28일 오전 6시 54분에 찍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엄마와 함께 온 초등생인 것 같다는데, 밤을 꼬박 샌 것일까? MBW
▲ 촛불집회 한국에 있는 지인에게서 오늘 받은 사진. 직접 찍은 사진이라는데 사진 속성을 보니, 지난 5월 28일 오전 6시 54분에 찍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엄마와 함께 온 초등생인 것 같다는데, 밤을 꼬박 샌 것일까? ⓒ MBW

최근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촛불시위 현장에서도 이런 표현이 무수하게 등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1일인가? 촛불시위 현장에 물대포가 처음 등장했다는 날. 물대포 세례를 흠뻑 맞은 시위대에서 나온 말이란다.

 

"온수!! 온수!!!"

"야~ 춥다! 따뜻한 물로 쏴라!!"

"세탁비! 세탁비!!"

"수도세는 니가 내!! 수도세는 니가 내!!"

"샴푸!! 샴푸!! "

- 출처 : 정책반대시민연대 (cafe.daum.net/OurKorea)

 

"물대포가 안전하면, 니네 집 비데로 써라!"

- 아고라에서 본 촛불집회 최고의 구호! (cafe.daum.net/wondercuty/Dn9Z/352945)

 

이 정도면 한국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다. 예전 운동권이 중심이 된 시위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발랄하기 짝이 없는 피켓, 구호가 말 그대로 '난무(亂舞)'하는 것을 보며.

 

"이건 '촛불집회'가 아니라 '촛불잔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주의 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6.09 17:27ⓒ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제주의 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촛불집회 #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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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부탄과 코스타리카를 다녀 온 후 행복(국민총행복)과 행복한 나라 공부에 푹 빠져 살고 있는 행복연구가. 현재 사)국민총행복전환포럼 부설 국민총행복정책연구소장(전 상임이사)을 맡고 있으며, 서울시 시민행복위원회 공동위원장, 행복실현지방정부협의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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