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민주당, 6·10 이후 '거리국회' 떠날 준비를 하라

등록 2008.06.09 20:01수정 2008.06.09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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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10일. '그날의 함성'을 재현하고픈 이들이 내일(6월 10일)을 '결전의 날'이라고 여기며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뒤늦게 시민들 목소리에 끼어든 각 야당들도 내일 있을 '제2의 6·10항쟁'이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지 주목하고 있다. 이 와중에서 18대 국회 등원을 거부하고 '거리국회'를 구경(?)하는 통합민주당(이하, 민주당)에게 다시금 한 마디 하려고 한다.

 

등원을 주저하는 통합민주당에 필요한 건 명분이 아닌 실력

 

'제2의 6·10항쟁' 가능성을 두고 잠시 침묵하고 있는 6월 9일 대한민국. 18대 국회 개원식이 예정되었던 6월 5일이 벌써 나흘 전 일이 되었다. 내일부터 다시 끓어오를 촛불문화제를 생각해 볼 때, 18대 국회 정상화 시기는 더욱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국회와 정치에 대한 불신 정도와 상관없이, 국회 파행이 지속되면 이에 대한 책임에서 여당과 야당 모두 거기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등원할 것인가, 장외투쟁을 지속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통합민주당(이하, 민주당)에게만 있는 건 아닐 게다(참고. <'등원'이냐 '장외'냐...>/프레시안). 당 규모에 상관없이, 그리고 여·야 상관없이 누구나 고민하는 부분이다. 문제는 제1야당 민주당이 진 책임이 여타 야당들과는 매우 다르다는 데 있다.

 

민주당은 지난 정부와 열린우리당에 대한 '콤플렉스'가 상당하다. 지금도 그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섣부른 '과거사' 논쟁(?)을 하지 않기 위해서인지, 민주당은 참 무색무취식 행동을 많이 보여왔다. 민주당이 5월 한달 내내 대한민국을 달군 시민들 틈에 쉽사리 끼어들지 못한 데에는 그들이 지닌 어쩔 수 없는 '과거사'도 많이 작용했다.

 

여타 야당들은 거리 시민들과 언제까지고 함께 한들 크게 문제될 게 없다. '힘 없는 야당'들이 시민들 틈에 과감히 끼어드는 것에 대해 시민 다수가 환영할 정도이다. 그러나 민주당 처지는 이와는 사뭇 다르다. 각 야당이 거리에 나서든 국회로 돌아가든 그 명분을 제시해야 할 책임은 오로지 민주당에게 돌아간다. 제1야당인 데다가 지난 정부의 유산에 대한 책임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17대 국회 마지막에 현 정부와 한나라당에 휘둘린 민주당은 18대 국회 시작과 함께 제1야당이라는 '양날의 칼'에 다시 휘둘리고 있다. 실력있는 야당에 대한 환상과 책임지는 야당에 대한 두려움이 교차하는 것이다. 선뜻 거리에 나서지 못한 민주당이 이제는 선뜻 국회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미 거리 한복판에 나선 민주당은 이제 다시 국회로 돌아갈 날을 준비해야 한다. 또한, 민주당은 정치적 명분을 찾기보다는 18대 국회에서 해야 할 일에 대해서 '로드맵'을 짜는 일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양날의 칼'을 쥔 민주당이 할 일이다.

 

현 정부와 한나라당은 적어도 현재로선 국민 다수를 대변하지 못한다. 제1여당 민주당이 잘하면 여당 지위를 손에 쥘 수도 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18대 국회 틀을 어떻게 만들어가느냐에 따라 민주당은 실력있는 야당과 책임지는 야당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나갈 수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을 보며, 통상교섭권에 관한 재논의 필요성을 다시금 떠올려본다. 정부간 협상에 대해 국회의 역할이 너무나 미미한 대한민국 국회의 위상을 재조정하는 일에 민주당이 앞장 설 수 있다면 이는 18대 국회 최대 결과물 한 가지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자부심 역시 민주당이 가져갈 수도 있을 게다.

 

'경제' 대통령이 이끌어가는 현 정부를 생각해서라도, 민주당은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로드맵'을 준비하여 18대 국회에 뛰어드는 게 장기적으로 더 큰 수확을 얻을 수 있을 게다. 권리보다는 책임이 앞서는 제1야당의 거리 시위가 환영받는 기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임을 명심하고, 민주당은 시민들의 지지를 받는 이 때에 18대 국회 밑그림을 준비하고 여당보다 먼저 제시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이를 통해, 민주당이 18대 국회로 들어가는 명분도 쌓고 시민들 지지도 계속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거리국회'에 뒤늦게 나선 민주당이 18대 국회 등원에 발빠르게 대처하길 바란다.

2008.06.09 20:01ⓒ 2008 OhmyNews
#통합민주당 #18대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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