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명 분 식사를 준비한 뒤 나온 쓰레기. 이 쓰레기들은 옥상으로 올라가 지렁이 밥이 되고, 분변토는 다시 거름이 된다.
김대홍
쓰레기통 쪽으로 갔다. 주먹만한 통에 쓰레기가 담겨 있다. 역시 있긴 있었다. 최 부장에게 물었더니, 저녁에 한 회원이 오렌지를 사와서 생긴 껍질 쓰레기란다. 원래 껍질 쓰레기가 생기는 음식물은 이 곳에 가져오지 못하게 돼 있는데, 신입회원이 저지른 실수라고 말한다.
이런 일이 생기면 즉각 대책위가 뜬다. 누가 언제 해당 물건을 사왔고, 어떤 자리에서 먹었는지 살펴본 다음,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만든다.
"달걀 껍질은 어떻게 하나? 껍질까지 먹을 수는 없을 텐데. 조개류도 껍질쓰레기가 생기지 않나?"라고 물었다. 최 부장이 싱긋이 웃더니 "육식류(해산물 포함)는 여기서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곳에서 삶은 소박하게 먹기가 시작"이라면서 "먹을 것 다 먹고 살 수는 없다"고 말했다.
- 그래도 먹고 싶지 않나. 말이 쉽지 실천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닐 텐데."모든 게 습관이다. 습관을 바꾸면 배불리 먹는 삶, 고기 많이 먹는 삶을 멀리 해도 아무렇지 않다. 여기서 10년째 사는 분들이 있다. 10년 동안 고기 한 점 안 먹었는데, 아주 건강하고 힘 쓰는 데도 문제없다. 가끔씩 밖에 나갈 때 내가 먹는 게 특별하구나 느끼지, 이 곳에 있으면 전혀 느끼지 못한다."
- 습관 바꾸는 게 쉬웠다면 세상 사람 모두가 다 했을 거다."혼자서는 힘들다. 여럿이 하면 된다. 함께 하면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혼자서 하다 보면 귀찮아지고, 그러다보면 비닐로 된 1회용 음식 사먹게 된다. 이런 모임이 필요한 이유다."
정토회가 쓰레기 '0' 운동을 시작한 것은 2001년, 빈그릇 운동을 시작한 것은 2004년부터다.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이 운동은 지금까지 떠들썩하진 않지만 성공리에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초·중·고등학교와 기업, 지자체 등에서 정토회 자문을 받아 빈그릇 운동을 진행 중이다. 한 학교는 음식쓰레기로 밭을 가꾸고, 생태숲까지 꾸밀 정도로 열심이다.
완벽한 관리는 불가능, 스스로 받아들일 때까지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