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하려면 시민의 뜻을 받아들일 준비를 했어야
지난 촛불 집회에 시민들과 대화하겠다면서 나온 것을 보면 아마도 정운천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과 뜻을 같이 하는 쪽인 듯하다. 그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가? 무릎이라도 꿇겠다는 심정으로 온 것이라고? 정말 그랬다면 그에게 발언 기회조차 주지 않은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정말 그러한 목적으로 나왔다면 더욱더 그 자리에 와서는 안 되었다.
만약 국민들 앞에서 미안한 마음에 무릎이라도 꿇겠다는 심정으로 왔다면 그 무릎을 꿇는 방향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그 방향은 국민을 향해서가 아니라 대통령을 향해야 했던 것이다.
국민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대통령 앞에 삼일밤낮을 무릎 꿇고 앉아 재협상하자고 매달려야 하는 것이 진정으로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는 길이 아니겠는가. 그렇지 않다면 정운천 장관은 계속해서 이명박 대통령의 뜻을 대변할 것이고, 그것은 곧 시민의 목소리와 계속해서 평행선을 달리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무려 한 달이 넘도록 계속된 국민들의 애끓는 애원에도 앵무새처럼 같은 말로 대답할 것이 분명한 그에게 시민들은 발언 기회를 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가 어떤 말을 한다 해도 이명박 대통령 뜻이 바뀌지 않는다면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한번 안 들어준 시민 탓해서야...
그래서 나는 감히 이렇게 주장하고 싶다. 분명 정운천 장관에게 발언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국민들 마음을 마땅히 이해해주어야 한다고! 굳이 정운천 장관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자회견을 통해 해도 되는 것이었다.
그것이 지금껏 이어온 똑같은 말의 반복이 아니라 획기적인 것이라는 전제하에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래서 나는 정운천 장관에게 발언할 기회를 주지 않은 국민들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대학생 시절 내내 "등록금 동결"을 외쳤지만 "물가 인상(사실을 물가 인상보다 더 올리는 경우가 많음) 탓"이라거나 "등록금이 비싸면 장학금 타라"라는 등의 똑같은 내용을 4년 내내 들었던, 아니 지금까지 대학교들이 똑같은 논리를 펴는 것을 보면서, 정운천 장관을 막아선 국민들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분명히 느껴졌다.
앵무새처럼 똑같은 내용을 말한다 할지라도 인내심 있게 들어주는 국민들이었다면 더 멋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국민들은 이미 하루에 한 번씩 30번은 넘게 대동소이한 말을 들어왔다. 좋은 말도 자꾸 들리면 질린다는데 말이다. 30번 넘게 얘기해도 안 들어준 정부보다 1번 안 들어준 국민들이 너무하다라고 비판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가 아닐까?
2008.06.11 12:10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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