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차 정부 지원, 진짜 '실용'이 필요할 때

한국은행 보고서 "친환경 자동차 기술 낮아... 적극 지원 필요"

등록 2008.06.12 11:01수정 2008.06.1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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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미래형·친환경 자동차 기술 수준은 주요 자동차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낮은 실정이다. 특히 원천기술 수준이 크게 낮아 향후 친환경 자동차 시장이 성장할 경우, 상당 수준의 로열티 지급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한국은행이 국내 친환경 자동차 산업과 관련하여 주목할만한 보고서를 내놨다. 지난 1일 한국은행은 '자동차 산업의 현황과 과제'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친환경 자동차의 고비용·고위험 R&D 투자를 지원하고, 관련 부품 산업을 육성하며, 수요 기반 확충을 위한 조세·금융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  현대자동차의 베르나 하이브리드

현대자동차의 베르나 하이브리드 ⓒ hyundai-motor.com



국내 내수시장 규모 취약, 가격 경쟁력 때문

우선 한국은행은 친환경 자동차 시장 확대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고유가 지속, 주요국의 환경과 안전에 대한 규제 강화 등으로 향후 친환경자동차 비중이 계속 높아질 것으로 보여 하이브리드·연료전지 자동차의 개발 및 상용화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며 "특히 원천 기술 등 핵심 기술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은 산업연구원 자료를 인용하여 "우리나라 하이브리드 자동차 기술은 일본의 65%, 연료전지 자동차 기술은 일본·미국의 70%, 지능형 자동차 기술은 독일·일본의 60%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내수시장 규모가 취약하여,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은 국내 내수시장 규모가 취약한 이유 중 하나로 가격 경쟁력을 꼽았다. "모터, 인버터, 배터리 등 전기부품 및 전용 엔진이나 브레이크 등 하이브리드 자동차 부품과 관련하여 국내 부품업체의 기술 수준 및 양산 기반이 취약한 반면 수입부품은 매우 고가인데 기인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2009년 이후 친환경 자동차의 상용화를 위하여 구매 및 소유자에 대한 경차 수준 또는 그 이상의 각종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한국은행은 "주요국들은 친환경 자동차 개발 및 보급을 위해 세제나 정부보조금 등 적극적인 지원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의 친환경차에 대한 지원은 미국, 일본, 유럽 등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정부 지원 확대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a  친환경 자동차 주요국 정부지원 현황

친환경 자동차 주요국 정부지원 현황 ⓒ 한국은행



업계 "부품업체 R&D 예산 확대해야"

이와 같은 한국은행 보고서는 국내 자동차 업계의 친환경 자동차 개발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 의식을 함축하고 있다. 그동안 업계는 각종 분석을 통해 세계적으로 친환경 자동차 비중이 계속 높아질 것인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정부에 요구해왔다.

최근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가 분석한 미국 시장동향을 보면 "미국 시장에서 가솔린차의 판매 비중은 감소하는 한편, 친환경차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특히 지난 4월의 경우 "신차 판매 중 친환경 하이브리드차의 시장 점유율이 3.0%를 넘어서는 등 급속히 성장하고 있지만, 가솔린차는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했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2010년 하이브리드차와 연료전지차 판매비중은 각각 15%와 5%로 늘어나는 반면, 가솔린차는 50%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며 "2030년에는 무공해 차량인 연료전지차가 60%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처럼 급속하게 변하는 국제 시장 상황에서 문제는 한국은행 지적처럼 "원천기술 수준이 크게 낮다"는 점이다. 업계 역시 원천 기술 등 핵심 기술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지난 달 14일 조남홍 한국자동차공업협회 회장(기아차 사장)이 '자동차의 날' 기념식에서 "친환경·미래형 자동차 기술 개발을 위해 4천여 중소 부품업체에 대한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지원이 크게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a  도요타의 대표적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

도요타의 대표적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 ⓒ toyota.com



주요국 기술 및 보급지원 활발...우리는 걸음마 단계

우리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 지원이 주요국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식경제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는 연료전지자동차 개발 및 수소 인프라 구축을 위해 총 2조7천억원 규모의 R&D 지원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수소 연료전지자동차 등 저공해차 기술개발에 2012년까지 8천억원 규모의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는 수소연료전지 개발 사업에 2015년까지 6조9천억원을 지원하는 등 총 9조8천억원 규모의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친환경자동차 기술개발사업으로 2004년부터 작년까지 지원된 금액이 931억원이다. 앞으로 2010년까지 1천399억원 정도 예산이 남아 있는 상태다.

보급지원 정책에서도 차이가 두드러진다. 주요국들은 세제 감면 혜택이나 정부보조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의 경우는 "공공기관 등에 시범보급중인 하이브리드차를 2009년부터 일반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도록 제도보완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다.

그 외에도 이명박 정부 들어 발표된 여러 계획도 아직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지난 3월 환경부는 업무보고를 통해 "이산화탄소 감축 대책의 일환으로 하이브리드차를 보급하겠다"고 했으며, 기획재정부 역시 업무보고에서 "하이브리드·연료전지차 R&D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a  세계 자동차 시장 전망

세계 자동차 시장 전망 ⓒ 한국은행



진짜 '실용'이 요구되는 때

하지만 아직은 원론 수준의 대책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세제 지원 혜택 역시 아직 '검토 단계'다.

최근 지식경제부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에너지 효율이 높은 차량에 대한 세제 혜택을 주는 것으로 잠정합의됐다는 <한국경제> 보도에 대해 "다양한 대책을 실무차원에서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관계부처와 어떤 합의가 이뤄졌거나 확정된 사항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미 한달 전쯤 <동아일보>의 세제 혜택 보도에 대해서도 지식경제부는 비슷한 해명을 내놓은 바 있다.

최근 미국 자동차 기업 빅3는 친환경 자동차 육성을 통해 세계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해 놓은 상태다. 그들은 일본의 하이브리드나 유럽의 클린 디젤 방식과는 전혀 다른 각각의 기술로 대대적인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GM은 바이오 에탄올 기술 확보에 주력하면서 올해 안에 휘발유와 에탄올을 모두 사용하는 플렉스 퓨엘(Flex Fuel)모델 25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포드는 디젤 및 하이브리드 엔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솔린 에코 부스트 엔진 모델 개발에, 크라이슬러는 다양한 방식의 수소연료전지 개발에 각각 주력할 예정이다.

이들 빅3가 '새로운 전쟁터'로 한국 시장을 눈독들일 가능성은 아주 높다. 3명당 1명 꼴로 자동차를 보유한 시장 규모, 게다가 2013년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하는 교토의정서 의무감축국에 포함될 확률 또한 아주 높다.

하이브리드차 개발과 보급 지원, 이제 '걸음'을 빨리 할 때다. 지식경제부, 환경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별로 나뉘어 있는 하이브리드차 정책도 보다 효율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진짜 '실용'이 요구되는 시기다.

세계 환경운동가들의 '하이브리드차 론(論)'

친환경 자동차 사용은 물론 경제적 측면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세계적인 환경운동가들은 하이브리드차 사용을 기후변화에 맞서 개인들이 실천할 수 있는 유력한 방안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저서에 나타난 각각의 주장을 살펴본다.

- 세계적 기후변화 전문가인 팀 플래너리의 '기후 창조자' 중에
"도요타사의 랜드쿠르저 또는 대단히 인기 좋은 사륜 구동차들에 비해 프리우스(대표적 하이브리드차)는 연료 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을 약 70퍼센트 줄여준다. 이 수치는 과학자들이 기후변화를 안정시키기 위해 2050년까지 세계 경제가 줄여야 하는 양과 일치한다. 기후변화와의 싸움에 진정으로 기여하고 싶다면 수소 경제를 기다릴 것 없이 하이브리드 연료로 움직이는 차를 사면 된다."

- 세계적인 지구자원학자 바츨라프 스밀의 '에너지 디자인' 중
"2차대전 이후 자가용을 염두에 두고 건설된 선진국 대도시의 교통인프라는 교외나 준교외에 살게 된 사람들에게 멀리 떨어진 대중교통 정류장에서 기다리기보다는 자가용을 사용하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현대 사회는 자가용을 도로에 계속 잡아두기 위해 무수한 발명품을 내놓게 되었다. 이러한 추세는 이미 하이브리드 차량에서 전자 통행료까지 걸쳐 있으며 배출물질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공해 무배출인 차량을 다양하게 포함하고 있다."

- '환경운동의 스승' 레스터 브라운의 '플랜 B 3.0'
"아주 잘 팔리는 중형 하이브리드차인 도요타 프리우스는 시가지와 고속도로 혼합 주행에서 1갤런(3.785리터)으로 74킬로미터를 달린다. 미국 신형 승용차가 1갤런으로 평균 32킬로미터를 달리는 것에 비하면 대단한 것이다. 미국은 단지 현재 쓰는 자동차를 연료 효율이 높은 하이브리드차로 바꾸는 것만으로 간단하게 휘발유 사용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자동차 수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주행 거리에도 전혀 변화가 없다. 단지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것 가운데 가장 효율적인 추진력을 지닌 기술을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기후변화 #하이브리드 #도요타 #현대자동차 #프리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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