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기자회견에 '정연주 사퇴' 명시돼 한바탕 소동

KBS본부가 작성, '필터링' 없이 보도... 언론노조 "공식입장 아니다" 진땀

등록 2008.06.12 13:48수정 2008.06.12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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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정연주  KBS사장(자료사진).

정연주 KBS사장(자료사진). ⓒ 이종호

정연주 KBS사장(자료사진). ⓒ 이종호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 명의의 성명서에 '정연주는 물러나라'는 내용의 글이 명시돼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언론노조는 그동안 이명박 정권과 KBS노조의 '정연주 퇴진' 움직임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해왔기 때문.

 

상황은 이렇다. 지난 11일 오전 언론노조는 KBS본관 앞에서 감사원의 KBS 특별감사와 관련해 "권력의 나팔수 감사원은 물러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언론노조는 "감사원이 이번 감사를 방송구조 개편이나 구조조정 등 공영방송 KBS를 통제하는 정치적 수단으로 악용할 경우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혀둔다"며 "공영방송 KBS를 길들이려는 정권의 어떠한 시도에 대해서도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경고 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문 말미에는 정연주 사장과 관련된 부분도 명시됐다. 언론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연주도 더 이상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들먹이며 자리 욕심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면서 "조직이야 구렁텅이에 빠지건 말건 자리를 지키겠다는 광적인 자리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송두리째 훼손한 낙하산 중의 낙하산 정연주는 걸어나갈 수 있을 때 스스로 KBS를 떠나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언론노조가 정연주 퇴진을?... "사전조율 없이 나간 부적절한 내용"   

 

하지만 이와 같은 '정연주 사퇴'를 언급한 기자회견 내용은 언론노조가 그동안 표방해왔던 입장과 전면으로 대치되는 내용이라 참석자는 물론이고 언론노조 관계자들까지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이에 대한 논란이 일자 언론노조는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별도로 해명자료를 내게 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즉 언론노조 명의의 회견문에 대해 언론노조가 해명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지난 11일 오전 KBS본관 앞에서 감사원의 KBS 특별감사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때 발표한 성명서에 '정연주는 물러나라'는 내용의 글이 명시돼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이에 언론노조는 기자회견 직후 'KBS 정치적 표적 감사 규탄 기자회견 성명서 관련 언론노조 입장'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성명 내용 중 KBS 정연주 사장과 관련된 부분은 언론노조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힌다"고 밝혔다. 위 사진은 보도자료의 관련 내용.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지난 11일 오전 KBS본관 앞에서 감사원의 KBS 특별감사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때 발표한 성명서에 '정연주는 물러나라'는 내용의 글이 명시돼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이에 언론노조는 기자회견 직후 'KBS 정치적 표적 감사 규탄 기자회견 성명서 관련 언론노조 입장'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성명 내용 중 KBS 정연주 사장과 관련된 부분은 언론노조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힌다"고 밝혔다. 위 사진은 보도자료의 관련 내용. ⓒ 언론노조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지난 11일 오전 KBS본관 앞에서 감사원의 KBS 특별감사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때 발표한 성명서에 '정연주는 물러나라'는 내용의 글이 명시돼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이에 언론노조는 기자회견 직후 'KBS 정치적 표적 감사 규탄 기자회견 성명서 관련 언론노조 입장'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성명 내용 중 KBS 정연주 사장과 관련된 부분은 언론노조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힌다"고 밝혔다. 위 사진은 보도자료의 관련 내용. ⓒ 언론노조

언론노조는 기자회견 직후에 'KBS 정치적 표적 감사 규탄 기자회견 성명서 관련 언론노조 입장'이라는 제목의 보도 자료를 내고 "성명 내용 중 KBS 정연주 사장과 관련된 부분은 언론노조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힌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이번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과정이 촉박하여 언론노조와 KBS본부가 역할을 분담했다"며 "KBS본부가 기자회견문(성명서) 작성을 맡았으나 회견문 작성이 늦어진 관계로 회견 전에 언론노조와 조율과정을 거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언론노조는 "따라서 언론노조와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기자회견문을 대체하여 현장에서 성명서가 배포되었다"며 "취재에 혼선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 한다"고 밝혔다.

 

권철 언론노조 사무처장은 "KBS노조 측에서 회견문을 올려주면 검토한 후 기자회견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10일 저녁까지 KBS 측에서 기자회견문을 보내주지 않았고, 당일 아침까지 준비가 안 된 상태였다"며 "다른 방법이 없어서 KBS노조를 믿고 사전조율 없이 현장에서 바로 자료를 배포했는데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권 사무처장은 "회견 자체가 KBS 특별감사에 대한 비판이었지 정연주 사장에 관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문제가 있었다"며 "때문에 KBS노조위원장에게 수정 보도 자료를 내고 공식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정을 급하게 하다 보니 기자회견 절차를 우리 측에서 필터링하지 못한 책임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불안한' 관계 정상화... 향후 연대투쟁 문제없나?

 

이와 같은 해프닝이 일어나게 된 것은 언론노조와 KBS노조가 '정연주 퇴진'에 대한 입장 차이를 정리하지 못한 채 '불안한' 관계 정상화를 합의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언론노조와 KBS노조는 지난 4일 열린 'KBS노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1년 넘게 계속돼 온 갈등관계를 봉합하고 서로 한발씩 물러섬으로서 '화해'를 한 바 있다. KBS노조는 언론노조 중앙집행위원회의 결의 시점인 3월분부터 지난해 7월부터 납부를 거부해왔던 조합비를 정상 납부하기로 했고, 언론노조는 KBS 노조가 정연주 사장 퇴진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관계 정상화 이후에도 KBS본부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결정한 것.

 

그러나 조합비 문제는 물꼬를 텄지만 정연주 KBS 사장에 대한 입장 차이는 여전히 평행선인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로 간 존중'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정 사장 문제에 대해 입을 닫게 돼 향후 연대투쟁 과정에서의 편치 않은 행보가 예상된다.

 

권철 사무처장은 "언론노조 조직 내에 KBS 본부가 있고, KBS 조합원들의 사장 퇴진 행위 자체를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언론노조가 정 사장 퇴진 부분에 대해 똑같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며, 별도의 입장을 가질 수도 있고, 필요에 따라서는 다른 입장을 내세울 수도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2008.06.12 13:48ⓒ 2008 OhmyNews
#언론노조 #KBS노조 #정연주 #KBS #전국언론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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