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맛골 빈대떡집 픙경이 집에 들어서면 옛 시골집 분위기가 절로 난다
이종찬
민초들의 깊은 애환이 서린 음식 빈대떡. 이명박 정부 들어 '신보릿고개'가 이어지면서 민초의 음식이란 꼬리표가 붙은 빈대떡도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지" 하는, 예전의 값 싼 음식이 아닌 듯하다. 빈대떡 3장에 9천원, 막걸리 한 병에 3천원 받으니, 폼(?) 잡고 마구 시켜먹다가는 자칫 '매'를 맞을 수도 있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민초들이 즐겨 먹던 그 빈대떡조차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없는 정말 살기 어려운 세상. '신보릿고개'가 민초들의 허리띠를 꽉꽉 졸라매고 있다. 하지만 어쩌랴. 장맛비가 오락가락 할 때면 허연 막걸리와 함께 눈에 자꾸 밟히는 그 음식. 그나마 빈대떡만큼 값 싼 음식을 찾기도 힘들지 않은가.
부침개와 더불어 '한국의 피자'라 불리는 빈대떡. 빈대떡은 오래 묵은 벗들과 함께 옛 고향집 분위기가 나는 집에 앉아 추억을 나누며 먹을 때 가장 맛이 좋다. 막걸리 한 잔 시원하게 쭈욱 들이킨 뒤 바삭바삭 부서지는 빈대떡 한 점 어리굴젓에 찍어 입에 넣어보라. 장맛비에 칙칙 식어가는 무더위처럼 세상 시름이 한 풀 꺾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