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20일 오후 8시30분]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을 둘러싼 혼란과 혼돈의 1주일이 막을 내렸다.
21년 내 최대 규모 정부 규탄 집회와 정부의 추가협상 선언과 방미, 이어 급작스러운 귀국 소동과 이를 막아선 청와대, 미 무역대표부의 연이은 비공개 회동과 협상 연장,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회견과 협상 전격 타결 등….
하멜 미 무역대표부 부대변인은 협상 기간중에 웃으며 "한 편의 드라마"라고 했지만, 한국 국민들은 긴장 속에 촛불을 밝히며, 원치 않은 드라마(?)를 지켜봐야 했다.
지난 4월18일 졸속부실 논란 속에 국민적 저항을 불러온 쇠고기 협상은 두달여 만인 20일 한미간 추가협상을 끝으로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과연 정부의 추가협상 내용이 촛불의 성난 민심을 어느정도 잠재울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21일 발표될 협상 결과에 대해 정부쪽에선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시민사회쪽에선 전면 재협상이 아닌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 금지를 민간에 떠 맡긴 사실상 '실패한 협상'이라는 정반대의 평가를 내놓고 있다.
30개월 이상 미 쇠고기 민간자율규제, 정부 간접 보증?
20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협상 내용에 대해선 노 코멘트(no comment, 대답없음)"라며 "내일 오전 대통령 보고 이후, 정부 차원의 공식 발표가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세한 내용은 내일 가봐야 알겠지만, 일단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수준의 내용을 이끌어 낸 것으로만 알아달라"고 밝혔다.
하지만 협상 소식통들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30개월 이상 미 쇠고기 수입 금지에 대해 미국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월령 제한을 하고, 미 정부가 간접적으로 이를 보증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육류수출업체가 자율적으로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한국에 보내지 않기로 하고, 미 정부쪽에 한국 수출용에 30개월 미만 쇠고기인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다는 것이다. 이때 해당 작업장에 있는 미 농무부 파견 검역관이 이를 감독하고, 확인해준다는 것이다. 검역관은 이후 30개월 미만 쇠고라는 것을 수출검역증이나 별도 문서, 또는 수출박스에 월령표시(라벨링)를 한다.
우리쪽에선 그동안 미 정부가 직접 수출증명(EV) 프로그램을 운영해달라고 요청해왔다. 하지만 미국쪽은 WTO(세계무역기구) 규정 등을 들면서 직접 개입은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결국 미국 정부가 간접적으로 개입하는 '민간 형식의 EV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으로 양쪽이 의견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미 민간업체에게 30개월 이상 쇠고기 안전 떠맡기나
하지만 문제점도 많다. 과연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 수 있느냐다.
우선 민간판 EV 프로그램이 도입될 경우, 자율규제에 참여하지 않는 미 수출업체는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게다가 자율규제에 참여했다고 하더라도, 이 같은 프로그램을 어겼을 때 어떤 규제나 제재를 가할 수 있을지도 확인돼야 한다. 특히 이를 문서로 명문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수출업자들이 자율규제를 위반했을 때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확보됐는지 중요하다"면서 "특히 제재 수단을 양국 정부가 문서로 합의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민간 업체들에게 30개월 이상 수입 금지를 맡기겠다는 것인데, 과연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완전히 중단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자율규제 기간에 대해서도 한미 양국이 어떻게 합의했는지 관심이다. 우리쪽에선 30개월 이상 수출금지 조치 이행기간으로 최소 1년 이상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미 수출업계 쪽에선 그동안 120일을 월령 표시 기간으로 주장해왔다.
자칫 미국쪽의 요구가 일부 반영돼 자율규제 기간이 6개월 정도로 조정되거나, 이후 규제해제 요건이 불분명할 경우 논란은 더 거세질 수도 있다.
30개월 미만 SRM 수입 제한과 검역주권 여부도 중요
이와 함께 30개월 미만의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 수입 금지여부가 이번 추가협상에 포함됐는지도 관심거리다.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금지'만으로는 성난 촛불 민심을 가라앉히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해영 교수는 "30개월 이상 쇠고기 만큼, 30개월 미만의 SRM 부위 수입 문제와 검역주권 문제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 부분이 협상 결과에 빠져 있다면, 반쪽 협상 내지는 사실상 실패한 협상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정부 협상팀 일부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를 의식해, '30개월 이상 미 쇠고기 수입금지'와 함께 추가로 30개월 미만 SRM 부위 수입 제한을 미쪽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쪽에서 이를 받아들였는지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민들의 미 쇠고기 불안을 최대한 해소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다"라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한편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내일(21일) 오전 청와대를 방문, 이명박 대통령에게 협상 결과를 최종 보고할 예정이다.
이후 오전 11시께 정부 청사에서 열리는 관계장관회의로 자리를 옮겨, 한승수 국무총리,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등과 함께 향후 정부 대책을 논의한다. 이어 오후 4시께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 쇠고기협상 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2008.06.20 18:59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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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린 쇠고기 추가협상, 민심 얼마나 반영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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