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형님 만나러간다, 선물 준비해라!"

7월 초 일본에서 열리는 G8 참석하기 위한 이 대통령의 발빠른 움직임

등록 2008.06.25 15:24수정 2008.06.2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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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초 일본에서의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이명박 정부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애걸복걸 하며 추가협상이라는 걸 하기는 했지만 국내의 반발 기류가 수그러들 줄 모르기 때문이다.

부시, 지도력 상실한 한국 대통령에게 "엿 먹으시오!"

여론의 추이를 살핀 후 장관 고시를 하겠다던 생각이 하루 아침에 바뀐 것은 국내 사정이 아니라 그 이유가 부시 미국 대통령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을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월 19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오는 7월 부시 대통령의 답방 약속을 받아냈다. 며칠 후 일본에서 열리는 G8 정상회담에 참석한 부시 대통령이 회담이 끝난 7월 5일 한국을 방문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부시의 방한은 물 건너 갔다.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협상으로 반미 감정이 생겨났다는 게 미국측의 설명이다. 미국이 어떤 나라인 줄 안다면 '반미 감정'이라는 게 있다고 해서 답방을 미룬다는 말이 얼마나 구질구질한 변명인지 알 수 있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이 있다면 반미 감정이 아니라 포화가 쏟아지는 곳으로도 가는 나라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런 미국이 반미 감정이 생겼다는 이유로 방한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방한에 대한 메리트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미국은 쇠고기 협상에 있어 추가협상이니 뭐니 하며 지도력 상실을 보여주는 이명박 정부를 '엿 먹이는' 동시에 앞으로 진행될 각종 협상에 대한 주도권을 확실하게 틀어 쥐겠다는 속셈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 미국엔 '쇠고기 수입 개방 선물', 한국엔 '광우병' 선물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월 미국 방문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미국산 쇠고기 시장 개방으로 축산농가들의 피해는 있겠지만 국민건강만 보장된다면 다수의 국민들이 싼 쇠고기를 먹을 수 있다'라고 했다.


국민들이 광우병으로 인해 국민건강을 보장 받지 못하겠다며 촛불을 들자 이명박 대통령은 얼마 전 '한미 FTA 연내 통과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결정했다'고 슬그머니 말을 바꾸었다.

한국에 미국의 정치 지도판을 읽는 정통한 전문가들이 없었을까. 한미 FTA 또한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음에도 광우병 의심이 있는 쇠고기를 전격적으로 수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아무래도 부시 대통령을 만나기 위한 '선물'로 볼 수밖에 없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에게 상국의 지위를 인정했고, 축산업자들에겐 돈 벌이를 보장해 주었다. 미국 사람들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그런 선물을 받을 때, 한국 국민들에게 돌아온 것은 '광우병' 뿐이었다.

그렇게 진행된 협상은 국민들의 저항을 불러 일으켰고, 정부는 추가협상이라는 또 한 번의 꼼수로 선량한 국민을 대국민 사기극에 참여 시켰다. 관보에 장관 고시를 강행하려는 이 순간에도 국민을 여전히 들러리요, 쥐구멍 안으로 도망친 쥐를 기다리는 고양이 신세로 만들어 버렸다. 

이명박 정부가 무리수를 두어서라도 장관 고시를 강행하는 데엔 부시 대통령이 필요로 하는 확실한 서류를 챙겨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그 일조차 마무리 못하면 부시 대통령 앞에 설 명분이 없다고 생각했던 듯도 싶다.

추가협상으로 인해 체면을 확 구겼다고 판단한 이명박 대통령이니 '국민과 소통' 하겠다는 며칠 전의 약속 따위는 헌신짝처럼 버려도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는 어이없게도 미국 사람들에게 잃은 신뢰만 되찾을 수 있다면 국민들의 분노 정도는 특유의 감언이설로 무마할 수 있다고 믿는 눈치다.

이 대통령, 미국 대통령 만나러 갈 때마다 '이번엔 뭘 가지고 갈까' 조마조마

이명박 대통령은 한 발 더 나아가 '대국민 사과를 한 두번 했던가. 진심어린 표정으로 또 한 번 하면 되는 것이다. 가능하면 이번에는 구국의 결단이라며 눈물도 한 방울 떨궈주면 국민들은 감격해서 함께 울 것이리라'라며 앞날에 대한 대책까지 준비할지도 모른다.

대국민 사과를 한 지 며칠도 지나지 않아 총공세를 펼치고 있는 이명박 정부. 그의 대국민 압박을 보면 날이 퍼렇게 서있다. 하지만 폭풍이 지나가면 또 다시 고요. 그 시기가 되면 이명박 정부의 실체가 여실히 드러날 것이라는 판단이 많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기관차가 어떤 일을 겪을지는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G8 정상회담에 옵서버로 참석하는 이명박 대통령. 미국 대통령과 만나는 일이 일본으로 가는 중요한 이유다. 국민들은 그가 부시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이번엔 어떤 선물보따리를 준비하고 있는지 몹시 궁금하다.

일본까지 왔으면서도 방한하지 않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마음을 바꿀 수 있는 것을 찾는다면 국민에겐 그만큼 불길한 선물일 터. 어쩐 일인지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과 만나러 간다고만 하면 '이번엔 국민 몰래 뭘 가지고 갈까?'하고 불안하다.

지난 4월 미국 방문 길에 코리아 세일즈를 내걸었지만 12억달러 투자 유치에 그쳤던 것을 보면 이명박 대통령에게 CEO출신 대통령이라는 말도 이젠 부끄럽다.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둘러 준비하는 선물보따리에 뭐가 들어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구걸 외교 #굴욕외교 #한미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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