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68) 지적

― ‘지적인 샐러리맨’, ‘지적 욕구’ 다듬기

등록 2008.06.25 20:44수정 2008.06.25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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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지적인 샐러리맨

 

.. 존 치버의 <불릿 파크>는 중년의 지적인 샐러리맨에겐 자신의 신세에 비교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  <도키와 신페이-추억의 베스트셀러 101 : 미국편>(신원에이전시, 2006) 18쪽

 

‘샐러리맨(salaried man)’이란 무엇일까요. 요즘 들어 이 미국말을 그대로 쓰는 사람을 심심찮게 봅니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들이 굳이 ‘샐러리맨’을 써야 한다고 칩시다. 그러면 우리들이 쓰는 말 ‘회사원’이나 ‘월급쟁이’라는 말을 미국사람들이 알아듣게 미국말로 적는다고 해 봅시다. 그때 우리들이 번역해서 쓸 말은 무엇인가요?” 하고. ‘중년(中年)’이라는 말은 ‘마흔쯤 되는’이나 ‘마흔 안팎’이나 ‘마흔을 조금 넘긴’쯤으로 다듬습니다. “존 치버의 <불릿 파크>”는 “존 치버가 쓴 <불릿 파크>”로 손봅니다.

 

 ┌ 지적(知的) : 지식이나 지성에 관한

 │   - 지적 능력 / 지적 호기심 / 사려가 깊고 지적 수준이 높습니다 /

 │     지적인 분위기 / 그녀는 지적인 매력을 풍긴다 /

 │     뿔테에서 금테 안경으로 바꿔 썼더니 한결 지적으로 보인다

 ├ 지(知) : 사물을 인식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

 │

 ├ 지적인 샐러리맨

 │→ 똑똑한 회사원

 │→ 지성이 넘치는 회사원

 │→ 세상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 회사원

 └ …

 

우리들은 “지식 능력-지식 호기심-지식 수준”처럼 말해도 넉넉하다고 느낍니다. 꼭 ‘知 + 的’으로 적어야 “지식과 얽힌” 느낌을 가리키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적’을 붙이지 않는 “지식 능력”으로 적으면 모자라거나 어줍잖다고 느껴지는가요. “지적 능력”이라고만 적어야 하는가요.

 

“지적인 분위기”는 “지성이 넘치는 분위기”로 고쳐쓸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지적인 매력을 풍긴다”는 “지성이 넘쳐 아름다워 보인다”로 풀면 어떨까 싶습니다. “한결 지적으로 보인다”는 “한결 똑똑해 보인다”로 갈음해도 되지 싶습니다.

 

가만히 보면, 똑똑한 사람한테는 ‘똑똑하다’고, 슬기로운 사람한테는 ‘슬기롭다’고, 머리가 좋은 사람한테는 ‘머리가 좋다’고, 아는 것이 많은 사람한테는 ‘아는 것이 많다’고 해 주면 됩니다. 있는 그대로 말하고, 느끼는 그대로 말합니다.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있지 않은 대로 말하거나, 있는 모습을 달리 나타내려 하다 보면 자꾸 말썽이 생깁니다. 틀어지지요.

 

ㄴ. 지적 욕구

 

.. 노자, 장자, 불교라면 간디, 우파니샤드, 바가바드기타, 선배들 스터디 리스트에 다 들어가 있었어요. 선배들이 지적 욕구가 강했죠 ..  <여성, 녹색세상을 말하다>(여성환경연대) 창간준비호(2005) 31쪽

 

‘강(强)했죠’는 ‘셌죠’나 ‘컸죠’로 다듬습니다. ‘욕구(欲求)’는 ‘마음’이나 ‘뜻’으로 다듬어 줍니다. “스터디(study) 리스트(list)”는 “공부할 책 목록”으로 손봅니다.

 

 ┌ 지적 욕구가

 │

 │→ 배우려는 마음이

 │→ 배우고자 하는 뜻이

 │→ 알고자 하는 마음이

 └ …

 

지식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나 지성을 늘리고자 하는 마음이 “지적 욕구”를 가리킨다고 느낍니다. 지식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란 ‘배우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아직 모르는 일이 많으니까 더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고요.

 

 ┌ 선배들이 지적 욕구가 강했죠

 │

 │→ 선배들이 배우고파 하는 마음은 끝이 없었죠

 │→ 선배들은 배우고 또 배우려고 했지요

 │→ 선배들은 뭐든지 끝까지 알고 싶어 했어요

 └ …

 

이 자리에서는 “선배들은 더 많이 배우고 싶어 했어요”로 고쳐쓰거나 “선배들은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어 했어요”로 고쳐써도 어울립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2008.06.25 20:44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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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우리말 #우리 말 #적的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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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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