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외침 "나를 파면하려면 MB도 파면하라"

금남로에 촛불 밝힌 1000여명의 시민들... 29일엔 차량시위도 계획

등록 2008.06.29 00:16수정 2008.06.29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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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광주 금남로에는 시민 1천여명이 모여 촛불집회를 열었다.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광주 금남로에는 시민 1천여명이 모여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주빈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광주 금남로에는 시민 1천여명이 모여 촛불집회를 열었다. ⓒ 이주빈
누구 맘대로...!! 한 어린이가 비옷을 입고 아빠와 함께 촛불집회에 참가했다.
누구 맘대로...!!한 어린이가 비옷을 입고 아빠와 함께 촛불집회에 참가했다.이주빈
▲ 누구 맘대로...!! 한 어린이가 비옷을 입고 아빠와 함께 촛불집회에 참가했다. ⓒ 이주빈

시와 노래로 80년대와 90년대 문예운동을 선도하던 박종화가 광주 금남로에 다시 섰다. 새로운 세대의 사랑을 받고 있는 비트박스 동아리인 'BIK'도 금남로에 섰다. 세대도 다르고, 문화장르도 다르지만 요구하는 것은 같았다. 고시를 철회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라는 것이다.

 

28일 저녁 7시 30분, 금남로엔 약 10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고시무효 이명박 심판 범시민 촛불문화제'를 개최했다. 장맛비가 내렸다 멈췄다를 반복했지만 시민들은 두 시간 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자유발언을 하며 문화공연을 즐겼다.

 

박종화는 예의 그 소름 돋게 만드는 선동의 톤으로 자작시 <비가 온다면>을 온몸으로 낭송했다.

 

"비가 온다면/젖어버린 민초들의 부싯돌로/어찌 촛불을 밝힐 수가 있겠습니까/총칼을 앞세워/민중의 피를 물대포삼아/그 횃불 끄곤 했던/암흑의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아프고도 아픈 비가 온다면 말입니다//

 

비가 온다면/쥐새끼 기어들듯/스믈 스믈 들어오는 미친 소에 맞서 있는/순결한 생명의 촛불이라 해도/그 빗속에서/무슨 수로 밝힐 수 있겠습니까/저러다가 꺼지겠지를 되뇌이며/버티기 작전으로 일관하고 있는/쥐박이의 간교한 미소를 떠올리게 하는 괴롭고도 괴로운 비가 온다면 말입니다" - 박종화 <비가 온다면> 중에서

 

자신을 '광주 저팔계'라고 소개한 한 시민은 "이제 그만 촛불을 끄고 국민투표로 진검승부를 하자"고 제안했다.

 

"촛불집회를 하는 우리 국민 보고 소수라고 하니 국민투표를 해서 이명박 대통령이 더 많은 지지를 얻으면 우리 국민이 그만 두고, 우리가 더 많은 지지를 얻으면 대통령이 스스로 그만둬야 할 것입니다."

 

기원주  전농 광주연맹 대표는 "이렇게 빠르게 국민저항에 부닥친 정권은 이명박정권이 처음"이라면서 "'차라리 죽여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고 사료값과 비료값 폭등으로 자살해가는 젊은 농부의 사연을 전했다.

 

자신을 "근처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라고 밝힌 한 자유발언자는 이날 시민들로부터 가장 큰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보다 더 미운 것이 조중동"이라며 "그래서 하루에 다섯 군데씩 조선일보에 광고하는 회사에 전화를 걸어 '그 곳에 광고하면 역효과가 날텐데 괜찮냐'고 질문도 하고 걱정도 하고 있다"고 말해 폭소와 박수를 받았다.

 

그는 또 "이렇게 야간에 집회를 하면 불법"이라면서 "내가 불법집회에 참가해 국민의 세금으로 내게 주는 월급이 아깝다면 나를 파면하라, 하지만 5000만 국민에게 고통을 준 이명박 대통령도 똑같이 파면하라"고 목소리를 높여 시민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두 시간의 촛불집회를 마친 시민 중 200여명은 밤 9시 30분부터 한나라당 광주시당을 항의방문하기도 했다.

 

한편 29일 촛불집회는 오후 4시부터 광주역에서 시작한다고 광주전남비상시국회의 측은 밝혔다. 주최 측은 광주역에서 차량시위와 거리행진을 벌인 후 금남로에 모여서 촛불문화제를 진행할 계획이다.     

 

 비가 간간히 내렸지만 시민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촛불집회를 이어갔다.
비가 간간히 내렸지만 시민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촛불집회를 이어갔다.이주빈
비가 간간히 내렸지만 시민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촛불집회를 이어갔다. ⓒ 이주빈
2008.06.29 00:16ⓒ 2008 OhmyNews
#촛불집회 #광주 금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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