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연수파, '웁스 영어 증후군' 심각"

언론사 출신 이태희씨가 말하는 어학연수 학생의 문제

등록 2008.07.02 15:00수정 2008.07.0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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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인  김아무개 군은 요즘 고민에 빠졌다.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 학원을 놀이터처럼 드나들었고 캐나다 연수도 다녀왔건만, 정작 영어 성적이 신통치 않은 탓이다. 수능 모의고사를 쳐보면 순수 국내파 친구들보다 오히려 성적이 떨어진다. 외국인을 만나도 스스럼없이 얘기를 나눌 수 있는데 왜 그럴까? 무엇이 부족한 걸까?

"조기 어학연수가 능사는 아니죠."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연구원 출신인 이태희 씨는 “한국 학생은 모두 한국말을 잘하지만, 한글로 쓰인 책을 읽는 능력은 천차만별”이라며 “마찬가지로 외국 연수를 다녀오거나, 원어민 영어학원에서 수년 간 영어를 배우면 말하기와 듣기는 확실하게 좋아지지만 영어 독해 및 어휘 실력 향상은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기 어학연수가 능사는 아니죠."미국 스탠포드대학교 연구원 출신인 이태희 씨는 “한국 학생은 모두 한국말을 잘하지만, 한글로 쓰인 책을 읽는 능력은 천차만별”이라며 “마찬가지로 외국 연수를 다녀오거나, 원어민 영어학원에서 수년 간 영어를 배우면 말하기와 듣기는 확실하게 좋아지지만 영어 독해 및 어휘 실력 향상은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신향식


문화일보 국제부장 출신인 이태희(프리랜서 기자)씨는 김군과 같은 경우를 ‘웁스(Oops) 영어 증후군’이라고 진단했다. 말하기와 듣기는 곧잘 하는데 비해, ‘독해력’과 ‘어법 실력’ 및 ‘어휘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경우다. 대충 돌아가는 분위기는 파악할 수 있지만, 복잡한 영어 문장을 정확하고 빠르게 독해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서울대 불문과와 동 대학원 정치학과를 졸업한 이태희씨는 문화일보 정치부 차장, 산업부 차장, 국제부 부장을 지낸 언론인이다.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아시아태평양연구소(APARC)에서는 2년 동안 객원연구원으로 장학금을 받으며 아시아의 정치경제 문제를 연구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저서 <상상하는 베짱이가 승리한다>(랜덤하우스 코리아, 2007년)를 펴내 한국 지식인 사회에 화두를 던지기도 했다.

이씨는 “어린 시절부터 좋은 영어 교육 환경에서 성장한 학생들 중 상당수가 안타깝게도 웁스 영어 증후군을 보인다”며 “어깨를 으쓱하면서 ‘웁스’라고 말하는 학생들은 외국인의 어투와 제스처에 익숙하지만 정작 영문 독해력은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이씨는 “한국 학생은 모두 한국말을 잘하지만, 한글로 쓰인 책을 읽는 능력은 천차만별”이라며 “마찬가지로 외국 연수를 다녀오거나, 원어민 영어 학원에서 수년 간 영어를 배우면 말하기와 듣기는 확실하게 좋아지지만 영어 독해 및 어휘 실력 향상은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영어회화도 중요하지만 독해력도 필요" 이태희 씨는 "조기유학을 하든, 원어민 영어학원에 다니든 영어회화 못지않게 문장 독해력을 끌어 올리는 공부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영어회화도 중요하지만 독해력도 필요"이태희 씨는 "조기유학을 하든, 원어민 영어학원에 다니든 영어회화 못지않게 문장 독해력을 끌어 올리는 공부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신향식

그는 “내가 공부했던 미 캘리포니아 스탠포드대학 인근에는 조기유학을 온 한국인 중, 고등학생이 많다”면서 “그 학생들 중 상당수가 학교 공부에 필요한 영문 독해력과 어휘 실력이 부족해 현지 영어학원에 다닌다”고 밝혔다. 그는 “현지의 한 영어학원은 한국인 조기 유학생들에게 학교 공부와 SAT 시험 대비에 필요한 독해실력을 집중적으로 배양해 줌으로써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이씨는 “웁스 증후군으로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반기문 영어 따라잡기’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한국인 최초로 세계의 대통령인 유엔 사무총장에 당선한 반기문의 영어를 들어보라. 유학파 학생들 기준으로 보면 발음도 아니다. 그러나 반기문의 영어는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 이유는 지식의 힘이다. 반기문의 영어는 문어체이지만 논리적이고, 지식으로 충만해 있다. ‘웁스 영어’는 한국인 앞에서는 폼을 잡지만 미국인 앞에 서면 작아지는 영어다. 한마디로 ‘시험에 지고 미국인에게도 지는 영어’다. 반면에 ‘반기문 영어’는 한국인들이 보기에는 어눌해 보이지만 미국인에게는 강한 영어다. 한마디로 ‘시험에 이기고 미국인에게도 이기는 영어’다. 따라서 반기문 영어 따라잡기는 단순히 수능 영어를 잘 봐서 명문 대학에 가는 데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장차 유학을 가거나 사회생활을 할 때 ‘이기는 영어’를 배우는 길이기도 하다.”

"스탠포드대에서 조기유학 문제점 실감" 이태희 씨는 "미국 스탠포드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있을 때 조기유학을 온 한국 학생들의 독해력이 예상 외로 무척 취약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하고 "반기문 영어 따라잡기"가 그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이태희 씨가 스탠포드대 교정에서 딸과 함께 한 장면.
"스탠포드대에서 조기유학 문제점 실감"이태희 씨는 "미국 스탠포드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있을 때 조기유학을 온 한국 학생들의 독해력이 예상 외로 무척 취약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하고 "반기문 영어 따라잡기"가 그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이태희 씨가 스탠포드대 교정에서 딸과 함께 한 장면.신향식

이씨는 “반기문식 영어를 그처럼 강조하는 데 개인적으로 그를 잘 아느냐”는 농담 섞인 질문에 “내가 외교부 출입기자로 활동할 때 반기문씨는 핵심 취재원이면서도 인간적으로도 친했던 외교부 관료였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조기유학 #영어 #독해 #글쓰기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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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글쓰기 전문가.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 기자 역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등에 글을 씀. 경희대, 경인교대, 한성대, 서울시립대, 인덕대 등서 강의.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 받은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 연구'가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게재.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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