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성호
취임 초기 '좌파 적출'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모처럼 촛불과의 소통 카드를 꺼내들었으나 이번에도 역시 불발탄이다. 그는 또 한 언론사를 위로 방문했으나, 공교롭게도 '촛불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조선일보>다.
언론 정책의 주무장관인 유 장관은 이에 대해서도 '사적'으로 방문한 것이라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으나, 이는 장관의 본분마저 망각한 말이다. '불통 대통령'에 '불통 장관', 대체 이를 어찌할 것인가.
유 장관은 지난달 27일 저녁 조선일보를 방문, 촛불집회로 인한 피해에 대해 사과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경향> 보도에 따르면 "유 장관은 전날 밤과 그날 새벽 촛불집회 참가자들에게 봉변을 당한 조선일보를 비공식 방문해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언론사 규탄으로 이어지게 만들어 유감'이라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유 장관은 <동아>도 방문하려고 했지만, 회장이 해외 출장중이어서 다음으로 미뤘다고 한다.
광우병 사건으로 곤욕 치르는 언론이 <조선>뿐인가하지만 광우병 사건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언론사가 비단 <조선>뿐인가. <조선> <동아>는 촛불 시민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지만, KBS, MBC는 극우단체들의 가스통 협박에 시달리기까지 했다. 극우단체들은 그 앞에서 각목으로 촛불 시민들을 두드려패는 등 '백색테러'까지 자행했다.
두 방송사를 방문하지 않은 것을 탓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언론 정책을 관장하는 주무장관은 공평무사해야 한다. 그런데도 특정 언론사만을 위로 방문했다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또 네티즌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안티 조중동' 운동에 대해 장관이 대신 사과하고 위로 방문한다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특히 <조선>은 네티즌과 '촛불 시민'들로부터 '정권의 전위대'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유 장관의 행동은 속 보이는 처신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조선>은 연일 계속되는 시위에서 전경의 방패와 곤봉에 두드려 맞은 시민들을 폭도라고 매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을 위로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면 차라리 가만히 있는 편이 낫다. 그게 국민의 녹을 먹는 공복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다.
유 장관의 '불통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근 유 장관은 긴급체포영장이 떨어져 경찰이 검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을 향해 '대화'를 제의했다. 경찰이 군사작전을 방불케하듯 담장을 넘고 드릴로 문을 뚫어가면서 대책회의 상황실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하던 날 던진 돌출 발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