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방한과 촛불집회 강경 진압

등록 2008.07.02 18:05수정 2008.07.0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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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8일, 29일 촛불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수백명의 시민들이 다치고 연행되었다. 연이어 광우병 대책위에 대한 압수수색과 촛불집회 원천 봉쇄 방침으로 경찰과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충돌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다행히 천주교 사제단의 시국미사와 연이은 종교단체들의 촛불집회 참가로 경찰의 강경진압이 주춤하긴 하였지만, 이명박 정부의 강경진압 기조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다.

지난 주말을 전후에서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 신문들과 한나라당, 보수단체들은 연일 촛불집회에 대한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심지어 김영삼 전 대통령까지 나서 권위를 앞세워 촛불집회에 강경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 정부와 보수세력들은 온 나라의 경찰과 물대포를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촛불을 꺼트리겠다는 기세다. 추가협상 결과 발표 이후 촛불집회에 대한 경찰의 탄압 수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강경진압이 오히려 촛불집회에 기름을 붓는 상황이 될 수 있음에도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보수 세력들이 '강경진압'을 외쳐대는 이유가 무엇일까

미국은 더 이상 이명박 대통령에게 감동하지 않는다?

지난 6월 23일자 <데일리 헤럴드 뉴스>(Daily Herald news)는 '전도유망한 양국관계가 흔들리고 있다'(A Promising Relationship Falters)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기사를 실었다.

이 뉴스에 따르면 부시 정부는 이명박 당선에 대해 기쁨을 감추지 못했지만 "백악관은 더 이상 이명박 대통령에게 감동하지 않고 있다(That idea reportedly did not go over well at the White House, which is not thrilled with Lee these days)"라고 전하면서 미국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이 쇠고기 수입 문제와 관련한 한국민들의 불만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오히려 반미정서가 확대 될 수 있는 상황을 발생시킨 것에 대해 상당히 불만을 가지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8월 베이징 올림픽 방문 이후 부시 방한의 가능성도 있지만 방한이 무산될 수도 있다(Another possibility is for Bush to visit after he goes to the Olympics in Beijing in August. Or not to go at all)"고 보도하였다.


이 뉴스가 아니더라도 대다수 전문가들은 미국의 부시방한 연기결정이 미국산 광우병 수입 쇠고기 문제로 촉발된 한국민들의 분노가 부시 방한과 연동되어 반미 정서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한 미국의 정치적 선택이라고 분석하였다.

한미동맹 강화를 지상과제로 삼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백악관과 미국 내의 이러한 분위기가 ‘부시방한 무산’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휩싸였을 것이다. 특히, ‘잃어버린 10년’을 이야기 하며 지난 시기 정권들이 한미동맹을 훼손시켰다고 비판해온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오히려 자신이 한미동맹을 후퇴시키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부시방한’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실현시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을 것이다.

‘부시 방한’을 위한 자신의 의지를 과시하고 싶었던 이명박 대통령에게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그것이 바로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방한이었다.

라이스 참관(?)아래 진행된 경찰의 촛불집회 강경진압

지난 28일부터 이틀간의 일정으로 방한한 라이스는 북한의 핵신고에 대한 검증 방안과 6자회담 재개 시기, 한미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조율,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방한은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문제에 대한 한국내 여론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미국의 주문사항을 이명박 정부에게 전달하기 위한 측면이 강했다.

라이스는 28일 이명박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예방한 자리에서 “조용한 독재보다 시끄러운 민주주의가 낫다”고 말했다. 라이스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과 국민들은 미국이 지금의 한국내 상황을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표현의 자유'로 인식하고 있다고 바라보았다.

하지만, 라이스 발언에 대해 한 보수언론은 사설을 통해  “민주주의가 원래 시끄럽다는 것에 대해 이의를 달 생각은 없다. 라이스 장관인들 대한민국이 온통 소란스러운 상황에 대해 달리 뭐라 위로 할 수 있었겠는가. 그렇지만 지나치게 시끄러워 민생이 도탄에 빠져도 괜찮다고만 할 수 있을까. 책임지지 않는 정치참여야 말로 ‘민주주의의 퇴행’을 초래할 뿐이다”라고 말하면서 결국 라이스의 발언은 현 상황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 것이지 촛불을 든 국민들을 지지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과연 이명박 대통령은 라이스의 발언을 어떻게 이해했을까?

모두가 잘 알고 있다시피 라이스가 방한한 28, 29일 동안 이명박 대통령은 경찰을 동원하여 수백명의 시민들을 폭행, 연행하였으며 29일에는 시청광장 자체를 원천봉쇄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은 라이스의 발언을 통해 미국이 쇠고기 수입문제에 대한 자신의 정책을 지지하고 있음을 확신하고, 향후 자신이 쇠고기 수입반대 여론을 어떻게 잠재울 것인가를 라이스에게 확실하게 보여준 것이다. 

'시끄러운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던 라이스는 이명박 정부의 폭력진압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떠났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선택은 옳았다. 결국 7월 1일 백악관은 부시 대통령이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기에 앞서 8월 5일과 6일 이틀동안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2MB는 국민을 선택해야 한다 

사실 극심한 레임덕 속에 미국 내에서조차 '잊힌 인물'이 되다시피한 부시의 방한에 목을 멘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러한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에 세계는 ‘부시의 새로운 푸들’이라는 조롱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비난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부시방한이 확정된 이상 부시방한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촛불집회를 고립, 무산시키기 위해 모든 힘을 기울일 것이다.

이러한 정황들을 통해 결국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의 쇠고기 전면 재협상을 수용하기보다 자신의 지지기반과 권력을 유지하는 것을 선택하였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경찰과 보수세력, 그리고 미국의 든든한 지원만 있다면 국민들의 목소리를 탄압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야수적 폭압으로 국민의 정당한 목소리를 탄압해서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음을 하루 빨리 깨달아야 한다. 무엇보다 진정한 한미동맹 강화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쇠고기 전면 재협상에 한-미 두 정상이 성실히 나섬으로써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으로 분노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을 풀어줄 때만이 가능한 것이다.

그것이 이명박 정부도 살고, 대통령 자신이 목을 메고 있는 한미동맹도 건전하게 만드는 유일한 답이다. 

덧붙이는 글 | 문경환 기자는 한국민권연구소 상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문경환 기자는 한국민권연구소 상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명박 #라이스 #부시방한 #강경진압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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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번영을 여는 북한 전문 통신 [NK투데이]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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