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휴정사
오효정
나는 6월 25일부터 26일까지 범어사 템플스테이 1박 2일 일정으로 참여했다. 범어사 입구부터 절까지 2.5킬로미터를 걸어가도 좋지만 입구의 버스터미널에서 90번을 타면 금방 간다. 환승제가 있으므로 범어사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에 도착한 후 90번으로 200원만 더 내면 편히 갈 수 있다.
정오 무렵 모임 장소인 휴휴정사에 닿았다. 평소 범어사를 찾는 이는 볼 수 없게끔 꽁꽁 숨겨져 있었다. 절을 찾으면 으레 문 앞에 세워진 '정진 중이니 조용히 하시오' '출입금지' 등의 표지판을 보고 괜스레 담 넘어 염탐하고픈 호기심이 발동한다. 오늘은 그런 표지를 넘어 '성역'으로 발을 내딛으니 기분이 묘하게 상쾌한 맛이 있다. 고양이 한 마리가 경내를 돌아다니다 나를 발견하자 정진 중인 도량으로 획 들어간다. 진정 얽매이지 않는 자유니 고양이가 나보다 나은가 싶다.
좁은 시멘트길을 굽이굽이 종종 걸음으로 지나가니, 웬걸 꽤 넓은 잔디밭이 나온다. 나무 사이로 낮게 걸린 빨랫줄에 걸린 것은 옷이 아니라 구름이다. 지나간 세월만큼, 묶고 간 사람들만큼 손때 묻어 반들반들하게 닳은 대청마루에 앉아 본다. 나무조각 위로 건너산이 비친다. 이곳에 이대로 앉아 세월아 네월아 하며 쉬고플 따름이다.
건강식으로 사찰음식의 인기도 높아졌기에, 절에서는 어떻게 해먹나 제일 궁금했다. 사찰에서 채소를 기르고, 음식을 만들고 먹는 일까지가 사찰에서 행하는 생태적 삶의 핵심이 아닌가 한다. 발우공양에서는 자기가 먹은 그릇에 물을 따라 그대로 설거지를 하고 그 물을 다시 마셔 찌꺼기를 남기지 않는다.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하지 않던가? 스님들의 땀과 노동이 들어간 채소를 거두어 먹으니, 이 자체가 신성한 일과이자 수행이다. 반찬은 양념을 최소로 넣어 만든 가지무침, 감자버섯조림, 호박전, 콩자반 등이다. 들깨가루를 넣어 끓인 우거지국은 참 고소하고, 감자국도 말갛지만 이렇게 개운한 국은 처음이다.
모두 채소로 만든 음식이지만 꿇어 앉아 상도 없이 먹자니 속이 불편하다. 모두가 식사를 마칠 때까지 모두들 기다린다. 첫날 내가 가장 늦게 남자 반찬을 입으로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다음날은 미리 모자랄 듯 덜었다. 먹기 전에는 너무 적게 던 게 아닌가 했지만 먹고 나서는 딱 적당했음을 알았다. 음식 먹는 데도 철학이 보인다. 무엇이든 욕심을 버리고 모자랄 듯 없는 듯 살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