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2시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PD수첩 표적수사 정치검찰 규탄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근조 정치검찰 사수 공영방송'이라는 검은 천을 세로로 내걸었다.
오마이뉴스 전관석
아, 미욱한 우리는 이제야 알았다. 5년 뒤에 알게 된 것이다. 정치적 독립을 외칠 때에도 대통령이 누구인지, 법무부장관을 누가 임명했는지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5년 전의 겁 없음과 호기는 "대통령, 너 맘에 안 들어"라는 무시와 불만의 표출이었음을. 우리는 '그 때 그 기개가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이루어내는 힘이 되겠구나' 착각했다. '역시 젊은 혈기가 검찰을 바로 세우는구나' 하는 헛된 기대를 하게 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앞에 선 검찰은 어떠한가. 정치적 독립을 이뤄낸 '큰 검찰'이 아니라 권력 앞에 나약해진 '작은 검찰'이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전면수사' '끝까지 추적수사' 등 겁나는 단어를 열거하며 언론에 등장하는 비장한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그리고 그들 앞에서 충성을 서약하는 왜소해진 검사들만 보일 뿐이다.
대통령이 "인터넷이 독일 수 있다"고 역기능을 얘기하자 권력기관이 앞 다투어 나선다. 국세청까지 '세무조사' 운운 한다. 대기업인 광고주의 업무를 방해한다며 건강한 소비자운동을 불법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의사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운동이 광고주의 업무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다. 수사권을 '국민 겁주기·엄포놓기' 용으로 함부로 쓰고 있는 검찰이 오히려 국민의 기본권 행사를 방해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 등 권력기관이 전방위로 옥죄니 죄 없는 자도 움츠려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극히 일부를 침소봉대하여 전체인 양 부풀리는 기술이 뻥튀기 장수 이상이다.
광우병괴담도 전면수사의 대상이 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수사결과가 어떠한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엄포성 수사는 결국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만 키울 뿐이라는 사실은 이미 경험한 바 있지만 검찰만 모른 척 한다. 그때 그때 다른 검찰, 과연 국민이 신뢰할 수 있을까.
대통령에게 약하고 국민에게 큰 검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