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만화전문지 보물섬 창간호 cafe.naver.com/clovercom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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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해야 살아남는 시대라고 한다. 요즘 만화를 보면서도 이 말을 실감할 때가 있다.
독하다. 그림도 독하고 풍선말도 독한 경우가 적지 않다. 꼭 인공조미료를 듬뿍 친 음식을 맛본 기분 그대로다. 쉽게 동하고 그만큼 빨리 질리는 그런 맛 말이다. 순한 맛이 더욱 그리워지는 것도 이 때다.
몇년 전 '꺼벙이가 보고 싶다'는 글을 쓴 것도 이 때문인 듯 싶다. '순한 맛'이 그리운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로봇 찌빠'나 '요철 발명왕'도 보고싶다는 댓글이 붙었다. 두심이 표류기, 검둥이 강가딘, 주먹대장 이야기도 나왔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카시오페아 별자리 이야기, 별똥탐험대를 그리워하는 분도 있었다.
그런가 보다. 작품 이름이 먼저 반짝인다. '떡볶이' 하면 신당동, '해장국' 하면 청진동이 떠오르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인 듯 싶다. 이어 자연스럽게 작가들 이름이 꼬리를 문다. 길창덕·이정문·윤승운·김삼·김원빈·박수동…물론 '독고탁' 이상무, '도깨비 감투' 신문수 선생도 빼놓을 수 없다.
보물섬, 그리고 요정 핑크를 아십니까하지만 '김동화'란 이름은 낯설었다. 아니 이름은 귀에 익었지만, 그의 작품이 또렷하지 않았다는 표현이 맞겠다. 명작이 아니라서가 아니다. 편식 때문이었다. 그 두꺼운 만화전문잡지 <보물섬>에서도 한사코 순정만화풍은 빼고 먹은 결과였다. '요정 핑크(1985년, 김동화 작)'가 누군지도 전혀 몰랐다.
당혹스러웠다. "이웃나라 레인보우 왕자와의 정략 결혼을 피해 지구로 온 공주의 변신 이야기"를 구해보기 어려웠다. 후회했다. '한국만화가협회 회장'이란 직함에 욕심이 앞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최근작 '빨간자전거'를 미디어다음 속 만화세상에서 벼락치기로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