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국조' 합의한 홍준표의 눈치

"진보세력 저항으로 대한민국 파행"... 청와대 오찬서 강경 발언

등록 2008.07.10 16:28수정 2008.07.1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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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0일 낮 청와대에서 박희태 대표, 홍준표 원내대표, 박순자,허태열 최고위원 등 한나라당 지도부와 오찬을 함께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보희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낮 청와대에서 박희태 대표, 홍준표 원내대표, 박순자,허태열 최고위원 등 한나라당 지도부와 오찬을 함께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조보희

 

야당과 쇠고기 국정조사에 전격 합의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청와대 눈치를 보는 것일까?

 

홍준표 원내대표는 10일 낮 청와대에서 열린 당 지도부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한두 달 대한민국이 진보세력의 저항에 의해 파행을 겪었다"며 "이제 청와대·내각·당이 정리됐으니 정상적인 나라로 가는 것이다, 국회 개원이 그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쇠고기 국조' 여야 합의에 곤혹스러운 청와대

 

앞서 이날 오전 42일만에 열린 18대 국회 첫 본회의에서 김형오 신임 국회의장은 여야 의원 234명이 제출한 '쇠고기협상 국정조사' 요구서를 보고했다. 이에 따라 오는 14일부터 8월 20일까지 38일간 한미간 쇠고기 협상의 졸속 타결 여부 등 협상 과정 전반에 대한 실태 규명을 위해 국정조사를 벌이게 됐다.

 

그러나 청와대는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쇠고기 국정조사 요구를 전격 수용하자, 적잖이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특히 이번 국조 대상에는 주무 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와 외교통상부는 물론 청와대 대통령실까지 포함됐다.

 

국조 과정에서 쇠고기 졸속 협상에 대한 책임론이 다시 불거지는 등 어떤 식으로든 청와대가 비난의 대상의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따라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마땅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국조 결과에 따라서는 책임론이, 지난 개각에서 제외된 외교통상부 등 다른 부처로까지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최근 들어 방향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촛불집회에 다시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 청와대를 가장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국조의 핵심이 '왜 조급하게 쇠고기 협상을 타결지었느냐'로 모아질 경우,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비난의 화살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4월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의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 이틀 전에 협상이 타결됐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이 정상회담 성사와 한미FTA를 위해 쇠고기를 넘겨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만약 이 대통령이 논란의 핵심으로 재부상할 경우, '광우병 파동'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던 청와대 1기 참모진들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주무 수석비서관이었던 김중수 전 경제수석과 김병국 전 외교안보수석의 출석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상황에 따라서는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의 출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섭섭한' 대통령 눈치 보는 홍준표 "9월 국감 전에 먼저 정리하자"

 

하지만 한나라당으로서는 국회 개원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홍준표 원내대표는 청와대의 이런 우려를 염두에 둔 듯 이날 오찬 간담회에서 "(쇠고기) 국정조사를 하게 되는데, 어차피 9월에 국정감사가 있으니, 먼저 한번 정리하자"고 말했다. 오는 9월 국정감사에서 쇠고기 협상에 대한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상, 매도 먼저 맞는 매가 낫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이어 "공기업(선진화)은  국민 요구가 60% 이상이니 주도할 수 있고, 민생안정은 파행 내내 다 해놨기 때문에 우리가 내놓은 정책을 법제화 하는 과정"이라며 "하반기 국회가 굉장히 재미있는 국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일하다 보면 많은 어려운 일이 있는데 어렵게 받아들이면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며 "가능한 재미있고 국민들이 알기 쉽게 풀어 나가는 정치가 국민에게 좋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직접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오찬 간담회에 앞서 가진 티타임에서 이 대통령은 홍 의원을 향해 "요즘 수고 많죠, 합의 개원하신다고 애 많이 썼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격려에도 홍 원내대표로서는 합의 개원의 전제조건이었던 쇠고기 국정조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홍 원내대표는 곧바로 이 대통령에게 "조윤선 대변인이 국정조사팀에 들어간다"며 "쇠고기 정국 내용을 잘 알고 있고, 전문가들도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여러 개 위원회가 많던데…"라며 짧게 응대했다. 쇠고기 국정조사 특위 외에도 민생 특위, 공기업 특위 등 5개의 특위를 구성한 전날 밤 여야 합의를 지칭한 것인데, 그 이면에는 '쇠고기 국정조사 특위까지 꼭 필요했느냐'는 섭섭함이 담겨있는 셈이다.

 

홍 원내대표가 오찬 인사말에서 두 달 이상 이어져온 촛불집회를 두고 "진보세력의 저항에 의한 파행"이라고 강경 발언한 것도 결국 이 대통령의 심기를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야당 눈치 보랴, 대통령 눈치 보랴, 하반기 국회가 홍 원내대표에게 정말 재미있는 국회가 될지 두고 볼 일이다.

2008.07.10 16:28 ⓒ 2008 OhmyNews
#홍준표 원내대표 #쇠고기 국정조사 #이명박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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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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