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더럽히는 우리 삶 (41) 쿠션

[우리 말에 마음쓰기 369] ‘큰별’과 ‘톱스타’ 사이에서

등록 2008.07.12 16:25수정 2008.07.1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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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톱스타(top star)

.. 인디언을 비롯해서 인도의 수도승과 그 삶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그것을 탁월한 솜씨(?)로 한국에 소개하고 있는 류시화는 출판계의 톱스타이고, 그 명성에 걸맞게 ..  《텍스트》 11호(2003.2.) 37쪽


‘지대(至大)한’은 ‘더없이 큰’을 뜻하는 한자말인데, ‘크나큰’이라고만 쓰면 그만입니다.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는 “깊이 눈여겨보고 있으며”나 “오래도록 눈여겨보고 있으며”로 풀어내 봅니다. ‘탁월(卓越)한’은 ‘훌륭한’이나 ‘빼어난’으로 고쳐 주고, ‘명성(名聲)’은 ‘이름’으로 고쳐씁니다.

 ┌ 톱스타(top star) : 가장 인기 있는 배우나 가수 따위의 예능인.
 │   ‘인기 연예인’으로 순화
 │   - 이 영화에 세계적인 톱스타들이 출연하니 많은 관람 바랍니다
 │
 ├ 출판계의 톱스타이고
 │→ 출판계에서 인기인이고
 │→ 책마을 큰별이고
 │→ 책마을에서 널리 사랑받고 있으며
 └ …

“가장 인기 있는 예능인”이라는 ‘톱스타’라면, 이 미국말을 ‘인기 연예인’으로 다듬을 수 없습니다. 그러면 ‘스타’와 ‘톱스타’는 같은 말이 되어 버리거든요. 그래서 이때에는 말 그대로 ‘큰별’이나 ‘으뜸별’로 풀어낼 때가 한결 낫다고 느낍니다. ‘스타(star)’라 일컫는 사람은 ‘별’이라 하고, ‘톱스타’라 일컫는 사람은 ‘큰별’이라 해 주면서.

 ┌ 세계적인 톱스타들이 출연하니
 │
 │→ 세계를 주름잡는 큰별들이 나오니
 │→ 세계에서 널리 사랑받는 사람들이 나오니
 └ …

한편, “널리 사랑받다”나 “가장 사랑받다” 같은 말을 넣어 봅니다. “가장 사랑받는 사람”이라고 하거나, “널리 사랑받는 연예인”이라고 해 봅니다. “더없이 사랑받는 사람”이라 해도 되고, “대단히 사랑받는 연예인”으로 적어도 괜찮습니다.


ㄴ. 쿠션(cushion)

.. 초록 소파 위에는 짙은 장밋빛 쿠션이 있었다 ..  《엘케 하이덴라이히/김지영 옮김-검은 고양이 네로》(보물창고,2006) 23쪽

“초록(草綠) 소파”는 “푸른 소파”로 다듬어 봅니다. 뒤에 ‘장밋빛’이라고 나오니 앞쪽을 ‘푸른빛’이나 ‘풀빛’으로 적어도 어울립니다.

 ┌ 쿠션(cushion)
 │  (1) 의자나 소파, 탈것의 좌석 따위에 편히 앉도록 솜, 스펀지, 용수철
 │      따위를 넣어 탄력이 생기게 한 부분
 │   - 소파의 쿠션에 몸을 묻고 조는 아이
 │  (2) 솜이나 스펀지 따위를 넣어 푹신푹신하게 만든 등 받침.
 │      ‘완충 작용’, ‘허리받이’로 순화
 │   - 소파 위의 쿠션을 두 개나 집어다가 가운 등덜미 쪽으로 해서
 │  (3) 당구에서, 공이 부딪치는 당구대 안쪽의 가장자리 면
 │   - 나는 우선 흰 당구알 하나를 쿠션에 갖다 붙였다
 │
 ├ 장밋빛 쿠션
 │→ 장밋빛 베개
 │→ 장밋빛 깔개
 │→ 장밋빛 보료
 └ …

고등학교 다닐 무렵(1991년), ‘쿠션’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습니다. 그때 이 말을 들으면서 “뭔 소리야?” 하는 생각이 들었고, 동무를 보고는, “야, 베개하고나 방석하고나 똑같이 생겼는데 뭔놈의 쿠션이냐?” 하니, 동무는, “이 무식한 것! 쿠션도 모르냐?”, “그래, 나 무식하다. 그렇지만 베개보고 베개라 하는데, 베개보고 쿠션이라 하는 녀석이 진짜 무식한 놈 아니냐?” 하고 가볍게 말실랑이가 있었습니다.

 ┌ 허리받이
 ├ 폭신이
 ├ 폭신솜
 ├ 폭신깔개
 └ …

우리 나라에 들어와서 널리 퍼지는 물건치고, 예부터 써 온 토박이말 이름을 다는 녀석을 보기 어렵습니다. 하나같이 서양말 이름을 붙입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한테는 베개요 방석(方席)입니다. 또는 ‘보료’나 깔개입니다. 그러나 이런 물건 저런 물건을 오늘날에까지 고스란히 쓴다거나 몇 군데 손질해서 쓰기 좋도록 하는 일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손쉽게 바깥에서 사들이기만 합니다. 아예 세상 흐름이 무엇이든 돈으로만 풀고 맺다 보니까, 우리한테 넉넉히 있던 문화나 삶조차도 돈에 매이거나 끄달리고 있어요.

이러다 보니, 우리 나름대로 ‘허리베개’라 할 수 있고, ‘푹신방석’이라 할 수 있으며, ‘폭신이’나 ‘푹신이’ 같은 물건이름을 빚어낼 수 있습니다만, 이와 같은 새 이름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솟아날 구멍은 아예 막힙니다. 그저 ‘쿠션’이면 되고, ‘쿠션’ 아니고는 아무 생각이 없고 맙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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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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