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농업경제학)
안홍기
- 왜 인터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나. "나는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선거대책본부에서 농업부문 정책자문을 했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과 내 생각은 달랐지만, 그래도 정권을 이끌려면 생각이 다른 사람도 필요할 거라고 판단했다.
지나친 시장주의, 경쟁력 지상주의에 대한 균형 차원에서도 나 같은 이의 도움이 필요할 거라 생각했다.
더 본질적으로는 대선결과가 빤한 상황에서 '농업 마인드'가 부족한 그들이 집권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걱정돼 최소 나 같은 사람이 동참하면 정책변화가 있지 않겠나 생각했다. 지금 와 생각하면, 결국 선거용으로 활용했나 싶기도 하다."
- 취임 5개월을 맞이한 이명박정부 정책에 무슨 문제가 있다고 보는 건가."새 정부 출범 5개월간 벌어진 사태를 보면, 선거를 도운 나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적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광우병 위험 한미 쇠고기 협상, 농업을 보는 정부의 시각, 농업정책 등 MB 후보 시절 만들어놓은 정책조차 상당부분 폐기했다.
농정을 농민과 함께 협의하는 농정회의소도 폐지됐다. 통일농업도 포기했다. 농가부채도 공약의 큰 줄거리였는데 유야무야됐다. 이 가운데 일방적으로 쇠고기협상을 추진하다 결국 오늘과 같은 광우병사태를 낳았다. 고민, 고민했다. 결론은 '이건 아니다'하는 생각이다. 한미 쇠고기 협상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치달을 때도 이명박정부는 농업전문가들과 농민단체들의 의견을 거의 반영하지 않았다."
-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이명박정부의 농업부문 총책임자였던 내 말도 전혀 듣지 않았다. MB 지지선언을 했던 농업학자들, 농민단체 관계자들의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더니, 한나라당과 새 정부는 집권 이후 얼굴을 바꿨다. 쇠고기협상 초기에 농민여론과 농업계 입장을 초기 단계에 수렴했다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거다. 많은 농업전문가들이 있었는데 왜 MB정부는 활용하지 않았을까, 답답하고 매우 아쉽다."
"청와대와 외교부, 통상교섭본부는 '검역주권 문외한'"- 광우병 사태의 본질은 뭐라고 보나."첫째는 농업에 대한 현 정부의 인식 문제다. 농업문제를 소홀히 취급한다. 검역주권 포기하면서 미국에 한국 쇠고기 시장 다 내줘도, 그저 축산농민 다독이면 그만!이라는 사고가 잘못됐다. 농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편협하다. 21세기 농업문제는 단순 산업의 문제가 아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중진국 이상의 국가에서 농업을 산업으로만 생각하는 나라가 어디 있나. 농업은 '생산-유통-가공-소비' 단계 모두와 연관돼 있다. '농장부터 식탁까지' 안전이 얼마나 중요해졌나. 그런데 이 인식이 너무 빈약하다."
- 또 어떤 문제가 있나."최근 식량위기에서 나타나듯 국민들에게 안전한 식량을 안정적으로 잘 공급하는 것도 농업문제의 핵심이다. 농업을 단순 산업으로 판단해 경쟁력만 제고하면 된다는 식은 매우 좁은 인식이다. 경쟁력 제고가 필요 없다는 게 아니다. 산업으로서 품질과 가격 등의 경쟁력을 높여 국민에게 좋은 물건을 제공하고, 수출도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농촌 현실에서 경쟁력을 통해 발전 가능한 농가는 5%정도다. 나머지 95%의 소규모 영농집단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점이다. 이에 대해 이 정부는 정말 철학이 없다."
-
검역주권에 대해 문제제기했는데."이명박정부는 검역주권이 뭔지도 몰랐다. 청와대와 외교부, 통상교섭본부는 '검역주권 문외한'이다. 따라서 이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과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에 있다. 이들이 검역주권도 모르면서 협상을 밀어붙일 때 농림수산식품부는 버텼어야 옳다. 광우병이 발생해도 수입중단 못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검역주권 문제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강력 거부했어야 했다. 정운천 전 장관은 역사적으로 그 책임을 면키 어려울 거다."
- 또 다른 문제는 어떤 게 있나."판단착오다. 국가를 이끌어가는 정부는 미래에 대한 예측과 판단을 잘 해야 한다. 그런데 1개월도 안 남은 17대 국회에 한미FTA 비준을 요구했다. 들어줄 턱이 없다. 미국에 한국 쇠고기 시장을 대폭 내주면, 부시정권 임기 내 한미FTA 비준동의안이 처리될 거라고 착각하고 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제로다. 이명박정부는 중대 국면에서 계속 판단착오하고 있다. 정치를 모르는 일개 교수도 이런 판단을 하는데, 현 정부는 일개 교수만도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