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쓰고 여의도에 앉아 "우릴 직접 고용하시오"

코스콤 비정규직 '76시간 점거농성' 들어가.... 최근 전향적 대법원 판결

등록 2008.07.14 14:27수정 2008.07.1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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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4일 오전 코스콤 본사가 있는 서울 여의도 한국증권거래소 앞마당을 점거하고 76시간 연좌 시위에 들어갔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4일 오전 코스콤 본사가 있는 서울 여의도 한국증권거래소 앞마당을 점거하고 76시간 연좌 시위에 들어갔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증권거래소 앞마당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 76명은 오전 8시 코스콤 본사가 있는 한국증권거래소 앞마당으로 진출했다. 경찰은 코스콤 건물을 차벽으로 막았을 뿐, 이들의 앞마당 진출을 제지하지 않아 큰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오는 18일 근로자지위확인소송 판결을 앞둔 상황에서 76시간 연좌시위를 하겠다고 밝혔다.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 4명은 목에 '민주노조 사수' '직접고용 쟁취', '성실교섭 촉구' '비정규직 철폐'라 쓰인 칼을 찼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북을 울리며 "회사는 성실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외쳤다.

 

"1000일·800일·300일의 장기투쟁... 이것부터 해결해야 사회통합"

 

이들이 증권거래소 앞마당을 점거한 후, 홍희덕 민주노동당 국회의원과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 등이 찾아와 이들을 격려하고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홍희덕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사회통합·국민성공시대를 얘기하려면 1000일(기륭전자 비정규직), 800일(KTX 여승무원), 300일(이랜드·코스콤 비정규직)이 넘은 장기 투쟁 사업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는 "얼마 전, 이랜드 노조위원장이 촛불을 보며 절망했다고 했는데, 촛불집회의 수많은 이슈 중에 비정규직 문제는 반영이 안 돼 그가 느꼈을 고독을 공감했다"며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의 최종 귀결은 비정규직 문제로, 꼭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여름을 넘겨선 안 된다, 76시간 안에 끝을 봐야 한다"며 "노동자의 요구는 매우 정당하다, 국책연구소조차 비정규직법이 '간접고용을 위한 법'이라고 밝혔다, 사태 해결이 안 되면 파국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코스콤 비정규직 "무조건적인 정규직화 요구 안 한다"

 

현재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금이 사태 해결의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사태 해결에 낙관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현재 회사와 비정규직 노동자 사이에 공식적인 대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비선 라인으로 대화 재개를 위한 물밑 작업이 진행 중이다. 지난 4일 정연태 신임 사장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찾아 사태해결 의지를 보인 뒤 대화가 이뤄졌다는 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설명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미 회사 쪽에 ▲직접 고용 ▲비정규직 노조 활동 보장 ▲손해배상청구 취하 등의 안을 제시했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직접 고용 요구는 무조건적인 정규직화가 아니다, 임금과 근로 조건에서 일부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정인열 사무금융연맹 코스콤 비정규지부 부지부장은 "청와대에선 정연태 사장을 바꾸겠다고 하지만, 정 사장도 그렇고 코스콤 직원들은 정 사장이 남기를 원한다"며 "전임 사장이 잘렸던 게 비정규직 문제 때문이었다, 정 사장은 현재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용빈 코스콤 홍보팀장은 "아직 대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비공식 라인으로 대화를 한다는 건 잘 모르겠다"며 "내부 직원들은 코스콤 비정규 지부 노동자들의 복귀를 바라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사임의사를 밝힌 정연태 사장의 거취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코스콤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 판결, 사태에 영향 줄까

 

현재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이유는 오는 18일 근로자지위확인소송 1심 판결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하청업체의 노동자들이 원청업체로부터 직접 지휘·감독을 받았다면 원청회사의 사용자성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 10일 대법원은 현대미포조선 사내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30명이 현대미포조선을 상대로 낸 종업원 지위확인소송에서 "현대미포조선은 채용에서부터 작업과정까지 이들을 직접 지휘·감독하고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등 근로계약 관계가 인정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제조업체 등에 만연돼있는 위장 도급과 관련, 원청업체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첫 대법원 판결이다. 지금껏 원청회사들은 사내 하청, 도급 등 간접 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값싸게' 고용하면서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이들의 목소리에는,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해왔다.

 

정인열 부지부장은 "현대미포조선과 코스콤의 상황이 똑같은 만큼, 우리 판결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우리가 명분을 가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의 협상에서 우리가 유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코스콤 쪽은 불리한 판결이 나올 경우, 항소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008.07.14 14:27 ⓒ 2008 OhmyNews
#코스콤 비정규직 #코스콤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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