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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그림 정말로 멋있네요?”
“돈을 주고 그려달라고 했으니까요.”
“멋진 화가가 그렸나요?”
“아마 그랬을 걸요.”
“꽤 됐나 보네요.”
“그렇죠.”
“꼭 바위 위에 새긴 암각화 같은데요.”
“그런 건 잘 모르구요, 우리 식당만 잘 알리면 되지 않겠어요.”
“그야. 그렇죠.”
마천동 버스 종점 바로 윗자락에 ‘우리식당’이란 음식점이 있다. 남한산성을 향해 올라가는 길목에 있는 음식점이라 다른 음식점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여러 음식점들이 모두 그만그만하여 눈치 볼 일도 없고, 호객행위를 할 틈도 없다. 그저 손님들이 자기 입맛에 맞는 음식점을 골라 꾸역꾸역 들어갈 뿐이다. 이는 '우리식당'도 예외일 수는 없다.
그런데 ‘우리식당’이란 음식점이 하나 다른 게 있다. 바로 그 식당 코너의 양쪽 벽면에 멋진 벽화가 두 개나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한쪽 면에는 ‘우리식당’을 가리키는 손가락과 함께 멋진 하회탈이 하나 그려져 있고, 다른 한쪽 면에는 후덕한 한 쌍의 인물이 나란히 그려져 있다.
물론 그 그림이 예전처럼 완벽하게 보존돼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감과 함께 페인트 색깔도 바랜 듯했고, 얼굴이나 몸의 윤곽이 희미해진 듯했다. 더욱이 벽도 낡아서 그런지 그림의 한쪽 부위가 완전히 떨어져 나간 것도 있었다. 그것을 붙이거나 그림을 덧칠할 수도 있겠지만, 식당 주인의 마음은 거기까지 쓸 여력이 없는 듯했다.
“다시 복원할 마음은 없으세요?”
“그림이 뭐 대수예요. 뉴타운이 된다는데.”
“그래도 이곳 식당을 알렸던 옛 추억거리가 아닌가요?”
“뭐 그렇긴 하지만요.”
“그럼 내 버려두시겠네요.”
“그렇지요. 뭐.”
그냥 내버려 둔다는 주인의 목소리에 아쉬움이 밀려들었다. 그렇다고 주인도 아닌 내가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다.
안타까운 것은 뉴타운 조성과 함께 그 멋진 그림을 복원할 길이 영영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느 곳이든 새롭게 도시가 정비되면 옛 추억거리들은 하나 둘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는 까닭에서다.
그런데 그게 식당 벽에 그려져 있는 그림으로만 그칠 일일까? 뉴타운이 조성되면 마천동에서 오래토록 벗하며 우정을 쌓아왔던 사람들 사이의 옛 정들도 함께 묻혀버리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들을 하자니 빛바랜 그 벽화를 복원코자 하는 마음은 이미 그림 자체를 뛰어넘어 마천동 사람들의 온 마음과 정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고작 그 벽화 하나에 마천동 사람들의 온 마음까지 담아보려고 했으니, 나로서는 꿈엔들 생각지 못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흡족한 듯 했다.
2008.07.26 11:57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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