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풀 가득한 연지
김치민
밥 먹는 것을 '발우공양'이라한다. 그야말로 끽 소리 없이 먹고, 설거지 하고, 설거지물까지 마신 다음, 청수로 헹군다. 그냥 허투로 편하게 먹던 밥이 수행의 한 과정이다. 갑갑해 체하는 줄 알았다. 발우에 담은 음식은 고춧가루 하나라도 남기면 안 된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하며 모든 이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공양하세요.”
당연한 주문이지만 평상의 생활과 다른 모습에 갑갑하고 힘들다. 한 끼 밥을 먹을 먹으면서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밥을 먹는 과정 자체가 수양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나는 밥 먹는 속도가 빠르다. 긴 자취 생활과 군대 생활, 그리고 결혼 직전 하숙 생활을 하면서 생긴 습성이다. 차분히 음식 맛을 음미하며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그저 생존을 위해 음식을 입에 넣는다. 그래서 가끔 양이 부족해 빨리 끝나는 것으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반찬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먹는 아내와는 마주 앉아 식사를 시작해도 끝까지 함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늘 아침 풍경도 그랬다.
부산을 떨며 준비한 아침상에 밥그릇이 하나다. 밥 먹으라는 채근이 있지만 혼자 앉아 먹는 밥상이 서럽다. ‘약을 먹어서 30분 후에 밥을 먹어야 하거나, 출근 준비를 해야 하거나, 밥상을 차린 후 밀린 설거지를 해야 한다.’는 둥 핑계가 많다. 함께 밥을 먹자는 말을 해보기도 하지만, 자업자득이라는 아내의 핀잔이 따라오기 일쑤다. 내심 서운하고 억울하다.
아내가 차려주는 밥상. 함께 앉아 먹지 않음을 서운해 하는 모습. 제 마음대로 먹고, 설거지통에 가득한 그릇들을 빌미삼아 원망만하는 모습. 이런 지경이니 아내의 자업자득이라는 말이 당연할 수밖에.
저녁 예불 시간이다. 어렸을 때 원불교에 드나들어서 인지 삼귀의, 반야심경은 귀에 익은 소리이지만, 꼭 군 생활을 갓 시작한 이등병이 된 기분이다. 생소한 불교의식에 용어도 다르고 절하는 예법도 새로 배웠다. 처음으로 석가모니 부처님 상이 있는 보광전 안에서 합장을 하고 섰다. 전각에 들어서자 어리둥절하다. 그냥 밖에서 보던 느낌과는 아주 다르다. 함께 온 사람들이 모두들 합장하고 절을 하는데 나는 어찌해야하는지 모르겠다. 지금 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다. 그저 앞에 계신 스님 뒤통수만 보면서 따라 하기도 바쁘다. 등에선 땀이 흐른다. 꼭 더워서 그런 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