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소 미친교육 반대 이명박 심판 제80차 집중촛불문화제가 열린 26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청소년들이 이명박 정권의 교육정책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권우성
7월 30일은 서울시교육감을 서울시민이 직접 선출하는 뜻깊은 날입니다. 교육 정책을 직접 피부로 느끼는 학생들이 투표를 하면 더 투명한 선거가 될 것 같아서 학생들에게 투표권을 주면 좋겠다고 여러 번 생각해 봤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일이죠.
지난 대통령선거가 끝난 뒤 달라진 일상을 겪으면서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선거의 중요함을 크게 깨달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과연 누가 교육감으로 당선될 지 무척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직선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교육감에 대해 별 관심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직선제로 바뀌면서 '시민들 손으로 직접 뽑으면 지금처럼 강제적이고 비효율적인 교육이 조금이라도 변화하지 않을까'라고 기대하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아침밥도 못 먹고 수업 듣습니다요즘 초등학생들을 보면 대부분이 학원을 3~4곳 씩 다니고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학교 끝나고 친구들이랑 놀고 있을 아이들이지요. 고등학교 2학년인 저는,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아침밥도 못 먹고 학교에 도착해서 졸린 눈으로 1교시를 시작해 7교시까지 수업을 듣습니다. 학교가 끝나면 야간 자율학습을 하거나 학원으로 달려가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밤늦게 집에 들어와도 바로 잘 수도 없습니다.
그렇게 새벽에 잠들어서 다음 날 6시에 다시 일어나 똑같은 생활을 반복해야만 합니다. 방학이 시작됐을 때 친구들이 제일 먼저 시작하는 건 방학기간 동안 다닐 학원을 찾아보는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내신 준비하랴, 수능 준비하랴, 논술 대비하랴 지금도 힘들어 죽겠는데 여기에 0교시까지 도입한다면 도대체 언제 일어나라는 건가요. 성적으로 스트레스 많이 받는 아이들, 오직 성적으로 평가돼 우열반으로 나뉘고 또 영어 몰입교육을 시킨다면···. 정말 숨이 턱턱 막힐 지경입니다.
이렇듯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이 미치는 선거입니다. 그러니 모두가 많은 관심을 갖고 신중하게 투표해 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어른들이 이번 선거를 정치적으로 몰아가려 하지 말고 오직 학생만을 생각해서, 학생의 입장에서 투표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교육감은 우리가 뽑지도 않았는데 정작 그 고통을 우리가 다 감수할 생각을 하면 정말 억울합니다. 저야 1년 정도만 더 고생하면 괜찮아지겠지만 앞으로 저희들과 똑같은, 혹은 더 혹독한 시간을 보내게 될 아이들을 보면 정말 안타깝습니다.
내가 자고 있을 때 적들의 책장은 넘어간다?'공부하라, 경쟁하라' '성공은 성적순이다' '내가 자고 있을 때 적들의 책장은 넘어가고 있다' 등등. 지금까지 학생들이 많이 들어온 말입니다. 학생들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경쟁의 구도 속에서 빠져 나오려고 해도 그럴 수 없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경쟁도 좋지만 그 역효과로 공부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성적을 비관하거나 수능 압박 때문에 학생이 자살을 하는 일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분명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