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80)

― ‘만반의 준비’ 다듬기

등록 2008.07.29 12:41수정 2008.07.29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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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만반의 준비 1

 

.. 이미 각 지역에는 행동대가 짜여져 있었고 명령만 하달되면 학살극을 벌일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고 한다 ..  《조문기-슬픈 조국의 노래》(민족문제연구소,2005) 108쪽

 

 ‘하달(下達)되면’은 ‘내려지면’이나 ‘떨어지면’으로 고쳐씁니다. “각(各) 지역(地域)에는”은 “모든 곳마다”나 “어느 곳이든”으로 다듬습니다.

 

 ┌ 만반(萬般) : (주로 ‘만반’, ‘만반의’ 꼴로 쓰여) 마련할 수 있는 모든 것

 │   - 적국의 침입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다 / 만반 계획을 진행시키고

 │

 ├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 모든 준비가 되어 있었다

 │→ 온갖 준비가 되어 있었다

 │→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다

 │→ 빠짐없이 준비되어 있었다

 └ …

 

 모든 것이 다 되어 있다고 할 때 ‘빈틈없이-꼼꼼히-빠짐없이’ 같은 말을 넣어 줍니다. 때에 따라서는 ‘물샐 틈 없이’를 넣어 봅니다. ‘하나부터 열까지’나 ‘차례대로’라든지 ‘무엇이든’ 같은 말도 괜찮습니다. 조금 더 생각할수록 조금 더 어울리는 말을 찾을 수 있습니다.

 

 

ㄴ. 만반의 준비 2

 

.. 지금까지 많은 여행을 했었고 동프로이센으로 피난을 떠났던 경험도 있었기에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  《하이데마리 슈베르머/장혜경 옮김-소유와의 이별》(여성신문사,2002) 25쪽

 

 “피난을 떠났던 경험(經驗)”이라는 말은 잘못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피난을 떠났던 적”으로 다듬어 볼 수 있습니다.

 

 ┌ 만반의 준비가

 │

 │→ 모든 준비가

 │→ 빈틈없이 준비가

 │→ 차근차근 준비가

 └ …

 

 준비는 하나하나 합니다. 하나씩 잘 가누면서 합니다. 어떠한 준비도 다 되어 있다면, 미리 알고 차근차근 살펴보았기 때문입니다. 빈틈이 없도록 구석구석 둘러보았기 때문입니다. 자칫 모르는 일이기에 꼼꼼히 되짚고 거듭 추슬렀기 때문입니다.

 

 ┌ 만반 계획을 진행시키고

 │

 │→ 모든 계획을 이끌어 나가고

 │→ 온갖 계획을 꾸려 나가고

 └ …

 

 국어사전에는 “만반 계획”이라는 보기글이 실려 있는데, 사람들 말씀씀이를 살피면 “만반 계획”이 아닌 “만반의 계획”이 아닐까 싶습니다. “만반의 대비”라느니 “만반의 대처”처럼 토씨 ‘-의’를 꼭 집어넣습니다. 아무래도 ‘만반’이라는 낱말부터 털어내지 않고서는 이 골칫덩이를 풀어낼 수 없겠어요.

 

 

ㄷ. 만반의 준비 3

 

..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간 다음 콩쿠르에서는 준결승전에서 탈락. 기술도 더 좋아지고 표현력도 전보다 훨씬 더 깊이 있어졌다고 생각했는데 ..  《니노미야 토모코/서수진 옮김-노다메 칸타빌레 (19)》(대원씨아이,2008) 51쪽

 

 ‘탈락(脫落)’은 ‘떨어지고’로 다듬습니다. ‘기술(技術)’은 ‘솜씨’로 손보고, ‘표현력(表現力)’은 ‘나타내는 힘’으로 손봅니다. ‘전(前)’은 ‘예전’으로 손질합니다.

 

 ┌ 만반의 준비를 하고

 │

 │→ 모든 준비를 하고

 │→ 빈틈없이 준비를 하고

 │→ 꼼꼼히 준비를 하고

 │→ 더할 나위 없이 준비를 하고

 └ …

 

 이모저모 빠지지 않게 준비를 했으나 뜻을 못 이루곤 합니다. 어느 하나 모자람이 없이 잘 챙겼으나 그르치곤 합니다. 이제는 빈틈 하나 없이 했다고 생각하지만, 자기만 보지 못하는 빈틈이 다른 이한테 보이곤 합니다.

 

 그래도, 자기 스스로 온힘을 다했다면 넉넉합니다. 어딘가 모자람이나 아쉬움이 있다고 해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재주를 다해서 꼼꼼히 애썼다면, 돌아온 열매가 너무 작거나 보잘것없이 보여도 흐뭇하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2008.07.29 12:41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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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씨 ‘-의’ #우리말 #우리 말 #-의 #만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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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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