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이드] 옛날 향수를 불러오는 뭉게구름

북한산성 골짜기와 서울 하늘에 피어오른 구름과 하늘 풍경

등록 2008.07.30 17:27수정 2008.07.3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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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인수봉의 위용 ⓒ 이승철


요즘 삼복더위가 장난이 아닙니다. 너무 더워 등산하기도 조금은 겁이 납니다. 그래서 어제(7/29) 화요등산은 북한산 고개 넘어 골짜기 코스로 잡았습니다. 산행은 도선사 입구 주차장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버스를 타고 우이동 버스 종점에서 내려 도선사 주차장까지 가는 동안에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고 말았습니다. 이마에서 얼굴로 흘러내리는 땀을 주체할 수 없어 손등으로 씻어 내리며 걸었지요.

아침에는 희부옇던 날씨가 점점 맑아지고 있었습니다. 새벽녘에 약간의 비가 내린 숲길은 습도가 높아 무더위보다도 더 몸을 찝찝하게 했지요. 도선사 주차장에서부터 오르는 첫 번째 깔딱고개를 넘어 우이동대피소를 지나자 하늘이 점점 맑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인수봉 아래 백운산장에는 몇 사람의 등산객들이 모여 앉아 라면과 막걸리를 마시며 쉬고 있었습니다. 깎아지른 바위봉우리 인수봉은 언제 봐도 장엄하고 멋졌습니다. 밧줄을 붙잡고 그 바위봉우리를 오르는 젊은이들 몇이 아슬아슬했지만 부럽기도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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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촉각의 슬픈 사랑의 전설이 깃든 누리장나무 꽃 ⓒ 이승철


그 인수봉 뒤쪽 푸른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그리움처럼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인지 그만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지요. 다른 일행이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바라보니 백운산장 뒤쪽 암자가 있는 절벽 위에 백합 몇 송이가 피어 있었습니다.

3~4m 높이의 축대 위에 피어 있는 꽃은 암자의 추녀와 하늘에 둥실 떠 있는 구름과 어우러져 정말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었습니다. 몇 송이의 꽃과 구름, 암자의 추녀가 어우러진 풍경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지요.


우리 일행들도 백운산장에서 막걸리 한 사발씩으로 흘린 땀을 보충하고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만경대와 백운대 사이 성벽에 뚫린 위문을 지나며 누군가 백운대에 오르자고 했지만 오늘은 참아달라고 만류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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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합꽃과 암자와 구름 ⓒ 이승철


북한산성 골짜기로 내려가는 길은 상당히 가팔랐습니다. 몇 번인가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다행이 다친 사람은 없었습니다. 북한산성 골짜기는 엊그제 내린 비로 인하여 흐르는 물이 많았습니다.


땀을 너무 많이 흘려 개울물만 만나면 너나 할 것 없이 물에 씻기 바빴습니다. 그렇게 땀에 젖어 보리사 앞에 이르니 마침 근처에 식당이 있었습니다. 우선 나무 그늘 밑에 마련한 자리에 앉으니 주인아저씨가 땀을 많이 흘렸으니 등물을 하라고 권합니다.

일행들은 너도나도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식당 뒤편에서 시원한 물로 등물을 했지요. 그 사이 밑으로 내려가니 바로 개울이었습니다. 개울가 주변은 식당들이 자리 잡고 있더군요. 북한산은 국립공원인데 국립공원 골짜기에 아직까지 음식점들이 많이 있는 것이 신기해 보였습니다.


개울가 이곳저곳에 자리를 만들어 놓고 식당 종업원들이 분주하게 음식을 나르는 모습이 30여 년 전 풍경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개울물에 세수를 하고 다시 위로 올라오니 주문한 음식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음식을 먹다가 무심코 바라본 하늘에 뭉게구름들이 둥실둥실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산등성이 위에도 미루나무와 소나무 위에도 몽실몽실 피어오른 하얀 뭉게구름들이 가만히 앉아 음식을 먹고 있지 못하게 했습니다.

파란 하늘에 피어오른 뭉게구름은 그리움이고 추억입니다. 뭉게구름 속에는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이 묻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운 어머니의 얼굴이 있고, 수줍게 미소 짓던 이웃집 소녀 영이의 얼굴도 있습니다. 막연하게 상상했던 미지의 세계와 꿈도 깃들어 있었습니다.

그 그리운 얼굴과 꿈을 찾아 카메라를 찾아들고 이쪽저쪽 돌아가며 셔터를 눌러대자 일행들이 실없이 웃었습니다. 배고픈데 음식을 먹다가 갑자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으니 그럴 만도 했지요. 그런데 뭉게구름이라는 것이 때를 놓치면 좋은 사진을 찍을 수가 없으니 먹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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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를 닮은 구름 ⓒ 이승철


그렇게 몇 십장의 사진을 찍고 나니 점심상은 어느 새 퇴주상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도 뭉게구름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어서 마음은 훨씬 더 풍성했지요. 개울물에 발을 담그고 잠깐 쉬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지하철에서 내려 밖으로 나서니 서울 하늘에도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올라 있었습니다. 길가 상가 사이로 바라보이는 구름과 하늘 풍경. 골목길 전깃줄 위에 걸린 뭉게구름도 여간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다시 북한산 위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북한산과 도봉산 위에 피어오르는 뭉게구름은 다른 그 어느 곳의 뭉게구름보다 훨씬 더 멋지고 다양한 모습이라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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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위에 피어오른 뭉게구름 ⓒ 이승철


항상 그랬습니다. 여름과 초가을에 많이 피어오르는 뭉게구름들이 북한산과 도봉산 위에 떠오른 모습은 항상 다른 하늘의 구름들을 압도합니다. 왜 그럴까요? 설마 구름도 아름답고 멋진 산을 더 좋아해서 그런 건 아니겠지요?

맑은 날씨 속에 석양이 되었습니다. 북한산 너머로 해가 지고 있었습니다. 파아란 하늘에 붉은 노을이 서서히 피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노을이 피어오르기를 기다리기라도 했는지 북한산 백운대와 도봉산 위에 검은 구름 한 덩어리가 떠올라 있었습니다

북한산성 안에서 잡은 뭉게구름들과 서울 강북구 송중동에서 잡은 뭉게구름, 그리고 북한산과 도봉산 위에 두둥실 피어오른 뭉게구름과 붉은 노을이 지는 풍경입니다.
#이승철 #뭉게구름 #북한산성 #그리움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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