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MBC 작가 이메일까지 뒤져 광고주 불매운동 수사

이메일에는 취재원 인적사항 등 취재자료 있어... '과잉수사' 논란

등록 2008.07.31 22:53수정 2008.07.31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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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MBC <뉴스 후> 캡처화면

MBC <뉴스 후> 캡처화면 ⓒ 장윤선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을 벌인 누리꾼들을 수사 중인 검찰이 MBC 시사교양프로그램인 <뉴스 후> 작가의 이메일까지 압수해 수사에 활용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검찰이 압수한 작가의 이메일에는 지난 5일 방영분인 '네티즌들의 조중동 광고중단 운동' 프리뷰 원고(취재진이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원고로 취재원들의 인적사항과 발언 전문이 적혀 있다)와 다른 취재 아이템의 프리뷰 원고까지 포함돼 있어 언론사의 '취재원 보호 의무'를 검찰이 자의적으로 침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도 검찰은 지난 8일 인터넷 카페 '언론소비자주권 국민 캠페인' 운영진들과 함께 이 방송작가를 출국금지 조치해 논란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당시 <뉴스 후> 제작진은 "(해당 작가는) 취재를 위해 카페에 가입해 '임시 운영진' 자격을 부여받았다"며 검찰의 출국금지 조치에 대해 항의했지만, 인터넷 신뢰저해사범 전담수사팀장 구본진 첨단범죄수사부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나중에 혐의 없음이 확인되면 (출금을) 해제하면 된다"며 "(해당 작가가) 검찰에 나와 소명한다면 그 뒤에 출금을 즉시 해제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뉴스 후> "취재자료인 것 알았다면 돌려줬어야... 그냥 넘어갈 사안 아냐"

a  언론소비자주권 국민 캠페인 사이트. 현재 이 사이트는 검찰 수사로 폐쇄됐다.

언론소비자주권 국민 캠페인 사이트. 현재 이 사이트는 검찰 수사로 폐쇄됐다. ⓒ 장윤선


검찰이 A 작가의 이메일을 수사에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A 작가가 지난 30일 검찰의 수사를 받으면서 확인됐다.

그동안 검찰의 소환조사에 응하지 않아 출국금지 조치가 풀리지 않았던 A 작가는 <뉴스 후> 제작진의 내부회의를 거쳐 '출국금지 조치 해제'를 위해 지난 30일 검찰의 조사에 응했다.


그런데 검찰이 난데없이 A 작가의 이메일들을 내놓으며 "까페지기 권한을 어떻게 받았는지", "가입 목적은 무엇인지", "어떤 활동을 했었는지" 등을 추궁하기 시작했다. A 작가가 자신의 이메일을 어떻게 입수했는지 묻자 검찰은 "통신비밀보호법상 제한규정에 의거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이메일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MBC <뉴스 후>의 한 관계자는 "이는 개인의 사생활을 완전히 벗긴 것"이라며 "검찰이 적법한 절차를 밟아 권리를 행사했다고 반박했지만 해당 작가의 이메일은 조중동 광고불매운동과 관련 없는 내용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프리뷰 원고에는 이름, 직업, 나이 등 취재원의 정보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 MBC가 검찰의 수사 협조를 위해 정보를 제공한 것처럼 비춰졌다"며 "검찰은 그것이 취재자료란 것을 알았다면 즉시 파기하거나 우리에게 돌려줬어야 했다"고 검찰의 과잉수사를 비판했다.  

<뉴스 후> 제작진 최원석 PD도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프리뷰 원고가 수사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만한 자료는 아니지만 언론사의 취재 자료를 검찰이 수사에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불쾌하고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최 PD는 "사람이 한 가지 사건에 대해 말할 때 표현이 달라질 수 있는데 검찰은 이 부분을 가지고 누리꾼들을 압박하는 것 같다"며 "순수하게 광고 불매운동을 펼친 이들에게 더 이상 피해가 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그냥 넘어가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른 운영진들의 이메일도 압수수색 당해... 과잉 수사 논란 이어질 듯

한편, 검찰은 이메일 압수수색과 관련해 <오마이뉴스>가 확인을 요청하자 "수사가 진행 중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검찰은 A 작가만이 아니라 출국금지 조치를 받은 운영진 중 일부의 이메일도 압수수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누리꾼들의 변호를 맡고 있는 공동변호인단의 김정진 변호사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출국금지, 압수수색, 2~3회에 걸친 피의자 조사, 그리고 이메일 압수수색까지 검찰의 과도한 수사로 누리꾼들이 많이 위축된 상황"이라고 현 수사 상황을 전했다.

김 변호사는 "지금 누가 봐도 검찰은 뇌물 사건, 공모 살인죄와 같은 중범죄에나 사용될 만한 수사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흐르면 누가 마음 놓고 이메일을 보낼 것이냐"고 비판했다.

또한 김 변호사는 "법원과 검찰에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은 그만한 공신력과 전문적 자질이 있기 때문"이라며 "현재 조중동 광고불매운동이 사실상 사라지는 등 검찰이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검찰의 공권력에 대한 신뢰의 위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중동 불매운동 #압수수색 #출국금지 #과잉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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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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