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86) 필사적 2

― ‘필사적으로 계속’, ‘필사적 노력’, ‘필사적으로 소리를’ 다듬기

등록 2008.08.01 18:14수정 2008.08.0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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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필사적으로 일을 계속했다

 

.. 아주 성실한 사사키 씨는 가혹한 환경에서도 필사적으로 부모를 떠받치고 집안을 떠받치고 자신을 떠받치며 일을 계속했다 ..  《사이토 미치오/송태욱 옮김-지금 이대로도 괜찮아》(삼인,2006) 42쪽

 

 “아주 성실(誠實)한”은 “아주 부지런한”으로 다듬습니다. “일을 계속(繼續)했다”는 “줄기차게 일을 했다(일했다)”나 “일을 멈추지 않았다”로 다듬어 봅니다. “가혹(苛酷)한 환경(環境)에서도”는 “힘든 가운데에도”나 “모진 환경에서도”나 “몹시 어려우면서도”로 손질합니다.

 

 ┌ 필사적으로 일을 계속했다

 │

 │→ 죽기살기로 일을 이어 나갔다

 │→ 몸을 아끼지 않고 줄기차게 일했다

 │→ 온힘을 다해 일을 했다

 │→ 이를 악물고 일을 했다

 └ …

 

 “죽음이 무섭지 않다. 죽음이 닥치더라도 당차게 부딪혀 나가겠다”는 뜻을 담는다는 ‘필사적’이에요. 이 말을 쓴 자리를 살피니, 말뜻 그대로 ‘죽기살기로’를 넣으면 딱 어울립니다.

 

 그리고, 이런 뜻이나 느낌을 담아 “몸을 아끼지 않다”를 넣을 수 있고, “온힘을 다하다”처럼 수수하게 말해도 괜찮아요. 이런 모습을 가리키는 “이를 악물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악으로 깡으로”라는 말도 있고요.

 

ㄴ. 필사적인 노력을 다했습니다

 

.. 어떻게 해서든 아이의 건강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나는 필사적인 노력을 다했습니다 ..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일하며 키우며》(백산서당,1992) 129쪽

 

 ‘노력(努力)을 다했습니다’는 ‘있는 힘을 다했습니다’나 ‘온힘을 쏟았습니다’로 손질합니다.  ‘회복(回復)시켜야’는 ‘되찾아야’로 손봅니다. 앞말과 이어서, “아이의 건강(健康)을 회복시켜야 한다”를 “아이가 다시 튼튼해져야 한다”로 손보면 한결 낫습니다.

 

 ┌ 필사적인 노력을 다했습니다

 │

 │→ 죽도록 애썼습니다

 │→ 무엇이든 다했습니다

 │→ 무슨 일이든 다했습니다

 │→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 온갖 일을 다했습니다

 └ …

 

 ‘필사적’이라는 말을 넣은 자리를 가만히 살펴봅니다. 우리가 왜 ‘죽도록’ 무엇인가를 하려고 했는지를 찬찬히 헤아려 봅니다. 말뜻 그대로 ‘죽도록’이든 ‘죽을힘을 다해’든 ‘죽기살기로’든 ‘죽음을 무릅쓰고’든 넣기만 해도 되지만, ‘죽음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가를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보기글을 보니, 몸이 아픈 아기를 생각하면서, 네 소중한 목숨을 꼭 살려 주고야 말겠다는 어머니 마음으로, 진 일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엿보입니다. 무슨 일이든 했다고, 닥치는 대로 일손을 잡았다고, 할 수 있는 만큼 온힘을 다했다고 하는 다짐입니다.

 

ㄷ. 필사적으로 소리를 지르는

 

.. 지나가는 고객들을 자기의 금전등록기 쪽으로 끌어모으려고 무슨 의식을 치르는 것처럼 필사적으로 이 소리를 지르는 사나이의 목소리는 금방 쉬어 버렸다 ..  《프랭크 기브니/김인숙 옮김-일본, 허술한 강대국》(뿌리깊은 나무,1983) 27쪽

 

 ‘고객(顧客)’은 ‘손님’으로 다듬고, “자기의 금전등록기”는 “자기가 일하는 금전등록기”로 다듬습니다. “의식을 치르는 것처럼”은 “의식을 치르듯이”로 손질하고, “사나이의 목소리는”은 “사나이 목소리는”으로 손질해 줍니다. 또는 뒷말과 이어서, “소리를 지르는 사나이는 금방 목이 쉬어 버렸다”로 손질해 봅니다.

 

 ┌ 필사적으로 이 소리를 지르는

 │

 │→ 죽어라 이 소리를 지르는

 │→ 목이 터져라 이 소리를 지르는

 │→ 안간힘을 다해 이 소리를 지르는

 └ …

 

 ‘죽어라’ 소리를 지르는 사람, ‘죽을힘을 다해’ 소리를 지르는 사람은, 오래지 않아 목이 쉬어 버립니다. 그도 그럴 까닭이,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댔으니, 목이 남아날 수 없어요.

 

 온힘을 다해, 안간힘을 다해, 젖먹던 힘을 다해서 소리를 질었을 테지요. 참 대단한 노릇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2008.08.01 18:14ⓒ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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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우리말 #우리 말 #적的 #필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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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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