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84)

― ‘쉼의 시간’, ‘성공 여부의 열쇠’, ‘금강이의 아빠’ 다듬기

등록 2008.08.06 20:06수정 2008.08.0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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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고요한 쉼의 시간

 

.. 소한과 대한의 달 1월도 즐거운 마음으로 누릴 수 있었고, 고요한 쉼의 시간으로 삼을 수 있었다 ..  <선이골 외딴집 일곱 식구 이야기>(김용희, 샨티, 2004) 39쪽

 

 글을 많이 쓰는 분들은 좀더 남다르게 자기 글맛을 살리려고 애쓰기도 합니다. 그래서 ‘쉬다’를 ‘쉼’으로 ‘놀다’를 ‘놂’으로 ‘보다’를 ‘봄’로 적으면서 뒤에 토씨 ‘-의’를 붙이기도 해요.

 

 ┌ 고요한 쉼의 시간

 │

 │→ 고요히 쉬는 시간

 │→ 고요히 쉬는 때

 └ …

 

 때와 곳에 따라 ‘쉼-놂-봄’을 쓰는 일은 좋습니다. 그러나 “쉼의 시간”처럼 쓰는 일은 알맞지 않아요. 이렇게 말을 머리로만 생각해서 쓰면, 글쓰는 사람으로서는 무언가 남다르다고 느낄는지 모르나, 우리 말은 비틀리고 뒤틀리다가 제 모습을 잃어버립니다. “쉬는 시간”이라 하면 될 말을 “쉼의 시간”이라고 쓸 까닭이 있을까요. “노는 시간”이라 하면 될 말을 “놂의 시간”이라고 쓸 까닭은요. “보는 철학”을 “볾의 철학”이라 한다고 깊은 생각이 담기는지요. 시쓰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요한 대목은 시에 담는 줄거리와 생각과 느낌입니다. 말재주가 아닙니다. 줄글로 쓰는 글에서도 말재주는 되도록 안 부려야 좋습니다.

 

ㄴ. 성공 여부의 열쇠

 

.. 그림책의 성공 여부의 열쇠도 여기에 있습니다 ..  <어린이와 그림책>(마쯔이 다다시/이상금 옮김, 샘터,1990) 168쪽

 

 “그러함과 그러하지 않음”을 뜻한다는 말 ‘여부(與否)’입니다. ‘성공 여부’는 “성공하느냐 마느냐”를 뜻해요.

 

 ┌ 그림책의 성공 여부의 열쇠도

 │

 │(1)→ 그림책이 성공하느냐 마느냐 하는 열쇠도

 │(1)→ 그림책이 성공하는 열쇠도

 │(2)→ 그림책이 성공하느냐 마느냐는도

 │(3)→ 잘된 그림책이 되느냐 하는 열쇠도

 └ …

 

 이 대목은 “그림책의 성공 여부”쯤으로는 끊어 줄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무엇)의 성공 여부”도 일본책에 나오는 말투이니, “(무엇)이 성공하는 여부”로 다듬어야 알맞아요. 이렇게 다듬고 난 다음, ‘여부’라는 말을 좀더 알기 쉽도록 다시 한 번 풀어내 줍니다.

 

 (3)처럼 글월을 새로 쓸 수 있습니다. 뜻을 살리면서, 나타내려는 뜻을 좀더 알기 쉽고 부드러운 말씨로 담아낸다면 더욱 좋아요.

 

ㄷ. 금강이의 아빠

 

.. 어느 날 저녁 신문을 읽던 금강이의 아빠가 말씀하셨어요 .. <시냇물 저쪽>(엘즈비에타/홍성혜 옮김, 마루벌,1995) 6쪽

 

 어른을 부를 때, 아이 이름을 앞에 달고서 부르곤 합니다. “철수 어머니”, “순심이 아버지”처럼. “철수의 어머니”나 “순심이의 아버지”처럼은 부르지 않습니다.

 

 ┌ 금강이의 아빠 (x)

 │

 ├ 금강이 아빠 (o)

 └ 금강이네 아빠 (o)

 

 그렇지만, 글을 쓰는 분들은 “똘이 어머니”나 “눈이 아버지”처럼 적지 않고 “똘이의 어머니”나 “눈이의 아버지”처럼 적곤 합니다. 아이 이름 뒤에 무엇인가 붙이고 싶다면 “똘이네 어머니”나 “눈이네 아버지”처럼 적으면 될 텐데요.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2008.08.06 20:06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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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씨 ‘-의’ #우리말 #우리 말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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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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