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간 몸 담은 고시텔. 두 평도 안되는 공간. 사진이 넓게 나온 것!
이유하
첫 두 달은 고시원에서 생활했는데, 다닥다닥 붙은 2평 남짓한 방에 웅크리고 앉아서 첫 날은 한 숨도 못 잤다. 침대는 좁아서 팔을 펼 수가 없었고, 방음이 안 되는 벽은 너무나도 시끄러웠으며, 각 방에 배치된 소형 냉장고는 천둥 같은 소리를 내뿜었다. 그렇다고 잠을 자지 않을 순 없는 법. 다음 날 나는 귀마개와 안대를 샀다.
고시원 생활이 그렇게 나빴던 건 아니다. 내가 있던 곳은 공부 보다는 집 없는 사람들 위주인지 아침에 약간 소란스럽다가 모두 학교에 가거나 회사에 갔다. 나는 아무도 없는 텅 빈 - 누군가도 나처럼 방안에 웅크리고 있었을 지도 모르지만- 곳에서 혼자 영화도 보고 맥주도 마시고 와인도 마셨다.
그러나 딱 두 달이 지나자 견딜 수 없이 슬퍼졌다. 사실 공짜라고 주는 밥은 거저 줘도 못 먹을 정도로 펄펄 날아다니고, 김치는 첫 날 한 점 먹어보고는 뚜껑을 덮었다. 그나마 먹을 만한 게 라면이랑 계란이지만 난 정말 웬만해서는 라면을 잘 안 먹기 때문에 그것도 시원찮았다.
그 후 고시원을 나와서 친구 집에서 한 달을 있었다. 당당하게(?) 방세를 부담하기로 하고 들어갔지만, 남의 집 살이가 마냥 편할 리는 없었다. 재미있었지만, 점점 엉덩이를 차듯 시간은 흘러갔고, 더 이상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동안 방을 구하러 다니지 않은 건 아니었다. 틈나는 대로 인터넷을 뒤지고 공인중개소를 찾아갔지만 내가 가진 돈으로는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는 집들만 보여줬다. 아직 수입이라곤 없는 탓에 전세를 구해보려고 했으나, 간단하게 말해서 서울에서의 전세란 5000만 원 이하는 다 반지하다.
거기에 매물도 거의 없다. 5000만원을 내고도 콤콤한 반 지하에서 살다니.. 부산 사는 촌년에게는 이해가 안 되었다. 그나마 싸다던 동네들도 될지 안 될지도 모를 ‘빌어먹을’ 뉴타운 지정으로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아현동에서는 공인중개소를 20군데 정도 돌아다녀도 전세 매물이 5000하나 8000하나 이렇게 딱 두 개였다.
그래서 나는 외곽으로 가기로 했다. 그래서 방화동까지 방을 보러 갔다. 방화동은 지하철 할증 요금이 기본 900원에서 무려 500원이나 더 붙는 곳에 있다. 방이 좋으면 말도 안 하지, 같이 보러간 언니가 자꾸만 눈빛으로 사인을 보냈다. "여긴, 아냐!”
그러다 지금 집을 구했다. 나의 파라다이스 옥탑방! 옥탑이냐 반지하냐를 고민하다가 옥탑으로 질렀는데 가격도 참 착하다. 시원한 조망권, 넓은 방, 깔끔한 화장실 무엇 하나 나무랄 데 없었지만 옥탑의 영원한 숙제. 더위는 조금 문제다. 나는 다른 사람에 비해 더위를 크게 타지 않는 편이지만, 찜질방에 따로 가지 않아도 될 후끈한 실내 덕분에 나는 물을 많이 먹는 '웰빙' 위주의 생활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