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사과방송을 사과합니다"

MBC 시사교양 PD들 항의농성... "압수수색 하면 사수대 뜬다"

등록 2008.08.13 14:30수정 2008.08.1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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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시사교양국 PD 항의농성단 MBC 시사교양국 PD들이 경영진의 사과방송 강행을 규탄하는 항의 농성을 하고 있다. ⓒ 박유미

▲ MBC 시사교양국 PD 항의농성단 MBC 시사교양국 PD들이 경영진의 사과방송 강행을 규탄하는 항의 농성을 하고 있다. ⓒ 박유미

"진실을 전한 방송을 거짓이었다고 사과하다니, 제작자들은 전혀 동의할 수 없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결정한 MBC <PD수첩> 관련 사과방송이 12일 밤 방영되자, 당사자인 시사교양국 PD들이 항의농성에 나섰다. 그들은 사과방송을 강행한 경영진을 규탄하며 앞으로 벌어진 공영방송 탄압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13일 오전 11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김보슬 PD, 오동운 PD 등 MBC 시사교양국 PD들이 여의도 MBC 경영센터 1층 로비에서 농성을 벌였다. 12일 밤 사과방송을 강행한 경영진에 대한 항의농성이다. 이들은 점심시간을 반납해 항의피켓을 들고 농성장을 지켰다.

 

점심을 먹기 위해 로비로 나오던 직원들은 응원을 보내거나 잠시 자리를 함께 했다. 그러나 로비 한쪽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농성단의 모습에서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농성단들은 사과방송과 노조총회가 연달아 이루어진 후에 잠은 잤는지 서로에게 물었다.

 

농성 중이던 한 PD는 "시청자들에게는 죄송한 마음뿐"이라며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언론으로서 할 역할을 했다고 자부했는데 그 부분을 스스로 뒤집은 꼴이다.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만든 방송을 거짓이었다고 사과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제작진의 양심도 훼손됐지만, 상심하셨을 국민들에게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엄기영 사장에 대한 내부의 퇴진 요구는 어느 정도인가" 묻자 그는 "엄 사장에 대한 실망감에 퇴진 요구가 존재하는 건 사실이지만, 공영방송으로서 MBC를 지키기 위해 전략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엄 사장의 "대승적 수용으로서 사과방송 결정"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그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며  정말 '대승적' 판단을 한다면 당장의 구차한 삶이 아니라 무엇이 MBC를 살아남게 하는지 보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향후 사태에 대해 "만약 검찰에서 압수수색까지 들어오면 막는 수밖에 더 있겠는가"라며 "그 때에도 경영진이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이제 타협의 여지가 전혀 없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리를 함께하던 노조의 한 간부는 "항의농성단은 앞으로  출근·점심·퇴근시간 등 수시로 나와 이 자리를 지킬 것"이라며 "압수수색·강제구인이 시작된다면 공영방송 사수대를 중심으로 24시간 농성체제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영진과 회의를 마치고 내려온 한 노조 집행부 관계자는 "조능희 CP, 송일준 PD의 보직해임에 대한 것은 징계가 아닌 인사권 행사이기 때문에 변론이나 변호를 준비하고 있지 않다"며 "명확한 몇가지 실수에 대한 문제제기와 조치는 받아들이고 있지만 인사조치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나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작은 실수를 잡아내 거짓말로 몰아가고 있다"고 규탄했다.

 

노조는 13일 발행한 특보를 통해 ▲사과방송을 결정한 배경 ▲편법적인 방법까지 동원해 방영한 경위 ▲심야에 전경버스를 회사에 배치토록 경찰에 요청한 경위 ▲향후 남부지법 판결과 검찰수사에 어떻게 대응할지 입장 등에 대한 사측의 해명을 촉구했다.

덧붙이는 글 | 박유미 기자는 <오마이뉴스> 8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2008.08.13 14:30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박유미 기자는 <오마이뉴스> 8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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