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로 만든 가방이 '단돈' 17만원

[쓰레기 이동을 막아라-재활용①] 재활용 명품 가게 '에코파티메아리'

등록 2008.08.21 10:03수정 2008.08.2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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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올 한 해 동안 연중기획으로 '쓰레기와 에너지'를 다룹니다. 지난 5월 '친환경 결혼'을 주제로 쓰레기 문제를 다뤘고 6월~8월엔 '쓰레기 이동을 막아라'란 주제를 통해 쓰레기 감량과 재활용 없이는 결국 쓰레기 절대치가 변함 없다는 점을 확인할 계획입니다. 이번 주제는 '재활용'입니다. [편집자말]
 현수막과 가리게로 만든 가방
현수막과 가리게로 만든 가방김혜원

서울 인사동 쌈지길에 재활용 패션을 파는 특이한 매장이 있다는 것은 방송을 통해 들은 듯도 하다. 아름다운 가게 재활용 프로젝트의 하나로 출발한 매장이며 가수 이은미씨나 이상은씨 등 몇몇 유명인이 단골로 이용한다는 소문도 있었다. 하지만 별관심이 없었다.

평소 환경이나 재활용에 큰 관심이 없었던 나에게는 환경을 생각하는 몇몇 사람들이 모여 만들고 또 그들끼리 사고파는 운동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이 쓰다버린 것을 갖고 다시 만들어봐야 거기서 거기지. 얼마나 좋은 상품이 나오겠어. 공연히 버릴 물건에 힘쓰고 돈쓰고…. 나도 집에서 몇 번 해 봤지만 결국은 버리게 되더라.'

이런 나의 선입견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월 초 인사동 쌈지길 '에코파티메아리' 매장 문을 열면서 완전히 깨져 버렸다. 깨끗한 인테리어와 밝은 조명, 그 아래 가지런히 놓여있는 상품들이 마치 백화점 명품매장의 그것처럼 빛을 발하고 있었던 것이다. 놀라 눈이 휘둥그레진 나에게 샵마스터 이지연씨가 친절한 설명을 덧붙인다.

"놀라셨죠? 여기서 팔리는 상품은 물론이구요, 매장 벽이나 바닥 진열대들도 모두 버린 목제나 철제·박스 등을 주워 와서 만든 것이랍니다. 하지만 어딜 봐도 버린 것을 재활용해 만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죠? 제품마다 과거 이력을 표시해 놓지 않았다면 아마도 대부분 손님들이 재활용상품이라는 걸 모르실 거예요."

쓰레기 주제에 비싸다고? 하나밖에 없는 '신상'인걸

신기한 눈으로 매장 안을 둘러보다가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크기와 모양이 비슷한 명함지갑을 찾았다. 이력을 보니 사용하고 버린 소파가죽으로 만든 것이다. 오래된 가죽에서만 느낄 수 있는 손에 닿는 부드러운 느낌도 좋지만 바느질도 여간 꼼꼼한 것이 아니다. 이 정도라면 이태리 명품 라벨을 붙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벽에 걸린 양복모양 가방이 재미있다. 아름다운 가게를 통해 기증된 양복과 셔츠로 만들어졌다는 이 가방 가격은 13만7천원, 가죽점퍼로 만든 가방과 가죽소파로 만든 가방이 각각 17만3천원, 8만3천원이다. 조금 비싼 감이 없지 않다. 그만큼 손작업이 많이 들어가는데다가 독특한 디자인과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가방이라는 가치가 있는 만큼 구매력 있는 30~40대 여성에게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상품이라고 한다.
 
발이 편안해 보이는 여성용 로퍼(굽 낮은 구두)도 눈에 들어온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가볍고 편안했지만 아쉽게도 내게 맞는 크기가 없단다. 의류는 없느냐고 물으니 더 이상 의류는 팔지 않는다고 한다.
 고철을 주어와 만들었다는 에코파티메아리 간판. 제법 근사하다.
고철을 주어와 만들었다는 에코파티메아리 간판. 제법 근사하다.김혜원

이지연씨에 의하면 한때는 재활용의류도 제법 팔았지만 지금은 가격대비 수익이 낮고 재활용의류로 만들 만한 천이나 의류를 구하지 못해 생산과 판매를 멈춘 상태라고 한다. 12만 원 대에 팔았던 여성용 로퍼도 지금은 매장에 남겨진 상품에 한해 50% 할인 판매하고 있는데 이 역시 수익이 맞지 않아 생산을 멈출 예정이라고.   

"처음엔 의류·구두·가방·문구·인테리어소품 등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만들고 팔았는데, 지금은 품목을 줄여나가고 있어요. 의류나 구두 같은 경우 일일이 손으로 만들어서 비쌀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보니 시장성이 떨어져요. 무엇보다 디자인에 맞는 기증품이 들어오지 않으면 생산 자체가 불가능하거든요. 마땅한 원단이 생길 때마다 한두 켤레씩 만들다보니 크기나 디자인이 몇 가지 되지 않아 팔기에는 구색이 맞지 않았던 것이지요.


폐지나 폐종이 상자를 재활용해 만든 액자나 문구류도 사실 생산이 어려워요 요즘 종이값·상자값이 오르다보니 폐지나 종이상자가 저희한테까지 오지 않거든요. 대안으로 재생지나 친환경지를 써서 문구류를 만들어 보았는데 재료비가 워낙 높아 시장성이 낮더라구요."    

그래도 주력 상품은 있을 터.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단연 현수막 보조가방이란다. 2000원에서 3500원 정도면 살 수 있어 학생들은 물론 기업체 사은품이나 행사용품으로도 많이 팔려 나가고 있단다.

그밖에도 원단자투리와 현수막을 이용해 만든 현수막 양면가방이 5000원에서 9000원대, 소파 가죽을 재활용한 링열쇠고리·카드케이스·필통 등 가죽소품들은 1만원 대, 재생지를 사용한 문구류는 1천원에서 1만원대, 종이상자 액자가 2000원, 어린이와 학생들을 위한 재활용교재로 만들어진 반제품 셔츠버튼 역시 1000~2000원대로 큰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품목이다.

주머니 가벼우면 1천원 짜리 문구도 있어요 
 가죽과 가림막등으로 만든 가방
가죽과 가림막등으로 만든 가방김혜원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위해 최대한 여분을 남기지 않고 재단한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위해 최대한 여분을 남기지 않고 재단한다 김혜원
물건을 보고 나니 이런 특이한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 버려지는 물건들로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
그야말로 고물을 보물로 만드는 마이더스의 손이 아닐 수 없는 이들이 누구일까? 내친 김에 동숭동에 있는 에코파티메아리 사무실 겸 작업실에 찾아가 보았다.

입구에 잘린 셔츠가 즐비하게 널린 것을 보고 의아해하자 나를 맞이한 메아리팀 진재선 간사가 친절한 설명을 곁들인다.

재활용 매장에서 팔리는 의류들은 대부분 자활공동체에 맡겨져 세탁돼 오지만 가방 재료로 뽑힌 녀석들은 이 곳에 와서 한 번 더 세탁과정을 거친단다. 매장에 내놓을 상품의 높은 품질을 위해 초기 손질단계부터 꼼꼼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가게의 또다른 부서인 '아름다운커피'와 사무실을 함께 쓰고 있는 에코파티 메아리팀. 사무실에서 일하는 인원은 국장과 간사를 포함 총 4명이지만 이날 사무실에서는 진재선 간사와 김효진 디자이너 두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사무실 옆은 작업장이다. 가죽 선별과 디자인·재단 재봉을 하는 작업장은 사무실보다 조금 넓어 보였지만 재활용 패션제품으로 다시 태어나길 기다리는 기증품 자루들로 발 디딜 틈이 없어 보인다.   

"아름다운가게에 기증된 중고 의류나 가죽제품 중에서도 너무 낡거나 오염이 심한 것들은 팔 수가 없어요. 이런 것들은 어쩔 수 없이 버려야 하는데 그 양이 생각보다 대단했습니다. 그래서 고민을 하게 된 겁니다. 버려지는 것들을 어떻게 하면 최소화하고 그것을 통해 생산성까지 이루어 낼 수 있을까 하구요."
 현수막을 재단을 하고 있는 김효진 디자이너
현수막을 재단을 하고 있는 김효진 디자이너김혜원

먼지 가득해 보이는 기증품 자루 속에서 상품이 되길 기다리고 있는 가죽 쪼가리와 현수막, 옷감들을 꺼내 보여주는 진재선 간사의 얼굴에 자랑의 기색이 가득하다.

"그런 고민 끝에 태어난 것이 메아리팀입니다. 저희는 폐기처분 대상인 기증품을 골라 옷과 가방·액세서리 등으로 가공해서 팔고 있습니다. 쓰레기 자체를 없앨 수는 없지만 쓰레기로 가는 시간을 최대한 벌어주자는 것이지요. 세탁과 가공 과정에선 지역자활센터 도움을 받고 있는데, 자연스럽게 자활후견이라는 수익 나눔 사업까지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메아리팀 진재선 간사는 기증된 물품과 버려지는 폐기물을 이용한 재활용패션 사업이 아직 일반에게 크게 다가서진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재활용 패션 브랜드로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프라이탁(스위스의 재활용가방 브랜드)이나 에코이스트(미국의 재활용 가방 브랜드) 등을 볼 때, 우리 역시 환경보호 차원뿐 아니라 사업 부문에서도 인정을 받을 날이 머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제품을 보고 디자인과 질에 만족해서 사시는 분들이 재활용제품이라는 것을 알고는 많이 놀라세요. 재활용제품이라면 무조건 낡고 후지고 촌스럽다고 생각하잖아요. 이해하기 쉽게 재활용품이라고 말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재활용도 어려워 '폐기물'로 버려지는 것들이거든요. 버려지고 쓸모없는 것들이 우리 손길을 거쳐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명품으로 거듭나는 것이지요. 저희 제품을 팔도록 보내달라는 외국 바이어들의 요청도 적지 않습니다."

쉽게 사서, 쉽게 버리는 습관만 고쳐도 성공
 가방 만들기만 30년이라는 장인의 손길을 거치면 명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가방 만들기만 30년이라는 장인의 손길을 거치면 명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김혜원

 빈병과 깨진 컵으로 만든 컵과 양초꽂이
빈병과 깨진 컵으로 만든 컵과 양초꽂이김혜원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두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기업체에서 부탁한 홍보용 재활용 상품을 만들기 위해 디자인과 재단을 하고 있는 디자이너 김효진씨와 양복모양 가방을 만들고 있는 가방 만들기 경력 30년의 가방 달인 황용진씨다.
"이거 아무나 못 만듭니다. 저처럼 가방만 30년 만든 사람도 옷 모양을 그대로 살려서 가방을 만드는 것이 쉽지만은 안거든요."

디자이너 김효진씨에게 디자인 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원재료를 최대한 살리는 것이란다. 

"버리는 양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지요. 그래서 본을 뜰 때 누가 최고로 촘촘하게 떠내는지 서로 경쟁하기도 한답니다. 가능하면 재미있는 발상을 더해 환경이라는 메시지의 지루함에서 벗어나려고 합니다. 저는 이런 것을 디자인적 환경운동이라고 생각하고요. 지금은 수익이 낮더라도 환경의식을 심어주는 것만으로 큰 수익이 아닐까 생각해요."

메아리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작은 직업병이 있다고 한다.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들이 쓰레기로 보이지 않고 뭔가를 만들 재료로 보여 무조건 주어오고 본다는 것. 지금 쓰고 있는 에코파티메아리의 옥외간판 역시 고철로 버려진 것을 주워와 만든 것이란다.

옷부터 간판·병·폐지·고철까지 재활용해 멋진 상품으로 거듭나게 해주는 에코파티메아리. 이들의 재활용노하우를 보면 쉽게 버릴 것도 재활용하지 못할 것도 없어 보인다.

자타공인 재활용의 달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에코파티메아리.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매일매일 개념 없이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만들어온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이런 나도 환경운동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그래서 가정에서도 할 수 있는 손쉬운 환경운동과 재활용 노하우를 물어보았다.

"환경운동이나 재활용을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시는 분이 많은데 실제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가정에서의 환경운동이라면 하나를 사서 오래 쓰거나 가능하면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제품을 산다거나 하는 식으로 의식 있는 소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구요. 산 뒤에는 최대한 기능이 다할 때까지 쓰는 것이 필요합니다.

더 이상 쓸모가 없게 되면 고쳐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해 보시구요. 재주가 좋다면 저희처럼 리폼을 하시면 되겠죠. 그래도 못쓰겠다 싶으면 아름다운가게를 통해 누군가 다시 쓰도록 해야 합니다. 다시 쓰기보다 버리지 않기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쉽게 사서 쉽게 버리는 습관만 고쳐도 쓰레기의 상당 부분을 줄일 수 있습니다."   
 재활용을 기다리고 있는 현수막들
재활용을 기다리고 있는 현수막들김혜원

생활 속에서 환경운동을 파티(party)처럼 재미있게 해보자는 뜻의 '에코파티메아리'는 '환경을 생각하는 정당(party)'이라는 생각도 담고 있단다. 정치를 하지 않는 정당이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당원들이 모여 가장 영향력있는 정당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는 것.

지난해 '아름다운 가게' 전체 매출 107억 900여 만 원 중 2억 1980여 만 원이 '에코파티메아리'의 판매수익금이었다고 한다. 첫 런칭을 한 2004년 매출 2240여 만 원에 비하면 9배나 성장한 것이지만 이제 갓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만큼 재활용패션 '에코파티메아리'의 시작은 이제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재활용 가능한 원재료의 꾸준한 수급과 재활용 품목의 다양화, 가격 경쟁력의 강화, 재활용과정에서 발생하는 2차 환경오염, 재활용에 대한 인식 변화 등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있지만 패스트패션(fast fashon)에 따른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환경운동의 한 형태라는 데는 이의가 없어 보인다. 그들에게 어떤 세상을 바라는지 물었다.

"우리가 바라는 미래요? 우리가 더 이상 이런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아름다운 세상이 오는 것이지요."

덧붙이는 글 | 에코파티메아리에서 만드는 제품은 인사동 쌈지길 외에도 아름다운 가게 압구정점, A랜드 강남점. 명동점, 롯데백화점 본점, 성공을 도와주는 가게(반디엔루니스), 온라인쇼핑몰 1300K(WWW.1300K.COM)에서도 만날 수 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기획취재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


덧붙이는 글 에코파티메아리에서 만드는 제품은 인사동 쌈지길 외에도 아름다운 가게 압구정점, A랜드 강남점. 명동점, 롯데백화점 본점, 성공을 도와주는 가게(반디엔루니스), 온라인쇼핑몰 1300K(WWW.1300K.COM)에서도 만날 수 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기획취재 지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
#에코파티메아리 #재활용상품 #환경보호 #아름다운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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