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는 차별적 조세가 아니다

[반론] 조세 전문가 현진권 교수의 비판은 근거 부실

등록 2008.08.14 19:22수정 2008.08.14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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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8월 7일자에 아주대 현진권 교수가 종합부동산세를 비판하는 칼럼을 게재하였다. 현 교수는 조세 전문가이지만, 전문가의 견해가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알리고 싶다.

 

현 교수가 제시한 종부세 비판 논거를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로, 종부세와 같은 보유세는 가격 인하 효과가 있으나 이는 보유세를 인상한 시점에 일시적으로 나타날 뿐이라는 비판이다. 이론상으로는 틀림없는 말이지만, 이것이 종부세에 대한 비판이 되려면 '종부세의 주목적은 지속적인 가격 인하'라는 전제가 성립되어야 한다.

 

그러나 종부세의 주목적은 불로소득을 줄여서 투기를 막는 데 있지 않을까? 부동산, 그 중에서도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환수하거나 예방하는 가장 좋은 세목이 토지보유세라는 점은 현 교수도 강의실에서 가르치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둘째로, 종부세 대상자에 법인도 들어가는데 고액의 부동산을 보유한 법인이 종부세를 추가로 부담해야 할 논리적 근거는 없다고 비판하면서 그 이유는, 법인이 소유하게 될 토지의 양은 법인의 업종상 특징을 반영한 결과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말은, 법인은 부동산 불로소득을 취해도 좋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이해할 수 없다. 기업이 생산적 노력과 기여의 대가를 추구하기보다, 업종과 무관하게 부동산 불로소득을 통해 이윤을 얻을 수 있도록 해서야 경제가 잘 되겠는가?

 

셋째로, 미국 헌법의 예를 들면서 특정인을 선별적으로 과세 대상으로 선정하는 것은 옳지 못하며 따라서 상위 2%만 과세 대상이 되는 종부세는 옳지 않다고 비판한다. 현 교수의 말처럼 "다수의 힘으로 소수에 대한 차별적 조세를 부과"하는 것은 미국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위헌이다. 그러나 문제는 과세가 차별을 의도하는 것인지 아니면 목적은 정당한데 결과적으로 소수에게만 과세되는지 여부다.

 

예를 들어 보자. 현 교수도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 재산세는 토지, 건축물, 주택 외에 선박 및 항공기도 과세물건으로 한다. 항공기를 소유한 사람은 극히 소수인데, 그러면 항공기에 대한 재산세는 차별적이고 위헌인가? 물론 아니다. 따라서 종부세가 결과적으로 상위 2%에 과세한다고 해서 위헌이라고 말하는 것은 성급하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 또는 예방하여 투기를 막는다는 종부세의 목적은 매우 정당하다.

 

현 교수는 결론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땅부자들의 세금 부담을 낮추자는 것이 아니다. 양극화로 국민을 대립시키고 원칙에도 맞지 않는 종합부동산세가 없어도 재산세를 통해 얼마든지 세 부담 수준을 조정할 수 있다." 이것이 현재와 같은 종부세와 재산세를 합산한 금액을 재산세로 일원화해서 납부하도록 하자는 취지라면 필자도 이견이 없다. 세제는 단순할수록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 교수는 "땅부자들의 세금 부담을 낮추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현재 종부세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의도는 그것이 아니다.

 

이처럼 현 교수의 칼럼은 조세 전문가가 썼다고 보기에는 상당히 부실해 보인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땅부자의 세금을 낮추자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 자신의 명시적 표현과는 달리 자기도 모르게 땅부자의 편을 드는 마음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종부세가 양극화로 국민을 대립시킨다는 현 교수의 표현에서 이런 짐작을 하게 된다. 부동산 불로소득이야말로 양극화의 주범인데 여기에는 주목하지 않고 종부세에 대한 상위 2%의 반발이 양극화인 것처럼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세 전문가인 현 교수는 교과서에 나오듯이 좋은 세금인 토지보유세를 높이고 다른 나쁜 세금을 감면하자고 주장해 주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김윤상 기자는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이며 토지정의시민연대 지도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2008.08.14 19:22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김윤상 기자는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이며 토지정의시민연대 지도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종합부동산세 #현진권 교수 #차별적 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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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행정학부 명예교수. 사회정의/토지정책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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