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98) 환상적

― ‘환상적 생각’, ‘환상적 풍경’, ‘환상적 액자’ 다듬기

등록 2008.08.31 17:40수정 2008.08.3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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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환상적인 생각이야

 

.. “자네는 노동조건을 개선하기만 하면 공인들이 노동 의욕을 느끼리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건 너무 환상적인 생각이야. 여기서 보는 공인 숙사의 경치처럼 그건 올바른 생각이지. 그렇지만 결과가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고 단언할 수는 없어” ..  《고미카와 쥰페이/맹사빈 옮김-인간조건 (1)》(양우당,1982) 82쪽

 

 ‘개선(改善)하기만’은 ‘고치기만’으로 다듬고, “노동(勞動) 의욕(意欲)을 느끼리라고”는 “일할 마음을 품으리라고”로 다듬습니다. ‘공인’은 어떤 사람을 말할까요. 글흐름으로 보건대 ‘노동자’나 ‘일꾼’을 가리키는 일본 한자말 같습니다. “공인 숙사(宿舍)의 경치(景致)처럼”은 “일꾼들 집 모습처럼”으로 손질합니다. “결과(結果)가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고”는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고”로 고쳐 주고, ‘단언(斷言)할’은 ‘잘라말할’로 고칩니다.

 

 ┌ 환상적(幻想的) : 생각 따위가 현실적인 기초나 가능성이 없고 헛된

 │   - 환상적 공간 / 환상적 세계 / 환상적 이야기 / 환상적인 분위기 /

 │     안개에 휩싸인 거리가 환상적으로 보인다

 ├ 환상(幻想) : 현실적인 기초나 가능성이 없는 헛된 생각이나 공상

 │   - 환상이 깨지다 / 환상 속에 살다 / 환상에 사로잡히다

 │

 ├ 꿈같다

 │  (1) 일이 너무 이상야릇하여 현실이 아닌 듯하다

 │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을 듯한 일처럼 느껴지거나 현실에서 일어날 수

 │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이루어져서 믿기가 어렵다)

 │     <너무 꿈같은 생각이 아닐까? / 내가 일등을 했다니 아무래도 꿈같아>

 │  (2) 세월이 덧없이 빠르다

 │     <10년 세월이 꿈같이 흘러갔구나>

 │  (3) 갈피를 잡을 수 없거나 헛되거나 아무 뜻도 없어서 허전하다

 │     (덧없이 허무하다)

 │     <할머니도 참, 꿈같은 이야기는 그만 하세요>

 │

 ├ 너무 환상적인 생각이야

 │→ 너무 꿈같은 생각이야

 │→ 너무 터무니없는 생각이야

 │→ 너무 바보스런 생각이야

 │→ 너무 멋모르는 생각이야

 └ …

 

 지금 이곳에서 이루어질 듯한 일이 아니라고 할 때에는 흔히 ‘꿈같다’고 말합니다. 좋은 뜻에서는 ‘꿈같은’ 소리인데, 얄궂은 뜻으로 가리킨다면 ‘잠꼬대 같은’ 소리입니다. 잠꼬대처럼 읊는 소리라면 ‘터무니없’거나 ‘어이없’는 소리로 느껴지는 한편, ‘바보스러운’ 소리라고, ‘멋모르고’ 읊는 소리라고 느낍니다. 이럴 때 으레 “말도 안 되는” 소리는 그만두라고 이야기하거나 “세상 모르는” 소리는 하지 말라고 손사래를 칩니다.

 

 

ㄴ. 그 환상적인 풍경들

 

.. 탐사를 다니면서 봐 왔던 그 환상적인 풍경들을 하나로 모은 곳일 거야 ..  《이가영-나비 따라 나선 아이 나비가 되고》(뜨인돌,2004) 21쪽

 

 ‘탐사(探査)’란, 알려지지 않은 것을 샅샅이 찾아다니며 살피는 일을 가리킵니다. 이 자리에서는 “여러 곳을 다니면서”나 “산과 들을 누비면서”로 손질하면 한결 낫습니다. ‘풍경(風景)’은 ‘모습’으로 다듬고, “모은 곳일 거야”는 “모은 곳일 테지”로 다듬습니다.

 

 ┌ 그 환상적인 풍경들

 │

 │→ 그 멋진(놀라운/좋은) 풍경들

 │→ 그 그림 같은 풍경들

 │→ 그 기가 막힌(기막힌) 풍경들

 └ …

 

 우리가 ‘환상적’이라는 꾸밈말을 붙여서 어떤 모습을 이야기할 때에는,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생각해 보곤 합니다. 멋진 모습을 보았나? 놀라운 모습을 보았나? 반가운 모습을 보았나?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나? 이 모든 모습이 섞여 있나?

 

 놀랄 만하거나 대단한 모습이라 한다면, ‘대단하다’나 ‘훌륭하다’나 ‘엄청나다’ 같은 꾸밈말을 넣을 수 있습니다. 곱거나 예쁜 모습이라면 ‘아름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이라면 ‘꿈 같다’고 하면 되고요.

 

 

ㄷ. 환상적인 액자

 

.. 백화점의 시범, 식당의 벽에 걸린 환상적인 액자, 그리고 흰 장갑을 낀 전철의 조역이 모두 일본 국민의 예의 법전을 구성하는 일부이며 ..  《프랭크 기브니/김인숙 옮김-일본, 허술한 강대국》(뿌리깊은 나무,1983) 31쪽

 

 “백화점의 시범(示範)”은 “백화점에서 보여주는 시범”이나 “백화점 맛뵈기”로 손보고, “식당(食堂)의 벽”은 “식당 벽”이나 “밥집 벽”으로 손봅니다. ‘액자(額子)’는 ‘그림틀’이나 ‘사진틀’로 다듬고, “전철의 조역(助役)”은 “전철역 도움이”로 다듬습니다. 그런데 “일본 국민의 예의 법전을 구성(構成)하는 일부(一部)”란 무슨 소리일까요. “예의 법전”이라니? ‘예(例)’를 썼나요? “바로 그 일본사람들 법전을 이루는 몇 가지”인지요?

 

 ┌ 환상적인 액자

 │

 │→ 눈부신 그림틀

 │→ 멋진 그림틀

 │→ 훌륭한 그림틀

 └ …

 

 멋지게 꾸민 그림틀을 말한다고 느낍니다. 잘 매만진 사진틀을 말하는지 모르고요. 훌륭하게 걸어 놓은 그림틀일 수 있습니다. 밥집 느낌을 한껏 북돋우거나 높일 만한 눈부신 사진틀일 수 있겠지요.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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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2008.08.31 17:40ⓒ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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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적的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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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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