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덮친 구스타프... "부시처럼은 안 해"

'카트리나' 악몽 재연 우려... 전당대회 행사 대폭 축소

등록 2008.09.01 13:54수정 2008.09.0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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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2005년 9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덮친 카트리나에서 한 주민이 구조되고 있다.

지난 2005년 9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덮친 카트리나에서 한 주민이 구조되고 있다. ⓒ AP=연합뉴스

지난 2005년 9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덮친 카트리나에서 한 주민이 구조되고 있다. ⓒ AP=연합뉴스
공화당 전당대회 덮친 허리케인 '구스타프'?

 

1일(현지 시각) 미국 남부 해안에 대형 허리케인 구스타프가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자 미국 전체가 비상이 걸렸다.

 

외신들에 따르면 2005년 8월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문에 엄청난 피해를 입었던 미국은 이번에 같은 일을 당하지 않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카트리나에 직격탄을 맞았던 뉴올리언스는 이번에는 아예 시민들에게 강제 대피령을 내렸다.

 

레이 네이긴 뉴올리언스 시장은 "약탈자들은 바로 감옥행이다, 이번에는 봐주기 없다"고 대피를 독려하며 시민들에게 "이 도시에 잠시라도 머물러서는 교도소로 갈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1일부터 4일까지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전당대회를 열어 존 매케인 의원을 대통령 후보로 지명하기로 했던 공화당은 전야제 및 1일 행사를 대폭 축소했다. 구스타프 때문에 공화당 전당대회가 묻히고 있지만 전혀 내색도 않고 있다.

 

카트리나 때 "부시 행정부의 늑장 대응은 범죄 수준"이라고 비난을 받았던 조지 부시 대통령도 이번에는 바짝 긴장했다.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여하기로 했던 그는 불참을 선언하고 텍사스주로 날아가 방재 당국과 회의를 열었다.

 

카트리나보다 약한 구스타프, 그래도 주민들은 떠났다

 

구스타프는 이미 캐리비아 해를 휩쓸고 지나면서 94명의 사망자를 냈다. 그러나 이 허리케인은 31일 멕시코만을 지나면서 3등급(풍속 178~209㎞)으로 세력이 다소 약해졌다. 카트리나는 5등급 허리케인(풍속 250㎞ 이상)이었다.

 

현재 예상대로라면 구스타프가 상륙하는 지점의 폭풍 해일의 높이는 4m 안팎으로 예상된다. 카트리나 때는 7m 정도였다.

 

그런데도 해안가 주민을 중심으로 190만명이 피난을 떠났다. 뉴올리언스의 경우 24만명의 주민 가운데 현재 1만명 정도만 남아있다. 이렇게 미 전역이 바짝 긴장하는 것은 우선 카트리나 때의 악몽 때문이다.

 

당시 1800명의 사망자와 80만명의 이재민, 250억달러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현재 3등급인 구스타프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카트리나처럼 5등급으로 강해질 수도 있다.

 

2005년 당시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미국 사회의 치부와 부시 행정부의 무능을 드러냈다. 뉴올리언스는 둑이 터지면서 도심 80%가 물에 잠겼고 약탈과 무법이 판쳤다.

 

수천㎞ 떨어진 이라크에는 15만명의 미군과 수천대의 헬리콥터가 떠다니는데 정작 미국 안에서 근 2000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 며칠이 지나도록 미군과 헬리콥터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당시 피해자 대부분이 가난한 흑인들이어서 인종 문제로 번졌다. 흑인들은 "만약 피해자가 백인들이었다면 부시가 이렇게 늑장을 부렸겠는가"라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이런 북새통에도 피난을 가지않고 버티는 사람들이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루이지애나주 남서부 라파예트시의 시민인 팀 스쿨러는 "정말로 갈 곳이 없다, 모든 호텔이 이미 방이 다 찼다"며 "잘 되기만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a  지난 2005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 당시 숨진 남편 시체 옆에서 흐느끼고 있는 뉴올리언스의 여인.

지난 2005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 당시 숨진 남편 시체 옆에서 흐느끼고 있는 뉴올리언스의 여인. ⓒ AP/연합뉴스

지난 2005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 당시 숨진 남편 시체 옆에서 흐느끼고 있는 뉴올리언스의 여인. ⓒ AP/연합뉴스

 

매케인 "부시의 실수 되풀이하지 않는다"

 

구스타프가 다가오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한 사람 가운데 하나는 존 매케인 의원이다. 그는 전당대회를 위해 미리 준비했던 연설문을 고쳐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자는 내용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에는 우리 당의 정치를 버릴 때다, 우리는 (공화당원이 아닌) '미국인'으로서 행동해야 한다"며 "우리는 카트리나 때의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허리케인으로 해안가 시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는데 호화찬란한 공화당 전당대회를 하면 비난이 쏟아질 것은 당연하다.

 

매케인은 미국 NBC TV와의 인터뷰에서 "4일(미국 현지 시각)로 예정된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전당대회장이 아니라 멕시코만 해안 지역에서 위성을 통해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일 개막식 행사 시간도 원래보다 크게 줄여 2시간 30분으로 맞췄다.

 

카트리나에 대한 늑장 대응으로 혼쭐이 났던 부시 대통령은 이번에는 '군기'가 바짝 들었다. 부시 대통령은 공화당 전당대회 개막식 참석을 취소하고, 텍사스주로 가서 방재당국과 구스타프 방재 대책을 협의했다.

 

마이클 처토프 국토안보부 장관은 "카트리나 때와 같은 부적절한 대응은 이제 없다"며 "탐색과 구조 작업이 최우선 순위에 있다, 헬리콥터·비행기·해안경비대의 경비정·해군 함정 등이 허리케인이 강타할 지점에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

2008.09.01 13:54ⓒ 2008 OhmyNews
#구스타브 #허리케인 #카트리나 #공화당 #매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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