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에 심은 토란이 무성하게 자랐다. 추석을 앞두고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전갑남
새벽 5시 반. 휴대폰에서 알람이 울어댄다. 밖은 아직 깜깜하다. 그러고 보니 해가 많이 짧아진 모양이다. 낮이 길 때는 5시 조금 넘으면 밭에 나가 일을 할 수 있었는데, 요즘 들어서는 6시가 다 되어야 동이 튼다. 모르는 새 세월은 훌쩍 지나고 있는 것이다.
이른 아침, 밭에 나왔다. 맑은 공기가 온몸을 휘감는다. 선선해서 좋다. 감나무 가지 사이로 빠끔히 고개를 내민 아침햇살이 눈부시다. 해거름부터 시작한 풀벌레들의 합창이 아침까지 이어지고 있다. 청아한 가을소리가 참 좋다. 그나저나 녀석들은 지치지도 않고, 목이 잠기지도 않나?
우리 텃밭에서 뭐부터 수확하지?아내가 코를 훌쩍인다. 환절기를 타는 모양이다. 이번 가을엔 그냥 넘어가나 싶었는데 몸 상태가 영 말이 아닌 것 같다.
아내가 걱정 섞인 말을 늘어놓는다.
"여보, 어쩌죠? 해는 짧고, 할 일은 많은데 몸은 안 따라 주고.""밭작물 거두는 것 때문에? 주말에 조금씩 시간을 내야지. 급하면 식구들 부르고!" 우리 텃밭에 가을이 왔다.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들고, 해가 짧아지자 작물들은 씨앗을 맺고, 알맹이를 영그는데 한창이다. 갖은 비바람에 시달리면서도 넉넉함을 안겨주는 자연에 고마움이 느껴진다.
이제 작물을 거둘 때가 다가오고 있다. 봄부터 부산을 떨며 가꾼 것들이 가을과 함께 결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아내는 나 혼자 애쓰는 모습이 안 되어 보였는지 미리 걱정부터 하는 모양이다.
아침을 먹으면서 아내가 내게 묻는다.
"우리 올핸 뭐부터 거두죠? 고구마가 첫 타자인가?""고구마는 아직 멀었지! 토란부터 거둬야 될 걸.""아! 추석 때 토란탕 끓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