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영혼의 동반자를 찾아 80번의 데이트 세계일주 나섰지만 ,이성과의 데이트 말고 다른 주제를 가지고 80번의 데이트 일주를 해도 재미있을터. 일테면 80번의 음식과의 만남, 풍경과의 만남, 사람과의 만남등등...
정명희
‘남자가 한 명도 아니고 80명씩이나 줄 서 있으니 월매나 좋으까?’ 땡! 실상은 무척 피로하고 괴로운 날의 연속일 때가 더 많았다.
하긴 각기 다른 80명의 인물과 데이트 한다는 것 자체가 전무후무한 시도 아닌가. 한 번쯤 꿈 꿀 수는 있어도 이렇게 옹골차게 정해진 기간 안에 실행한 사람은 아마 저자가 단연 으뜸이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말이 좋아 데이트 여행이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렸다. 물건 사는 일이야 이것저것 만져보고 안사면 그만이지만 사람을 만나는 일은 물건 사기와는 달라도 한참 다르지 않은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었다면 다행이지만 80번의 데이트(예정은 80번이었으나 실지는 76번으로 쫑 냄) 중 호감이 가는 축보다 호감도 안가고 공감대도 형성 안 되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때문에 저자는 그만 여정을 중도에 작파할까 회의도 많았으나 다시 용기를 내고, 또 내고 하면서 여정을 소화했다. 그러다 총 데이트 여정의 3분의 2 지점인 55번째에서 꿈에 그리던 영혼의 동반자를 만났다. 시애틀에 사는 미국남자였다.(내 눈엔 별로^^)
동반자를 만나고도 형식적 완주를 위하여 계속 데이트 여행을 하던 중 76번째에서 55번 남자에 버금가는 매력을 발견하고 심히 ‘흔들’렸다. 그러나, 처음으로 ‘전기’를 느꼈던 55번 남자와 잘 해보기로 하고 애써 미련을 떨쳤다. 그리고 이미 영혼의 동반자를 만난 상태에서 더 이상의 데이트 여행은 명분이 없다 생각하고 나머지 77, 78, 79, 80번 여정은 취소하였다.
과거 연애사를 당당히 밝혀도 되는 사회가 부러워....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저자가 자신의 ‘연애 이력’을 하나도 숨김없이 까발린 것이었다. 30대 후반인 저자는 책 앞부분에 그 동안의 삶에서 만난 이성 관계를 요약 정리하였는 바.
첫사랑, 첫 동거의 남자부터 시작하여, 결혼, 일시적 관계, 동료관계의 남자까지 빠짐없이 소개하였는데 총 8명이었다. 8명 하니까 생각나는데 선진 외국 사람들은 일생 몇 명의 이성과 관계를 맺을까.
인즉슨, 며칠 전에 본 <선데이 나이트 섹스 쇼>라는 ‘슈 조핸슨’ 할머니 성 상담가의 상담방송에서 언뜻 비춰준 통계에 의하면 캐나다의 성인은 평균적으로 일생 14명(?)의 이성과 관계를 맺는다고 하였다. 미국은 12명 호주는 10명이었나 그랬다. 그에 비하면 영국은 순위에 언급 되지 않은 걸로 보아 위 나라들 보다 소박할 것이라 추측.(웃음)
아무튼, 여자의 ‘변신’은 무죄이나 여자의 ‘과거’는 무죄가 아닌 세상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다른 무엇보다 저자의 소위 ‘관계 이력서’라는 것이 눈에 들었다. 뿐인가. 총 76번의 데이트 중 나름 선방한 남성들과는 죄다 사진을 찍어 올렸는데 그 또한 마음에 들었다. 우리네라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이렇듯 과거든, 현재든 이성관계의 이력을 대놓고 얘기할 수 있는 세상이라면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의 제 짝 찾기가 훨씬 수월할 텐데. 예전엔 남자의 과거쯤은 무죄였으나 요즘은 남자의 과거도 그리 당당하지 못한 듯한데. 남자고 여자고 피차 과거를 당당하게 밝힐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웃음)
나아가, 결혼을 생각할 만큼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일단 한번 살아보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사회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80번의 데이트 세계일주 - 이프 여성경험총서 6
제니퍼 콕스 지음, 권희정.류숙렬 옮김,
이프(if),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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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떠올릴 때마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그런 순간을 살고 싶습니다.
# 저서 <당신이라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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