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길한신대에서 인수동 오는 길. 좁은 인도 한가운데 가로수와 가로등이 있어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도 힘들었다. 이 좁은 길을 한신대와 강북구청이 돈을 보태 길을 넓혔다.
주재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한신대 신학전문대학원에서 인수동으로 오는 길은 두 사람이 나란히 걸어가기도 비좁았다. 게다가 인도 한 가운데 제법 굵은 가로수가 버티고 있어 마주 오는 사람이 있으면 피해야 하고 유모차를 끌고갈 때는 차도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야 한다. 위험천만한 장면이 하루에도 여러 차례 연출됐다.
주민들은 길 넓히기를 늘 원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애초에 차가 다니는 길까지도 한신대 소유의 땅이었는데, 나중에 도시계획을 하면서 길이 났다. 한신대에게 양해를 구하고 인도를 넓히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좁을 길을 따라 쌓은 축대 바로 옆으로 한신대 건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도를 넓히려면 한신대 건물을 헐어야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주민들은 불편에 익숙해졌는데, 드디어 지난 봄 변화가 생겼다. 한신대가 강의동을 신축하면서 축대 옆 낡은 건물을 허물었다. 주민들도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민원을 넣었다. 강북구에서도 주민들의 여론을 받아들여 움직였고, 한신대도 화답했다.
강북구에서는 기존 축대를 허물고 길을 넓히는 데 들어간 비용 일부를 지원했다. 덕분에 직각으로 올라가 절벽처럼 흉물스럽던 축대는 자연석을 계단처럼 쌓은 예쁜 담장으로 바뀌었다. 이 길을 지나는 사람들도 "좋은 일 했다" "진작 이렇게 바뀌어야 했다"고 반겼다.
인수동에 사는 정직녀씨는 "4살, 2살된 아이들과 산책을 나오는데 한결 수월하다"며 "예전에는 위험해서 유모차를 끌고 한신대쪽으로 갈 엄두도 나지 않았는데, 지금은 길이 넓어져 속이 다 시원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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