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귀를 통과한 부자? 그런 건 없다

[주장] 돈에 팔린 한국교회

등록 2008.09.04 10:48수정 2008.09.0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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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캐치프레이즈가 '국민 성공시대'다. 이 이면에는 '자본'이 숨어 있다. 그는 이 캐치프레이즈로 집권했으며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5년 동안 끊임없이 말하고, 시민은 듣게 될 것이다.

1997년 IMF 체제 이후 대한민국은 양극화가 심화되어 계층 상호간에 분열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더 고착화되면 새로운 계급 사회가 도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쩌면 이미 새로운 계급 사회에 들어섰을 수도 있다. 양극화는 중심은 결국 '자본'이다.

교회도 여기에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한국 사회가 한국 교회를 물질주의로 비판하는 것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교회 내부에서 물질주의를 비판한다. 몇 해 전 한국 교회에 '청부론'을 두고 많은 논쟁이 있었다. '청부론'을 풀어쓰면 '깨끗한 부자'이며 핵심은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백성이 부자 되기를 원하신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돈을 일만 악의 뿌리로 가르침을 받았던 신자들에게는 솔깃한 개념이었고, 돈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할 수 있었다. 청부론은 부를 소유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들어주는 개념이었다.

교회 내부는 이미 돈을 버는 일이 하나님의 복으로 생각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고, 어떤 이들은 한국교회가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었다고 강하게 비판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청부론이 대두된 이유도 자본의 노예가 되어 버린 한국교회가 건전하고, 정당한 방법으로 물질을 소유하는 방법, 자본의 노예는 아니지만 그래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질의 부를 어느 정도 가지는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통하여 세속 자본주의와는 다른 부의 개념을 도입하고자 함이었다.

하지만 청부론은 자본의 노예가 되어버린 자신들을 합리화 시키기 위하여 만들어낸 개념일 뿐이다. 김영봉씨는 <바늘귀를 통과한 부자>를 통하여 청부론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청부론자들은 돈 자체를 중립적으로 보기에 돈을 죄악시하거나 금기시하지 말 것과 최상의 축복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돈' 자체를 죄로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아니다. '돈'이 교환가치로서는 중립성을 띠지만 돈이라는 개념은 전혀 다르다. 예수님은 돈에 인격성을 부여했다.

"한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할 것이니 혹 이를 미워하고 저를 사랑하거나 혹 이를 중히 여기며 저를 경히 여김이라. 너희는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느니라."(마태복음 6장 24절)


예수님께서 돈을 하나님과 겸하여 섬길 수 없다고 하신 말씀에는 사람들이 언제든지 돈을 섬김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음 경고하고 있다. 돈 자체는 물질과 무생물이기에 돈 스스로 인격성을 가지지 않지만 사람이 돈을 사용하면서부터 인격성을 지니면서 돈이 사람을 지배하고, 사회를 지배하게 되며 하나님 대신에 주인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강하게 경고하셨다는 것이다. 사람이 돈에 인격성을 부여하는 순간 하나님 대신에 주인으로 섬기며 이는 우상숭배다.

어떤 목사와 어떤 성도들은 말한다. 돈을 많이 벌어 하나님과 이웃을 위하여 어느 정도 구제와 선을 행한 후에 남은 모든 것을 나의 유익을 위하여 사용하는 것은 하나님이 원하신 삶이라고 한다. 참 좋은 의미로 들린다. 가난한 사람보다 좋은 부자, 깨끗한 부자를 하나님이 더 기뻐하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니다. 성경은 분명하게 선언하고 있다.


"부자 되기에 애쓰지 말고 네 사사로운 지혜를 버릴지어다. 네가 어찌 허무한 것에 주목하겠느냐? 정녕 재물은 스스로 날개를 내어 하늘을 나는 독수리처럼 날아가리라"(잠언 23:4-5).

돈을 사랑하면서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논리를 성경은 말하지 않는다. 돈이 성경을 지배해버리는 가증한 일이 한국교회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미 교회 주인은 돈이다. 한국 교회는 아니라고 수없이 말하지만 수십억, 수백원을 들여 교회를 짓는다. 돈이 한국 교회 주인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이다. 더 이상 무슨 증거가 필요한가?

한국교회에게 세속 사회를 타락했다고 비판할 자격이 여기서부터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현대 사회를 비판하지 말고 돈이 주인이 아니라 하나님만이 주인이라 말은 하지만, 그렇게 살지 못하기에, 끊임없이 돈을 추구하는 이런 삶을 단호히 거스르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럼 가난하게 사는 것이 정답일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럴 수 없음이 정답이지만 신자는 그렇다고 말해야 한다. 왜 일까? 가난이 주는 유익이다. 부(富)는 신앙 생활의 목을 조른다면 가난은 신앙 생활을 자유롭게 한다. 부는 우리 자신을 지배자로 만들지만 가난은 겸손하게 만든다. 부를 잘못 다루면 심판에 처하게 되는 반면, 스스로 택한 가난은 그런 위험을 원천적으로 제거한다.

가난을 미화하는 말이 아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남이 주는 도움만으로 사는 사람들이 겪는 가난을 말하지 않는다. 스스로 청빈한 삶, 가난한 자의 삶을 선택하는 것은 고귀하며, 존귀하다는 말이다.

한데 그는 '부(富)'가 진리를 보지 못하게 한다고 말한다. 돈이 영적 세력이라 할 때 그 돈을 주인으로 섬기는 자는 진리를 보지 못한다는 말이다. 쟈크 엘룰은 <하나님이냐 돈이냐>에서 이렇게 말했다.

"성경이 저주하는 대상은 부자들의 어떤 행위가 아니라, 필연적으로 하나님께 적대적일 수밖에 없는 그들의 전체적인 삶 자체다. 아브라함과 욥과 솔로몬을 제외하면 의로운 부자나 좋은 부자는 없다. 아브라함과 욥과 솔로몬은 비록 돈은 많이 소유하고 있었지만 성경에  말하는 [부정적]부자들과는 전혀 다른 영적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

끊임없이 자본 곧, 돈에 자신을 팔아 벌인다면 결과는 뻔하다. 돈은 이미 신자들의 가치를 지배하고 있다. 돈과 부자 논리가 오히려 교회에서 일반사회로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교회가 비판받는 것이 성경과 교리의 배타성도 이유겠지만 더 큰 이유는 성경의 가르침과 교리의 가르침에 합당한 삶을 살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가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예수님은 신자들에 부자 되라, 성공해라, 행복하라는 말씀이 아니라 십자가를 지라, 나를 위하여 고난을 받으라, 섬겨라 명하신다. 부자 되기 위하여, 성공을 위하여 주님을 믿으라 하지 아니했다.

교회는 다니는 사람은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지 돈을 믿는 자들이 아니다. 자본주의보다 더 지독한 돈의 노예가 되어버린 한국 교회가 생명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청부론에 함몰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삶, 자족하는 삶, 노동의 삶, 함께 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복이란 자본을 쌓음이 아니라 나눔에 있다. 거룩한 열망은 우리가 제거하는 물질적 욕망의 양만큼만 우리 마음에 채워진다. 그러므로 자신을 채우고 싶어 하는 그것들을 먼저 비워 버려야 한다. 좋은 것으로 채워지기를 바란다면 악한 것들을 먼저 쏟아버려야 한다.

절제는 성령의 열매다. 나눔은 이웃과 함께 내가 건강해지는 것이다. 소유를 통한 행복이 아니라 존재와 관계를 통한 사회는 건강해진다. 군림하기 위하여 교회를 다니지 말고, 섬기기 위한 배움을 받기 위하여 교회 다녀야 한다.

게으른 삶을 통하여 가난해지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삶을 추구하면서 돈에 팔려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할 때가 한국 교회에 왔다. 자본주의보다 더 돈을 섬기는 이 죄악된 모습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돈 많이 벌어 헌금, 선교하겠다는 망상을 버려야 한다. 성경대로 살면서 돈 많이 버는 길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없다. 돈 많이 벌어 수십억, 수백억짜리 교회 짓는 데 헌금 내어 더 많은 복을 받겠다는 생각은 성경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자본주의 사상일 뿐이다.

한국 교회는 부자되기 위하여 소원할 때가 아니라 가난해지기를 소원할 때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물질적으로 부유해질수록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빈곤해진다.
우리는 새처럼 공중을 날고
물고기처럼 바다를 헤엄치는 복잡한 기술을 터득했지만
모두가 형제처럼 살아가는 간단한 기술을 터득하지 못했다.
#한국교회 #청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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