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오류에 빠지지 말자

[서평] < 알을 낳는 개 > ( 한스 페터 베크 보른홀트.한스 헤르만 두벤 공저)

등록 2008.09.06 13:18수정 2008.09.06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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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을 낳는 개'라는 제목만이라도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알겠지만 이 책을 읽기가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 평소에 그래프나 통계에 밝고 숫자에 특별한 알레르기가 없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읽는 독자가 꼼꼼히 확인해가며 읽기에는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솔직히 이 책이 현대과학의 오류에 관한 일침을 가하는 내용을 다뤘다는 홍보물에 비해, 책의 내용 역시 이해와 검증을 할 수 없으니, 독자로서는 고개를 끄덕일 수만은 없었다.

 

a  [ 알을 낳는 개 ] 겉표지

[ 알을 낳는 개 ] 겉표지 ⓒ 인디북

[ 알을 낳는 개 ] 겉표지 ⓒ 인디북

우리가 철썩같이 믿고자 하는 과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알고 있는 지식덩어리가 비논리적이고 검증 안 된 쓰레기 지식일 수도 있다고 저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우리가 과학적이라고 표현하는 말 속에는 이미 합리성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소위 현대과학의 지식들이 많은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학적으로 감안한 1종오류나 대상이 너무 작아 무시할 수 있는 2종오류가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우리가 오류를 쉽게 바로잡지 못하는 이유는 긍정적이고 새로운 멋진 성과에만 열광하는 사회분위기와 성공한 실험을 다시 검증해봤자 주목하지도 않고 비용도 많이 든다는 제도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래서 긍정적 연구결과의 중복적 인용과 자기 구미에 맞는 선별적 보고방식이 만연되어 있고, 독자들 입장에서는 균형 잃은 정보를 접하게 되고 올바른 판단마저 제약을 받고 있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언어의 해석오류나 전달오류에 대해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고, 철학책에도 많이 등장하는 -두 개의 대등한 가설 중 더 단순한 것을 선호한다- '오컴의 면도날 이론'은 반가운 마음도 들었다. 또한 두 번이나 지고도 이기는 '심슨의 모순'에서는 갑자기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일본은 우리에게 두 번이나 지고도 우승하는 아이러니한 생각도 떠오르게 했다. 이외에도 요즘 회자되는 지구온난화와 북극 남극의 결빙과 해수면에 관해 독자적 반론를 내놓고 있고(p108~112), '제노바의 왕홀'에 관한 수수께끼 이야기(p263~270)도 재미있게 보았다.

 

사실 세상의 모든 오류를 바로 잡아 놓겠다고 이 책을 출간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사실 사물의 진실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오류지적이 또 다른 오류를 낳고 더욱 혼탄스럽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합리적일 수 없고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세상이라면 인간이 그들의 잣대로 설정해 놓고 이것이 정답이네 하는 식만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다만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등한시 해버리는 오류의 함정에 빠지지만 않을 정도의 마음가짐으로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예스24에도 송부했습니다.

2008.09.06 13:18ⓒ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예스24에도 송부했습니다.

알을 낳는 개 - 현대과학의 오류를 바로잡는 새로운 과학상식

한스 페터 베크 보른홀트 외 지음, 염정용 옮김,
인디북(인디아이), 2007


#과학 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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