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9월 태풍 '매미' 때 정전사고 피해를 입은 거제시민들이 한국전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사진은 당시 주민들에게 소송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한주 변호사의 모습.
거제타임즈
한국전력공사가 2003년 9월 태풍 '매미' 때 닷새간 정전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던 경남 거제지역 주민 7212명한테 확정 판결 1년이 지나 소송비용(1243만57원)을 청구해 논란을 빚고 있다.
8일 김&구종합법률사무소 김한주 변호사는 최근 한전이 시민대표 옥아무개씨한테 항소비용을 청구해 왔다고 밝혔다. 한전이 이번에 청구한 소송비용은 1243만57원으로, 이는 변호사 보수 495만3575원과 성공사례금 743만362원, 인지·공달료 1만9120원이 포함된 금액이다.
태풍 '매미' 때 거제에서는 송전탑이 무너지면서 닷새간 정전사태가 벌어졌다. 주민들은 "천재지변이 아닌 한전측의 고의나 중과실에 해당하는 귀책사유가 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주민들은 1·2심 모두 패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소송비용에 있어 다르게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소송이 공익적인 측면이 강하다며 한전 측의 과실도 있는 점을 감안해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그런데 부산고등법원 재판부는 항소비용을 원고(주민)측이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주민들의 소송을 대리해 온 김한주 변호사는 대법원 상고비용 부담과 2심 판단을 뒤집기 어렵다고 판단해 상고를 포기했다. 정전 사태로 인한 손배소는 2007년 8월 확정되었다.
김한주 변호사는 이번에 한전이 주민들에게 청구한 소송비용을 전액 개인이 부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전이 소송비용을, 그것도 1년이 지나 청구한 것에 대해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한주 변호사는 "당연히 소송에서 지면 패소한 측이 비용을 부담하는 게 맞다"면서 "1심에서 각자 부담하라고 한 이유가 공익적 소송이라는 점이었고, 한전에 대해 어느 정도 과실이 있는 것도 맞다고 했던 것인데 항소심에서는 그런 부분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정전사고가 났을 때 한전은 공식 사과에다 신문광고까지 냈다"면서 "전기공급 약관에 보면 '고의·중과실 이외에는 책임이 없다'고 되어 있는데, 대표적인 불공정 약관으로, 앞으로 민영화하겠다는 마당에 약관은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한전은 이번에 변호사 성공사례금까지 내놓으라 했는데 지나치고, 개인 사이에도 1년이 지나서 청구하는 사례가 없는데 이번에 한 것은 앞으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시민들이 소송을 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사전 압박 내지 엄포용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일환 통영거제환경연합 사무국장은 "전기를 독점 공급하는 한전이 정전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있으며, 소송에서 이겼다고 해서 소송비용을 주민들에게 부담지우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다시는 시민들이 한전을 상태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휘재 거제경실련 집행위원장은 "한전은 전봇대를 도로에 세워 사용해 도로점용료 문제도 있는데, 시민들이 정전사태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며 낸 소송에 대해 소송비용까지 청구하는 것은 어이가 없다"면서 "나름대로 논의해서 대응책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한전 창원지점 관계자는 "2심에서 소송비용은 원고 부담으로 결정이 났는데, 업무 진행상 늦어진 것이지 의도적인 측면은 없다"면서 "소송비용에 대해 판결이 나온 이상 절차는 밟아 놓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진행시킨 것이며, 변호사가 법원에 신청하고 법원에서 상대방 측에 이의가 없는지 통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 이미지도 있고 거제지역의 여론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원고인 숫자도 많기에 송달료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면서 "더 논의를 해봐야 하겠지만 소송비용은 받지 않더라도 절차는 밟아 놓아야 한다는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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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정전 피해 주민에 1년 지나 소송비 청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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